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이 책은 여행의 의미에 대해 작가의 경험과 그것이 작품으로 이어지는 배경을 이야기하고 있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를 줄 것 같다. 물론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았더라도 '알쓸신잡'에서 보았던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입담을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여행에 대해 공감하고 의미를 되새겨보는 재미 있는 시간이었다. *추방과 멀미 (51)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난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 발췌해 놓고 보니 더..
전편 의 역동적이고 당찬 여성들을 목격하고 난 후, 를 읽으니 생각보다 고루하고 평범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옮긴이가 가 인현왕후 폐위와 연관해서 쓴 목적소설이 아니라고 하니, 약간 허무한 생각도 들었다.그럼에도 일단 하루 만에 다 읽었다는 점, 제목만 들어봤지 그 동안 읽지 못했던 를 읽었다는 생각에 좀 뿌듯하기도 했다. -인상 깊은 구절- (28) “지아비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 실로 부덕(婦德)이다만 남편이 잘못된 행동을 할지라도 순종할 것이냐?”“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옛말에 ‘부부의 도리 또한 오륜에 속해 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에게는 간언하는 아들이 있고, 나라에는 간언하는 신하가 있으며, 형제는 바른 도리로 서로 격려하고 벗들은 착한 행동을 권하는데 어찌 오직 부부의 경우만 그렇지 ..
24~25 다음에 춘의 시를 읽었는데, 공이 갑자기 화를 내면서 종이를 던져 버렸다.“어린 자식이 이리도 막돼먹었으니 우리 집안이 망할 징조다.”춘은 놀라서 황급히 머리의 관을 벗고 당 아래로 내려갔다. 성생이 나아가 말했다.“명을 받들어 갑작스레 시를 짓다보면 잘못 지을 수도 있습니다. 혹 흡족하지 않으실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다니요.”공이 말했다.“아니다. 아니야. 시를 짓고 못 짓고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경박함과 음탕함이 시에 가득하니, 이런 놈은 앞으로 집안을 어지럽힐 게다.”✎ 불행의 씨앗이 보이는 대목이다. 이렇게 대놓고 차별하고 꾸짖는데, 춘이 마음으로 반성할 수 있을까? 시 한 수로 집안의 길흉화복까지 꿰뚫어 보는 아버지가 왜 아들을 다르게 감화시킬 방법은 알지 못할까? 62 (채..
햇볕의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표지,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제목.그러나 곱씹을수록 어려운 관계이다.내게 무해한 사람이 나에게 모든 것을 맞추려는 사람이라면 발전이 없는 관계이므로 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누구에게든 무해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작가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의 지점을 포착하여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그래서 남의 일기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의 7편의 단편들에는 30대 중반의 처지에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의 다양한 만남에 대해 섬세하게 성찰하고 있다. 작가의 이야기를 읽을수록,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쳤을 순간들이 떠오른다. (209) 그런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 나를 오해하고..
열일곱 ‘나’는 학기 초 게임하며 친해진 친구 ‘서찬희’가 태권도 유망주 ‘안승범’이 주도한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친구의 자살을 막지 못한 자책으로 달리는 트럭에 뛰어들고 크게 다친 ‘나’. 병원에서 친해진 태권도장 관장에게 권투를 배워 복수하려고 한다. 줄거리에서 짐작하듯, 이야기는 학교폭력의 방관자 입장에서 그려진다. 이야기에는 큰 반전이 있다. 그만큼 학교폭력에서 방관자 역시 큰 상처를 입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성장 소설이 그렇듯, 이 책에 등장하는 교사의 모습도 학교폭력을 방조하거나 학교폭력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모르는 무능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우리 주변의 여러 학교가 따뜻하고 편안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항변하고 싶지만..
