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달빛독서캠프(24.7.19) 운영

돌아가면서 맡는 역할이지만 올해 국어부장을 맡으면서 독서토론반도 함께 운영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활동 계획을 세우면서 밤샘 독서와 문학기행을 가보기로 했다. 1학기에 밤샘독서, 2학기에 문학기행을..

 

'밤샘 독서'는 활동명이 지나치게 드러나 '달빛독서'라고 이름 붙였다. 달 밝은 밤, 아이들과 책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책, 친구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만들어 가고 싶었다. 뒤뜰 야영의 성격도 더하면서.

날짜는 여름방학을 며칠 앞둔 금요일과 토요일(무박 2일)로 잡았다. 학기 말이 마음의 여유도 있고, 책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방학 동안 책을 읽을 계기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고. 마침 광주 동구청에서 진행하는 독후감 대회에도 함께 참여하고, 지정 도서 중 "고요한 우연"이 달과 관련돼 있어 달 관측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그러나 달빛독서캠프를 열 즈음에도 장마가 끝나지 않아 1주일 내내 날이 흐려 결국 취소했다.(그런데 달빛독서 캠프 때 11시 무렵부터는 구름 사이로 달이 비쳤다^^) 결국 최종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대략의 인원을 파악하기 위한 1차 신청 기간에 30여 명의 학생이 신청했다. 그런데 가정통신문을 만들어 구체적인 일정 및 '내 인생의 책 소개', '독후 활동' 등을 소개해서 최종 신청을 받으니 15명이 신청했다. 인원을 확정하고 7월 19일 금요일 달빛독서캠프를 진행했다.

 

종례가 일찍 끝나 학생들은 각자 집에서 쉬다 5시에 모였다. 학교 근처 식당 중 학생들이 희망한 국밥집에서 밥을 먹고 학교로 돌아와 자리 정리를 하고 6시 30분부터 캠프를 시작했다.

첫 번째 프로그램 '독서 놀이'는, 이번 달빛독서캠프를 함께 운영해 주신 도덕 선생님이 진행을 했다. 남녀 숫자가 비슷해 남학생 팀과 여학생 팀으로 나눠 시합을 했다. [1단계]는 문장을 선택한 뒤, 문장의 각 글자를 책에서 먼저 찾기, [2단계]는 1학년 때 함께 읽었던 "불편한 미술관"에 실린 그림을 조각낸 뒤 퍼즐 맞추기, [3단계]는 퀴즈앤을 활용해 광주 동구청에서 추천한 도서(소금 아이, 노 휴먼스 랜드, 고요한 우연) 관련 퀴즈대회를 진행했다. 여학생들이 세 단계 모두 이겼다. 따로 시상품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다들 즐겁게 참여했다.

 

독서놀이에 참여하는 학생들. 함께 달빛독서캠프를 운영한 도덕 선생님이 진행해 주셨다.
1단계는 팀별로 문장을 뽑은 뒤, 해당 글자가 들어 있는 쪽을 먼저 말하는 팀이 승리하는 놀이다.
아이들의 집중력이 대단하다
1단계 팀별 퀴즈를 통과하면 2단계 직소퍼즐 맞추기가 이어진다. 1학년 때 읽었던 "불편한 미술관"에 실려 있는 그림 중 한 편 맞추기
책을 가져와 그림을 떠올리며 퍼즐을 맞추는 모습
3단계 독서퀴즈대회. 개인 시합이었으나 아이들은 합심해서 문제를 풀었다^^

 

한 20여 분 쉬는 시간에 아이들은 일부러 구석진 곳을 찾아가 귀신이 있다며 비명을 지르며 돌아다녔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독후활동 시간'으로 운영했다. 동구청 추천도서 3권에 대해 서평 쓰기나 독후화 그리기 등 하고 싶은 독후활동을 해 보라고 했는데 기말고사 이후 시간이 많지 않아 책을 완독하지 못한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선택해서 활동을 하도록 했는데 대부분이 책갈피 키트를 활용해 '인상 깊은 구절'로 책갈피를 만들었다. 동구청 독후감 대회에 단체로 응모하려고 했는데 작품 수가 많지 않아 개인으로 응모하도록 안내했다. 달빛독서캠프를 조금 더 일찍 준비하고 일정을 6월로 당겼다면 나았을까 싶다가도 6월은 혁신학교 종합평가 준비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터라 달리 대안을 생각하지는 못했다.

 

아이들이 만든 책갈피

 

미리 주문한 간식(치킨)을 먹고 10시 30분부터 세 번째 프로그램인 '내 인생의 책 소개'를 하려고 했으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1시간 정도 준비 시간을 주고 11시 30분부터 12시 45분까지 쉬는 시간 없이 '내 인생의 책 소개'를 했다.

친구들 앞이지만 자신 있게 책 소개를 하고 궁금한 내용은 서로 질문하여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이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었고, 지도 교사들은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늦게까지 아이들의 활동 모습을 지켜보시던 교감 선생님께서도 아이들의 발표가 인상적이라며 아이들을 격려해 주셨다.

 

학생들로부터 15권의 책을 소개받았다.

 

네 번째 프로그램인 '책을 소재로 한 영화 관람'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결정했다. "오베라는 남자"를 영화로 제작한 "오토라는 남자"를 추천했으나 아이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1시부터 보기 시작한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다르게, 남에게 인정받지 않고도 자신을 지켜갈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존재로서 성장한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성향이 매우 다른 주인공들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밑줄 긋고 싶은 인상적인 구절도 많았다. 다만 여주의 말이 지나치게 많고 빠르게 지나가 늦은 시청 과정에서 잠깐씩 놓치기도 했다. 사쿠라 캐릭터의 특징도 있지만 다소 감정의 과잉처럼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오토라는 남자"와 큰 틀에서 보면 통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3시 무렵이 되었다. 3시간 뒤 아침에는 아이들의 정신이 없을 것 같아 독서캠프 활동 소감문을 미리 작성했다. 잘 학생들은 미리 안내한 숙소에서 잠을 잤고(일주일 전 학생회에서 자체 워크숍을 하면서 대형돗자리와 무릎 담요를 구입해 그걸 빌려 잘 썼다), 일부 학생들은 도서실에서 책을 계속 읽거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도 차분히 독서캠프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5시 무렵 아이들과 컵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급식 때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 학생과 얼굴을 마주하며 라면을 먹었다. 함께 날을 새니 조금 더 편한 사이가 되었다^^

날은 밝아지는가 싶더니 금방 환해졌다. 6시 무렵 자는 아이들을 깨워 새벽 운동장과 학교 곳곳을 산책 겸 돌아다녔다. 6시의 학교는 조용했다. 도서실을 정리하고 청소를 마친 뒤 피곤했지만 소감을 나누고 간식을 챙겨 집으로 보냈다.

 

'밤샘 독서' 활동은 처음 해 보는 것이라 이번에는 함께 공부하는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 내년에는 전체 학년으로 확대해 선후배가 어울리며 좋은 책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 시기도 중간 고사 끝나고 가을 정도면 날씨의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도 독서 분위기가 더 진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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