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는 당나귀답게(아지즈 네신)
- 행복한 책읽기/문학
- 2009. 7. 23.
우화집답게 짧은 이야기 속에 생각할 거리가 많다.
중학생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많지만, '아는 만큼' 자극받고 받아들이게 될 내용도 달라질 것이므로 아이들과 함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맛보기에 좋은 책이다.
몇몇 작품은 풍자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책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나'와 '우리', '사회'에 대한 재인식이지 않을까.
특별히 6.어느 무화과 씨의 꿈, 10.자신을 죽인 파디샤, 11.미친 사람들, 탈출하다가 지금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위대한 똥파리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또 다른 이야기이다. '위대한'이란 수식어가 붙은 똥파리의 선구자적인 행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현실은 똥파리의 힘으로 유리창을 깰 수 없다. 그러나 역사는 똥파리의 힘으로 유리창을 깨었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유리창은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면서 현실적으로 넘어야할 벽을 말해주고 있다. ''어떻게든' 사는 게 중요할까, '어떻게' 사는 게 중요할까. '위대한'이란 말이 토론거리를 낳는다.
(9) “옛날에는 유리가 뭔지 몰랐어요. 하지만 머리와 날개를 계속 부딪히면서 이제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저도 알게 되었어요.”
2. 거세된 황소가 우두머리로 뽑힌 사연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라이벌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동료이자 경쟁자인데, 자신의 경쟁자로만 보았을 때, 그 질투심이 결국 사회에 좋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는 걸 풍자하고 있다. 그래서 언론에서 양비론의 프레임을 짜는 것은 아닐까? 가장 덜 떨어진 인물이 당선되도록 하기 위해.
그런데 동물들은 ‘거세된 황소’가 왜 수치스러울까. 인간에 의해 본능을 잃었다는 측면에서 가장 자연스럽지 않는 동물이 동물의 우두머리가 되었기 때문 아닐까?
3. 기우제와 관절염
2번의 대안 아닌가. 라이벌이면서 비빌 언덕이 될 동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4. 양들의 제국
전형적인 제국주의의 수탈 방법을 풍자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독재정권들의 통치 방법도 풍자하고 있다.
가상의 적(북한)을 만들고, 지식인을 통해 인심을 얻어 결국 자신들의 제국을 만드는 모습을, 또 일제가 고립된 조선의 위기를 고조시키고 지식들을 통해 발전된 문물을 제공하며(전기, 철동, 공장 등) 결국 그들의 제국으로 만들었던 역사를.
지금도 이런 역사는 반복되고 있지 않을까, 소수 살아남은 영리한 양들의 역할이 우리들에게 필요하다.
5.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사람답게, 인간답게, 선생답게, 학생답게... 그런데 ‘~답게’ 사는 게 참 어렵다. 특히 사회가 서커스와 같은 요구를 하는 상황에서, 나다운 성장을 위해, 나다운 게 무엇인지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다운 것을 찾아 자기실현하는 것이 성공이다.
(63) “당신들은 사람의 역할을 당나귀에게, 당나귀의 역할을 사람에게 부여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은 평범하지 않은 일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일은 서커스에서나 멋지지요. 하지만 세상은 서커스가 아닙니다. (중략) 비범한 것에 대한 호기심에 휩싸여, 사람을 당나귀처럼 울게 만들고 당나귀가 사람처럼 말하도록 만들었습니다.”
6. 어느 무화과 씨의 꿈
1번 '위대한 똥파리'와 비슷한 이야기이다. '위대한 똥파리'가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면, 이 글은 연대와 인내를 강조하고 있다. 자식을 많이 낳아야 한다는 것은,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많이 만든다는 것이고, 연대 의식을 다진다는 말이다. 힘없는 사람은 단결로 높은 벽을 허물 수 있다는 것인데.
(90) 무화과 씨들은 종족을 보존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바로 그 다수가 보호와 방어의 무기라는 것을 몸으로 깨닫게 되리라.“
7. 내가 제일 운이 나빠!
역지사지의 또 다른 표현이다.
작가는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이 되고 싶은 순간, 그 자신으로도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그 무엇도 될 수 없다"는 역설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나'를 깊이 바라본다면, 다른 사람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은 사라질 것이다. 결국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살아야 한다.
8. 모래성과 아이들
모래성 쌓기를 아이들은 놀이로 생각하고 '찡그린 아저씨'는 일로 생각한다. 놀이를 일로 생각하며 '찡그린 아저씨'는 놀이를 잊고, 웃는 방법을 잊었다. 지금도 아이들은 비오는 날 도로에 고인 물을 튀기며 논다. 아이들은 모든 일에 호기심이고 그 자체를 즐긴다. 열심히 일하던 어른들이 휴가를 가는 것도 다시 그런 어린 시절의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한 게 아닐까.
9. 멋진 것과 옳은 것
옳은 것과 멋진 것은 진리를 드러내기 위한 표현 방식의 차이다. 세상 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이 문학을 낳고, 그것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이 과학이지 않을까. 문학과 과학이 공존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126) “시는 옳은 것을 멋진 감정으로 설명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10. 자신을 죽인 파디샤
‘미친 사람들, 탈출하다’에 나오는 영리한 사람들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그런데 파디샤를 없애기 위한 비밀 결사대는 ‘노동자, 학생, 교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세상을 바꾸고자하는 열망이 크므로, 이들에 대한 조언을 주려는 것일까.
(138) 옛것을 대신하려 하는 새로운 것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억지로 바꾸려 들지 말라!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정체가 실제로는 겉모습만 살짝 바꾼 옛것일 수도 있다. 그것에 속으면 모든 것이 옛날보다 더 나쁘게 될지도 모른다.
11. 미친 사람들, 탈출하다
영리한 사람들이 하는 것과 반대로 하면 상식적인 세상이 된다. “영리한 사람들이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를 풍자하면 이렇게 될 것 같다.
12. 바위 밑과 바위 앞
익숙한 것을 지키려는 사람의 마음을 비판한 것인가. 익숙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13. 연싸움
문명이 발전한 만큼 옛 문화가 설 자리는 좁아지는 것 같다.
14. 세 가지 물건
인간의 창조성과 의지를 긍정적으로 그린 내용이지만, 결국 그러한 인간의 속성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우의로 읽힌다. 그렇게 오랜 시간 땅 속에 묻혔던 세 가지 물건들이 책장의 장식품으로 땅 위에 나타났다면 그것을 희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이라는 창조물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바꾸고 싶어 하거든. 기다려. 절대로 희망을 버리지 마. 언제 가는 인간들이 우리가 묻혀 있는 땅도 파헤쳐 줄 거야. 인간들은 분명히 그럴 거야. 정말로 대단한 창조물이지. 그들은 쉼 없이 자연을 변화시키고 싶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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