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작품을 찾다 작가의 '눈을 감는다'를 읽었다. 주인공 '나'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죽는 것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아버지가 5.18 광주학살에 대한 양심선언으로 군대에서 쫓겨나 정신까지 나가버렸을 때도 내 몫의 인생을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며 절망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에서 생활할수록 보잘것없고 찌끄러기가 되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왜소한 체격에 공부도 못하고 사교성도 떨어져 친구들을 만들지 못한 '나'의 문제일까? 아니면 '나'를 희생양으로 삼아 학급의 실세가 되려는 반장의 이기심 때문일까? 자기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은 것에 안도하며 그놈들의 짓을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학급 아이들이 무제일까? 아니면 직업군인이면서 명령에 따라 민간..
책을 읽으면서 2005년 정도에 방영되었던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이 생각났다. 고등학생이 된 옥림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반올림의 시즌2는 "난 공부를 못해"라는 제목으로, 성적 때문에 언니와 비교 당하며 엄마와 갈등하는 옥림이 이야기로 시작된다. 옥림이는 엄마와 갈등하며, 엄마의 편견에 가까운 참견을 견뎌내고 버티는 것 같지만, 실은 그 과정에서 자존감 역시 크게 상처받고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그것을 옥림이가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꿈으로 나타낸다. 비슷한 꿈을 여러 차례 꾸지만 누구를 찾는지 몰랐던 옥림이는, 친구 정민이와 함께 떠난 가출 가까운 여행에서 내 뜻대로 살 수도 있음을 친구에게 들은 후, 꿈속에서 찾아 헤맨 게 자신이었으며, 남이 아닌 자기 자신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는 퍼포먼스..
동부교육지원청에서 실시하는 독서경시대회 추천 도서들이 해마다 흥미롭다. 최근 작품들을 중심으로 추천되고, 내용도 기성 세대의 시각보다는 청소년들의 열린 시각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자 왈왈"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춘향이의 입장이 아닌, 방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삶과 이몽룡, 춘향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춘향전보다 이야기가 현실적이고 표현도 걸쭉하다. 고전이란 참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 같다. 당시를 고증할 수도 있고, 시대를 앞서 읽어갈 수 있으며, 현재 속에서도 매번 재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걸, 이 "방자 왈왈"을 읽다보면 이해가 된다. 그렇게 새로 읽은 "방자 왈왈"은 춘향전을 지은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 것처럼, 작가의 의도 또한 잘 드러내고 있다. 원전 "춘향전"이 기생도 일부종사할 수 있..
청소년 소설로 익숙한 7명의 작가가 마음먹고 쓴 글이라 주인공이 겪는 상황도 평범함에서 특별함까지 다양하고, 그들의 목소리 역시 다양했다. 청소년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그들의 전작을 대부분 읽었을 터라 목소리 역시 친숙하다. 책을 읽어보며 이른바 '청소년 문학'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있으며 나름의 범주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우리 아이들(중학생)과 읽을 책을 고민할 때에는 '청소년 문학'이란 개념도 없었다. 한바탕 큰 홍역을 치른, 주로 작가로 성장한 이들의 '성장 소설'이 주 대상이었고, 관심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아이들의 상황에 관심을 가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자기가 짊어질 수 있는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청소년 역시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
“나는 아름답다”는 말은 삶의 주체로 서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학력과 외모, 재산, 여타 능력에 따라 자신을 불만족스럽게 만드는 게 얼마나 많은가. 기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 좋은 대학에 보내거나 아니면 조금이라도 지식적인 측면에서 남들보다 앞선 경쟁력을 갖추는 교육보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삶을 계획하며 살아가는 시간에 좀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 그것이 공부하고 가르치는 목적이라면. 는 인문계 고등학생의 홀로서기가 눈에 띄는 소설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전제하는 대학 진학을 위해 우리는 잃는 것이 너무 많다. 가장 크게 주관을 잃었고, 삶을 바라보며 계획하는 힘을 잃었고, 또 그런 여유를 잃었고, 공부하는 즐거움을 잃었다. 즉 인권을 잃었다. 문제를 느낀 선우는 결국 홀로설..
이 책과 를 연결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장소설들이 작가의 삶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그렇고, 소설의 내용도 연결되는 점(선우나 훈필이가 나이 또래에 비해 웃자라 있다거나 그래서 똑같이 외로움을 느낀다거나, 주변 사람들의 문제 따위)이 많다. 에서 눈에 띄는 상황은 ‘염소를 통한’ 사랑과 희망, 좌절과 성공을 위한 가출, 가출이 실패하며 훌쩍 큰 정신적인 성장에 있다. 이때 염소는 훈필이의 꿈 자체(푸른 목장, 가축을 키우는 연습)일 수도 있고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농고를 진학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희망은 봄바람처럼 갑자기 일렁이는 기운일 수도 있어 항상 좌절을 안고 있다. 하지만 희망은 봄바람처럼 매번 돌아오고 우리는 좀더 구체적인 희망과 이상을 꿈꾸며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