아일랜드라는 나라에 대해서 나름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번 영국여행이 처음이었다. 영국의 서쪽 항구도시 리버풀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성당(카톨릭)에 가서 개신교(성공회, 리버풀에는 성공회에서 가장 큰 규모인 그리스도교회와 메트로폴리탄 대상당이 멀리 마주보고 서있다.)가 주류인 영국 땅에 이렇게 크고 멋진 카톨릭성당이 있게 된 역사를 간단하게 들으면서였던 것 같다. 1800년대 중반 대기근에 시달린 아일랜드인들이 신대륙으로 대거 이주(이건 라는 톰크루즈 주연 영화의 전반 주 배경임)하게 되는데 바로 가는 배편이 없어 이곳 리버풀을 거쳐 신대륙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역사를 통해 리버풀에도 다수의 아일랜드인들이 거주하게 되면서 다른 도시에 비해 카톨릭 교도가 많아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런 메트..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으로 어린이 대상의 글인데, 읽다보면 아이를 순종적인 아이로 기르고자하는 어른들의 욕심을 비판하는 글로 어른들에게도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부모 자식이 함께 읽으며 자율성, 독립성, 자아, 생명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부터 이야기 나눌 만하다. 왜 “열세 번째 아이”일까. 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등학교 6학년 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 돌인 12를 지난 새롭게 시작되는 아이라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가장 완벽하게 만들었다는 열세 번째 아이에게서 ‘완벽‘이 아닌 ‘완전’한 사람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 ‘완벽’이란 게 있을 수 있는 것인가, 결국 문제는 어떤 점이 갖춰져야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책의 줄거리가 표지에 거의 다 담겼다. 이야기를 읽고 표지를 다시 보면 작은 별에 섬세하게 내용을 표현했음을 알게 된다. 한때 이 별에서 인간과 공존했던 자연(멧돼지 산바)은, 인간의 개발로 점점 쫓겨나다 죽임을 당한다. 이 별에서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연과 사람이 대상화되고 피폐하게 된다. (25) ‘피폐’라는 단어를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사전을 찾아보니 ‘어떤 대상이 거칠고 못쓰게 됨. 지치고 쇠약해짐.’이라고 쓰여 있었다. 피읖이 두 개나 들어간 두 글자짜리 그 단어가 이상하게 마음에 달라붙어 주호는 소리 내어 서너 번 발음해 보았다. 주호는 부모에게 버려진 뒤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외딴섬에서 외롭게 산다. 유림이는 이유도 모른 채 가혹한 가정 폭력을 당한다. 홍..
요즘 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의 질문을 모아 토론을 하고 있는데, 각 반별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 바로 '세자와 대군은 그냥 데려가게 하고, 왕비는 데려가지 못했는가?'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찾아낸 답은 정말 놀라울 정도.^^ '세자와 대군이 가버려도 왕비가 새로 아들을 낳을 수 있으니 후사를 위한 가능성을 위해 그랬다, 박씨가 왕비와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었다, 평소 왕비가 자애로워 임금보다 더 백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등 정말 기상천외한 답들이 쏟아졌다. 아이들과 함께 고민 끝에 찾아낸 답은 바로 왕비는 단순한 왕의 부인이 아닌 '국모'라는 점이었다. 국모가 끌려가는 것은 조선인들에게는 분노와 수치심을 안겼을 것이고, 국모를 지켜내는 것이야 말로 조선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는 결론..
수돗물을 받아 주전자에 끓인 물에 설탕 한 숟가락을 넣은 따뜻한 설탕물이 오랜 여운을 준다. 행복구, 해원동, 낙원동, 난장이. 읽다 보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뒷이야기 같은 느낌이 든다.재개발로 쫓겨난 난장이네 가족들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는 무관하게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거나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다’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물론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살기 어렵겠다는 건 상식이고. 주인공 란이는 ‘남자’, ‘여자’ 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아빠와 가족을 떠난 엄마가 있다.(116) 란이는 청주분식을 나오며, 그게 그렇게 힘든 건가 생각했다. 남들처럼 아침에 출근해 저녁까지 일하는 것. 한 달에 한 번씩 월급을 가져오는 것. 그리고 월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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