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차인표)

 

배우 차인표 씨의 책이 영국 옥스퍼드대의 필수 도서로 지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독서 모임 샘들이 함께 읽어보자고 했다.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이야기는 책의 끝부분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 열여섯의 나이에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강제 징용돼 캄보디아로 끌려가셨다가 1997년에 한국에 잠시 오셨던 훈 할머니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위안부라는 무겁고 비극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위안부로 끌려가기 이전의 호랑이 마을을 배경으로 동화의 느낌과 우화의 느낌이 나면서도, 어려운 단어가 아닌 순우리말을 활용하고 사람이 자연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글꼴마저도 그런 분위기를 잘 느끼게 해 주고, 가즈오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 삽입된 그림도 작품의 느낌을 더 밝게 해 준다.

비록 제목 속에서 두 주인공의 운명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그 과정까지의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전개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배경, 박진감 있는 사건 전개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읽어보니 작가는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소설의 내용에서도 작가의 말에서도 여러 번 반복된다. 그러나 어머니와 동생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사과하지 않는 백호를 용서하는 일과 전쟁 중이더라도 민간인을 강제로 끌고 가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사과하지 않는 일제를 용서하는 일이 같은 것인가. 이 부분은 학생들과 토론해 보고 싶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나라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란다. 다만, 112쪽의 조선인 여자 인력 동원 명령서나 위안부에 일본 정부의 개입을 거론하는 부분은 출처나 참고 자료를 표시하여 역사적 사실까지 확인해 주면 좋겠다. 끝으로 이 책은 2009년에 출간된 “잘가요 언덕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개정판의 제목보다 “잘가요 언덕이 작품의 특징을 더 잘 드러내고 작품의 이름을 외우는데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27) “호랑이들은 우리가 이곳에 마을을 만들고 정착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이 산에서 살고 있었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 생각해 보게나. 사람에게 해가 된다고, 혹은 조금 불편하다고, 혹은 조금 이득이 생긴다고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면 세상이 어찌 되겠는가? 설령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일지라도 말일세.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네. 짐승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과도 더불어 살 수 없는 법이야.”

주인공 수인의 할아버지이자 마을의 촌장이 백호를 잡으러 마을에 머물 수 있게 해 달라는 주인공 용이의 아버지 황 포수에게 하는 말이다. ‘호랑이 마을의 사람들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114) 국가와 국가 간에 전쟁이 벌어지고 전투 중에 군인들끼리 서로 총을 겨누는 것과 죄 없는 어린 처녀들을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징집해 가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하나는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범죄입니다. 범죄 중에서도 최악의 범죄인 것입니다. 인간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가장 저급한 자나 저지를 수 있는 이 역겨운 범죄를 대일본제국 육군성이 주도하고 내무성, 외무성, 조선총독부까지 참여하여 실행에 옮기고 있다니.

호랑이 마을에 주둔해 있는 일본군 대위 다스오가 여인들을 취업을 미끼로 유인하거나 강제로 납치하여 일본군의 위안소로 보내려는 행위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다. 다스오는 일본제국의 번영을 위해 장교로 입대하는 인물이지만 일제의 야욕을 간파하고 분노하는 인물이다. 이런 일본인들이 적잖게 있었을까.

 

(123) "한 달 전 우리 부대가 이곳 호랑이 마을에 왔을 때, 저를 비롯한 병사들의 몸과 마음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 마을 주민들의 따뜻함에 많이 회복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한낱 벼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폭우가 쏟아져 수학을 앞둔 호랑이 마을의 논에 벼가 진흙 속에 쓰러진다. 마을 주민 모두가 망연자실해 있을 때 일본군이 먼저 논에 들어가 벼를 세우며 주민들을 돕는다. 군인이더라도 살상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일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195) "상대가 빌지도 않은 용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띄엄띄엄 말을 잇는 용이의 얼굴이 깊은 외로움을 머금고 있습니다.
"용서는 백호가 용서를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엄마별 때문에 하는 거야.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잠잠히 순이의 말을 듣고 있던 용이의 눈동자에 밤하늘의 별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상대방이 사과하지 않더라도 나를 위해 용서하자는 것인데, 백호와 일제는 경우가 다르지 않을까. 또 개인과의 갈등과 국가와의 경우는 다르지 않을까.

 

(213) 새끼 제비는 사람이 짐승을 사냥하고 짐승이 짐승을 사냥하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냥하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지금껏 그 어떤 짐승도, 심지어 그 사나웠던 육발이조차도 이렇게까지 불공평한 사냥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소설에서 서술자가 되거나 초점화되어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캐릭터가 새끼 제비. 엄마별처럼 두 주인공을 바라보고 격려해 주는 엄마별과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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