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라는 나라에 대해서 나름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번 영국여행이 처음이었다. 영국의 서쪽 항구도시 리버풀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성당(카톨릭)에 가서 개신교(성공회, 리버풀에는 성공회에서 가장 큰 규모인 그리스도교회와 메트로폴리탄 대상당이 멀리 마주보고 서있다.)가 주류인 영국 땅에 이렇게 크고 멋진 카톨릭성당이 있게 된 역사를 간단하게 들으면서였던 것 같다. 1800년대 중반 대기근에 시달린 아일랜드인들이 신대륙으로 대거 이주(이건 라는 톰크루즈 주연 영화의 전반 주 배경임)하게 되는데 바로 가는 배편이 없어 이곳 리버풀을 거쳐 신대륙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역사를 통해 리버풀에도 다수의 아일랜드인들이 거주하게 되면서 다른 도시에 비해 카톨릭 교도가 많아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런 메트..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으로 어린이 대상의 글인데, 읽다보면 아이를 순종적인 아이로 기르고자하는 어른들의 욕심을 비판하는 글로 어른들에게도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부모 자식이 함께 읽으며 자율성, 독립성, 자아, 생명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부터 이야기 나눌 만하다. 왜 “열세 번째 아이”일까. 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등학교 6학년 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 돌인 12를 지난 새롭게 시작되는 아이라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가장 완벽하게 만들었다는 열세 번째 아이에게서 ‘완벽‘이 아닌 ‘완전’한 사람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 ‘완벽’이란 게 있을 수 있는 것인가, 결국 문제는 어떤 점이 갖춰져야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책의 줄거리가 표지에 거의 다 담겼다. 이야기를 읽고 표지를 다시 보면 작은 별에 섬세하게 내용을 표현했음을 알게 된다. 한때 이 별에서 인간과 공존했던 자연(멧돼지 산바)은, 인간의 개발로 점점 쫓겨나다 죽임을 당한다. 이 별에서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연과 사람이 대상화되고 피폐하게 된다. (25) ‘피폐’라는 단어를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사전을 찾아보니 ‘어떤 대상이 거칠고 못쓰게 됨. 지치고 쇠약해짐.’이라고 쓰여 있었다. 피읖이 두 개나 들어간 두 글자짜리 그 단어가 이상하게 마음에 달라붙어 주호는 소리 내어 서너 번 발음해 보았다. 주호는 부모에게 버려진 뒤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외딴 섬에서 외롭게 산다. 유림이는 이유도 모른 채 가혹한 가정 폭력을 당한다. 홍..
요즘 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의 질문을 모아 토론을 하고 있는데, 각 반별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 바로 '세자와 대군은 그냥 데려가게 하고, 왕비는 데려가지 못했는가?'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찾아낸 답은 정말 놀라울 정도.^^ '세자와 대군이 가버려도 왕비가 새로 아들을 낳을 수 있으니 후사를 위한 가능성을 위해 그랬다, 박씨가 왕비와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었다, 평소 왕비가 자애로워 임금보다 더 백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등 정말 기상천외한 답들이 쏟아졌다. 아이들과 함께 고민 끝에 찾아낸 답은 바로 왕비는 단순한 왕의 부인이 아닌 '국모'라는 점이었다. 국모가 끌려가는 것은 조선인들에게는 분노와 수치심을 안겼을 것이고, 국모를 지켜내는 것이야 말로 조선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는 결론..
수돗물을 받아 주전자에 끓인 물에 설탕 한 숟가락을 넣은 따뜻한 설탕물이 오랜 여운을 준다. 행복구, 해원동, 낙원동, 난장이. 읽다 보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뒷이야기 같은 느낌이 든다. 재개발로 쫓겨난 난장이네 가족들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는 무관하게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거나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다’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물론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살기 어렵겠다는 건 상식이고. 주인공 란이는 ‘남자’, ‘여자’ 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아빠와 가족을 떠난 엄마가 있다. (116) 란이는 청주분식을 나오며, 그게 그렇게 힘든 건가 생각했다. 남들처럼 아침에 출근해 저녁까지 일하는 것. 한 달에 한 번씩 월급을 가져오는 것. 그리고 월급날은..
"콤플렉스의 밀도"라. 콤플렉스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에게 '콤플렉스'라는 점에서 느끼는 아픔은 같다는 걸 의도한 제목인 듯 싶다. (183) 콤플렉스 없는 인간은 없습니다. 아무리 콤플렉스를 극복했다 하더라도 극복되지 않는 나머지들은 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이 콤플렉스를 억지로 무시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콤플렉스는 칼 융이 "새로운 일을 해낼 가능성의 실마리"라고 말한 것처럼 창조력의 원천이자, 개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엔진과도 같은 내연기관입니다. 자신의 콤플렉스와 직면하여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과거와는 달리 훌쩍 성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송미경, 젤잘자르 헤어 '젤잘자르 헤어'에는 '털'로 상징되는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와서 ..
'문학동네' 청소년 테마소설 시리즈 중 가장 문제작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 내용을 되새겨 보는 단편들이 많다.'인간'이란 단어가 함축하고 있듯 '관계'가 인간의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엮은이도 책 마무리에서 관계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공감이 가는 말이다. (203) 관계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적절한 관계 맺기에 실패하는 것이 개인의 탓이 아니라 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 모순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관계의 문제를 생각할 때는 항상 타자와 나 사이의 균형 잡힌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현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일까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 책에는 7편의 이야기가 실펴있다. 1. 이금이의 '1705호' 아파트는 철..
청소년 소설들의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청소년들의 삶도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다. 보기에 따라선 개별적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고 성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또 청소년 문제가, 청소년의 성장과정 몇몇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성장 과정이라는 점에서 공유하고 풀어가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책 표지, 제목에서 느껴지듯 건강한 캐릭터 용지호가 불의에 맞서다 곤란에 겪지만 결국은 이겨낸다는 건강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렇게 정리하기엔 몇몇 고민거리들이 있다. 먼저 가정과 학교의 문제가 눈에 띤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정은 조기 퇴직에 대한 위협,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로 경제적인 불안에 시달린다. 학벌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도 청소년의..
책을 먼저 읽은 아내가 “지금까지 너무 많이 아는 척 했다”며 책을 건넸다. 책 날개의 94년생, 대학 재학 중인 작가의 프로필이 눈에 띤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한다는 이야기처럼 고3 세 명의 입장에서 어른들, 특히 교사와 부모의 ‘아는 척’에 대해 비판하고 나름 복수도 한다. 리얼하게 말과 이미지로. 기실 어른들이 꼰대가 된 것은 자신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그 경험이 자식의 문제에서는 더 독한 꼰대가 돼 가고 있다. 부모들이야 자식 한둘밖에 키우지 않으니 그럴 가능성이 더 많다고 해도, 매년 새로운 아이들과 관계 형성을 하는 교사가 더 독한 꼰대가 돼 간다는 것은 반성할 부분이다. 역시 부모와 같은 이유로 교사 역시 자신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