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은 베트남 말로 '고맙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서술자, 유정이는 언청이(구순구개열)로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지만, 할머니와 작은아빠 가족, 살문리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과 살면서, 타인에 대해 들고 있던 자신의 방패를 거두게 된다. 열일곱의 시작이다.유정이의 성장에는 강화도라는 배경의 힘이 크다. 몰락하는 농촌 공동체 속에서 그래도 희망은 사람이다. 이야기는 먼저 우리나라 농업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미국, 중국 등 계속되는 자유무역(FTA)을 통해 전체적으로 형편은 나아질 수 있겠으나 농촌은 계속 피폐되고 있다. 대형마트에 홈쇼핑에서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아프리카근처에서 잡은 갈치, 폴란드산 삼겹살, 칠레의 과일을 먹는 것이 익숙한 현실이 되었으나 개방의 이익과 분배, 그 과정..
얼마 전, "최강배달꾼"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다. 헬조선에 희망이 없어 호주로 이민을 가기 위해 돈을 모으는 여주인공과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찾기 위해 서울 전역을 돌며 배달하는 남주인공이, 음식점까지 장악하려는 대기업에 맞서, 동네상인들과 상생하며 배달의 전문성을 키워 창업하고 성공하는 이야기였다.해피엔딩 이야기에 비현실적이니, 그렇게 착한 배달꾼이 어디 있냐는 등 비판적인 댓글이 많았다. 공감하면서도 한편 홍세화 씨의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에서 지적한 대로, 우리나라 택시기사들의 인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만든 사회의 책임을 비판했던 이야기가 함께 떠올랐다. 왜 우리나라가 헬조선일까.생각해 보면, 승자독식으로 인한 부의 집중, 따라서 부의 분배가 사회 전반적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누구에게든 글쓰기가 그 자체로 치유와 성찰을 통한 긍정적 에너지를 충천하는 활동임을 다시 확인했다. 특히 엄마가 17세를 회상하며 현재의 시각으로 당시를 재단하지 않고 그 과정을 인정하는 점이 좋았다. 당시의 결핍 또는 갈망을 채우려 선택했던 모습들이 살아보니 어리석은 게 아닌, 지금의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음을 인정해야, 현재 딸의 선택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사람이 홀로 성장할 수 없듯, 이 책에는 멋있는 어른들, 사회인들이 많다. 지금의 어른들의 모습과 견주어 볼 때, 우리 사회는 얼마나 성숙해 졌을까. (51) 회식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문득 부산여고를 까맣게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랬다. 갑자기 어른의 세계로 진입한 나는 며칠 전 소녀 적 ..
이번에 고른 책도 ‘열일곱’이다. 요새 청소년 문학의 화두가 ‘열일곱’이라 관련 책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열여섯’들과 진지한 계기를 만들기 어렵다는 무의식에 열일곱 이야기를 골라내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열일곱’이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가 떠올랐다. 오토바이와 주인공의 얼굴로 장식한 표지에서, 절망에 빠져 있는 파랑 치타의 ‘강호’와 빨간 바이크 ‘재하’가 비슷했다. 하지만 ‘강호’가 학교에서 ‘파랑 치타’라는 밴드 활동을 하며 마음을 잡아가는 것과 다르게 ‘재하’는 ‘드림레이스’의 예비 과정을 이수하며 자신감과 함께 실력을 찾아가고 있다. 이른바 ‘문제’ 상황을 풀어 가는 두 책의 차이가 ‘내게’ 크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문제 상황에 주목하여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치유..
열일곱 전문계 여학생의 유쾌 발랄 상큼 찔끔(?) 성장기. 흥미를 끄는 제목부터, 10명의 남자들로 이어가는 10개의 챕터들, 그리고 ‘떡실신’ 동아리를 중심으로 때로는 배꼽을 잡고, 때로는 스릴 있고, 때론 묵직하게 그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사건들이 반짝반짝 다양한 빛깔을 내는 구슬처럼 엮여 있다. 할아버지에게 3대에 걸친 한을 만들게 한 전두환, 성장은 더디나 자존심 하나는 최강(입으로만) 최강태진, 부모님의 잘 나가는 대학동창 조 기자, 풀이 꺾인 카리스마 한상진 선생님, 각도가 조금 엇나간 사랑 선우완, 부모님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오빠 나금호, 비뚤어진 소유욕의 화신 찌질이 오정우, 누구도 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아버지 나성웅, 정말 돌을 던지고 싶은 변 모씨, 영원한 판타지 ..
작가 이름에 끌려 만난 . '어쩌자고' 라는 낱말이 갖는 안타까움을 책을 읽으며 여러 번 확인한다. 순지, 정애, 은영.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돈 벌로 온 서울 생활은 열일곱 소년들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힘들다. 그래도 아이들의 말처럼 '인생 한 번 제대로 살고 싶어' 낮에는 봉제 공장의 시다로, 밤에는 야간 고등학교 학생으로 열심히 생활한다. 그러나 열여덟을 며칠 앞두고 무허가 공장의 무허가 기숙사에서 전기누전으로 발생한 화재로 정애와 은영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순지는 충격과 함께 친구들을 봉제 공장으로 불렀다는 자책감에 빠져 말을 잃는다. 객지에서의 생활을 하나씩 풀어내면 순지는 충격에서 벗어나고 목소리를 찾는다. 이 소설의 ‘어쩌자고’는 삶을 선택할 수 없는 주인공들의 상황을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