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은행 통장(캐스린 포브즈)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먹어서 죽는다"는 역설적인 말처럼, 너무 풍족해서 잃은 것이, 그리고 잃을 것이 많은 시대다.
풍족한 사회여서 잃은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가족이다. 수적인 면에서나 양적인 면에서 우리네 가족에 대한 통계 결과는 어둡고 절망적이다. 
사회, 문화가 빨리 변하고, 본능적으로 좀더 유리한 조건을 물려주고자하는 가족의 바람이 기러기 가족이나 가정 폭력 등 끊임없는 사회 문제를 낳는다. 변하는 사회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의 어린 시기부터 사회화를 담당하는 가정과 학교 같은 교육 공동체의 붕괴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다양한 사회에 맞게 다양한 분야가 생겼지만, 기능적인 접근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가족의 문제이고, 그런 면에서 <엄마의 은행 통장>은 희망 있는 가족을 만들어가는 구성원들의 역할이 잔잔하게 나타난다.

<엄마의 은행 통장>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가족을 흔들리게 할 구체적인 시대적 상황은 나타나 있지 않다. 그래서 보편적인 이야기를 그려나갈 수 있다.
시대와 공간을 떠나서 어쩌면 '모두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엄마는 '은행 통장'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고 감내할 수 있다. 더 큰 희망이 있기에 지금 몇 가지 문제는 감당할 수 있는 자잘한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씩 절제하고 건강한 몸을 바탕으로 움직이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어려움에 불과한 것이다.
'은행 통장' 못지 않게 엄마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보여준다. 하숙비를 위조 수표로 날려버렸으나 '하이든 씨'의 풍부한 경험담과 책은 그 어떤 돈보다 아이들을 풍부한 경험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작가를 꿈꾸는 딸을 위해서 버거운 교재도 사준다. 그러나 그것의 방향이 잘못 되었을 때 아이에게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한다. 진정성으로 없는 돈도 융통한다. <이해의 선물>처럼 아이의 순수함을 지켜주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를 대신한다.

책을 읽고나면, 부모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주어야하는지 좀더 생산적인 고민을 하게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학자금이나 결혼 비용을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열심히 적금을 넣고, 아이를 학원에 맡겨 미래를 위해 조금이라도 앞서가는 것이 현실적이며 교육적인지, 아니면 스스로 미래를 그려볼 수 있도록 함께 생각하며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이 현실적인지.

(23) "데이비드 카퍼필드"와 "골동품 상점"을 다 읽자, 하이든 씨는 우리에게 셰익스피어를 읽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깊고 울림이 있었으며 대 배우가 낭독하는 것같이 품격이 느껴졌다.
날씨가 따뜻해졌지만 우리들은 저녁 때 밖에 나가 술래잡기 놀이를 하겠다고 조르지 않았다.

(86) 다락방을 갖는 것이, 윈포드의 학교 친구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놀림을 당하는 나의 비참함을 어느 정도 벌충해 주었다. 내 생애 처음으로 나는 나만의 장소를 가졌다. 그리고 내 생애 처음으로 지붕에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다락방 천정에 나 있는 창은 열어서 묵직한 장작으로 괴어 놓을 수 있었다. 나는 문턱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앉아 긴 몽상에 잠기곤 했다.

(186) 그래, 너는 바보같이 행동을 했어. 너는 잘못을 했어. 그러나 큰 잘못은 아니야. 너는 아직도 너무 어려. 어린애들이 다 그렇듯이, 캔디에 탐을 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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