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루머의 루머(제이 아셰르)

 

'말'과 관련된 수많은 속담들, '질투'에 관련된 수많은 속담들, 세력을 주도하기 위해, 따돌림 당하지 않기 위해,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수다'를 활용하는 상황에서, 루머는 필연적으로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루머의 피해 당사자 '해나'는 자기를 중심으로 펼쳐진 루머에 대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 자존감을 도저히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루머'를 퍼뜨리고 '루머'와 관계된 사람들에게, 정반대의 상황을 만들어 그들 안에서, 루머로 인해 자포자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든다.

발상이 대단한 소설이다.
해나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음된 테이프 한 면, 한 면을 들을 때마다 누가 어떤 일로 리스트에 올랐는지 궁금함과 함께, 해나가 자포자기하는 과정, 그러면서 서술자인 클레이가 어떻게 연관되었는지 시종일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루머’는 확대 재생산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루머 속에 있었던(수동적일지라도) 사람들과 루머 속의 당사가자 손을 내밀었을 때,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해나가 손을 내밀었을 때, 서술자 클레이의 소극적인 역할과 상담교사의 소극적인 모습은 결과론적으로 루머로 힘겨워하는 당사자에게 지푸라기라도 내밀어 보는 순간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해준다.
자신을 죽음으로 이끈 사람들을 죽음의 관련자로, 그러면서 그 고민을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없게 만드는 치밀한 복수다. 그들이 평범하게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발상이 소설에서 그치지 않고 뒷담화를 좋아하는 우리 인간의 속성을 작가가 그대로 이용한 형태가 아닐까 싶다. 
특히 요즘처럼 각종 통신 수단으로 '맥락'이 제거된 '말'은 더 빨리 돌고, '화'는 잘 이겨내지 못하는 세상에서 '루머'로 인한 문제는 더 많이 발생하게 될 것 같다. 실제로 사람들이 싸우는 가장 많은 이유가 루머와 동의어라 할만한 '뒷담화' 아닌가.  

살아온 시간만큼 다른 사람과 생활하면서 내가 몰랐다고 할 수 없는 일들, 나를 적극적으로 변호한다며 과장해서 만들었던 일들이 내내 떠올라, 소설을 읽고, 감정을 정리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이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에 참여하여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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