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계에서 이 강물은 두 나라의 경계선으로서, 경계란 물이 아니면 시울이 될 것 아닌가? 도대체 천하 백성들이 법도를 지킨다는 것은 저 강물 시울 짬과 같은 것일세. 도를 다른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저 물시울 짬에서 찾아야 될 것이네. (열하일기 上 ‘도강록’ 중 30쪽 -보리출판사-) 어둑하던 기운이 걷히고, 회색빛으로 물든 인천공항이 제 모습을 보일 때 3시간 30분 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시계는 정확히 아침 6시를 가리키고 있다. 새벽길이 막힘없이 시원하게 트였다지만, 기사님의 능력을 칭찬하기에 앞서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쾌속(과속?)질주에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속도를 느낄 틈 없이 곤히 잠들었지만, 동승한 몇 분의 선생님들은 긴장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새벽녘의 공항..
1. 책 속 여행 지난 여름 방학 ‘열하’에 다녀왔다. 250여년 전의 선비 박지원 선생의 눈을 통해 압록강을 건너 북경으로, 그리고 열하까지 배움의 눈으로 중국의 모습을 세심하고 다양하게 살펴보았다. 특히 열하일기 속에 그려진 삶의 모습은 한 가지 기준으로는 세상을 바라볼 수 없다는 다양성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한족 중심의 중국은 실은 다양한 소수민족의 삶과 역사가 혼재돼 지금의 ‘중’국이 된 것이다. 책을 읽으며 중국을 여행하고 싶었다. 2003년, 첫 해외 여행으로 중국을 찾은 건, 중국 소설가 ‘차오원쉬엔’의 “빨간 기와”와 “까만 기와”였다. 성장소설이란 측면에서 문화혁명을 비롯한 중국 현대사가 아이들에게 끼친 영향도 인상적이었지만, 운하를 배경으로한 중국인의 삶이 우리네와 너무 달라 가보고..
2005년은 중국 여행의 해다. 여름 방학은 북경을 중심으로 한 북동부지역을 여행하고, 겨울은 실크로드 기행을 해 볼 생각이다. 부디 이 책이 좋은 길라잡이가 되길 바라며 관심 있는 곳은 매우 꼼꼼히, 어떤 곳은(거의 마지막) 눈으로만 훑었다. 돌도 안된 산하를 돌보며 책읽기란, 운전을 하며 바깥 경치를 음미하는 것과 같은 이중고 또는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한다. 5일 가까이, 야금야금 책을 읽었지만 머리 속으로 들어온 내용은 소쿠리 채에 물빠지듯 시원스럽게 새나갔지만, 나름대로 흐뭇하고 만족스러운 눈(眼) 기행이었다. 역사와 전설, 거기에 사진과 시까지 곁들여져 굳이 심각해 지지 않아도 나름대로 진지하고 흥미 있는 여행이 되기에 충분했다. 조금 충격적인 것은 지은이가 일본 사람이라는 것! 진순신이 중국인인..
1. 그땐 그랬었지!! 내 머릿속에 '원형'으로 남아있는 어린시절 학교생활에 대한 기억과 거의 일치해서인가. '빨간 기와'를 읽고나서 친구들과 술 한 잔 한다면 '그때 그랬었지'라는 감탄사에 술이 금방 취할 법도 하다. 다만 내 어린시절을 관통했던 '군부독재'라는 시대와 주인공의 삶을 관통했던 '문화대혁명'이라는 물의 색깔이 좀 달랐다는 차이점만 느껴질 뿐. 그래서인지 나이와 주인공이 다르며, 운하를 배경으로 하는 그들의 삶과 땅을 배경으로하는 우리와 차이가 있지만 친구들과 '끼리끼리' 친해지고, 그들과 '일'을 치르고 작당모의를 하며, 어떤 사람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으며, 괜시리 외로워지거나, 나만 왜 이런 곳에서 이런 부모 밑에 태어났을까라는 원망의 아픔도 같은 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비단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