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독서 모임을 함께하는 한 선생이 지나가는 톡으로 이 책을 추천했다. ‘5분 독서’ 시간에 이 책을 읽는 학생들도 있어 이야기도 나눌 겸 책을 들었다. 중학교 1학년 여학생들의 이야기로, 여자 아이들 사이의 관계를 잘 포착했다. 중학교 시기는 참 애매하다. 원래 '중간' 자체가 위치상 애매하기도 한데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초등학교와 미래에 대한 준비로 갈등이 명확한 고등학교에 비해, 모든 상황과 관계가 중첩된 중학교는 애매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학생의 본분이라는 공부 고민보다 관계나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감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 그래서 중학 시절 갈등했던 아이가 고등학교 첫 해를 보내고 와서 하는 이야기는 참 허무하다. 중학교 때 왜 그랬을까, 그때는 그래야할 것 같..
모임에서 8월에 읽고 이야기 나누기로 했는데, 초반에 책이 잘 읽히지 않아 포기했다. 여느 때 같으면 그래도 읽으려고 시도했을 텐데, 코로나 19로 카페에서의 모임이 불편해 불참하기로 마음 먹으니 다시 책을 들기가 어려웠다. 모임 후기에 재미 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힘을 내서. 삽화 하나 없는 두툼한 소설책. 무슨 이야기로 가득 채웠을까. 다시 50여 쪽을 넘겼는데도 여전히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일단 주인공 ‘코일’이 너무 답답하다. 또 주인공의 상황을 생각하면 처참하고 심각한데 대수롭지 않게 풀어가는 서술자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고. 그런데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몰린 코일이 고향인 뉴펀들랜드섬으로 가는 부분부터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달라진 시공간과 사회문화적인 배경, 낯선 사람들과의 ..
이 책을 읽고, 이어서 영화 “콘택트(contact)”를 보았다. 확실히 이 책은 ‘칼 세이건’을 오마주한 책이다. “콘택트”도 읽어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영화부터 보았다. 원작과 영화에 다른 점이 있다고 하지만 “코스모스”와 결이 비슷해 ‘칼 세이건’ 박사를 쉽게 떠올렸다. 부끄럽게도 몇 년 전까지도 ‘칼 세이건’을 몰랐다. 문과생들만 모여 있는 독서 모임에서 각 분야의 고전도 가끔씩 읽어보자는 제안으로 읽게 된 책이 “코스모스”였다. 숙제가 아니라면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다. 전공 서적도 아닌 대중 서적에서 거꾸러지는 것 같아 어떻게든 읽어보려고 관련 자료를 찾아 듣고 보다 보니 “코스모스”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띄엄띄엄 읽어 사실 완독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다만 “코스모스”를 읽..
인간은 혼자임을 받아들이며 자기의 세상을 갖고 있는 ‘노은유’ 무리를 지향하며 맞추려고 하지만 나만의 세계를 블로그를 통해 그리며 유지하는 나, ‘다현’ 무리 지어 다니며 저희들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송아람 등 또래 아이들. 여학생들 사이에서 이합집산하며 생기는 따돌림의 문제를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 왜 그렇게 집단을 이루려고 할까 특히 무리에 포함되기 위해 무리해서 나를 내려놓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일단 중심은 나에게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대등하지 않는 관계는 쉽게 불안해지고 변두리로 밀려나게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을 거리두기를 통해 바라보며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보기를 제안하는 게 인상적이다. 특히 블로그에 생각을 담아내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목을 집중하기 위해 무리..
'이유'는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이 책은 여행의 의미에 대해 작가의 경험과 그것이 작품으로 이어지는 배경을 이야기하고 있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를 줄 것 같다. 물론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았더라도 '알쓸신잡'에서 보았던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입담을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여행에 대해 공감하고 의미를 되새겨보는 재미 있는 시간이었다. *추방과 멀미 (51)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난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 발췌해 놓고 보니 더..
전편 의 역동적이고 당찬 여성들을 목격하고 난 후, 를 읽으니 생각보다 고루하고 평범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옮긴이가 가 인현왕후 폐위와 연관해서 쓴 목적소설이 아니라고 하니, 약간 허무한 생각도 들었다.그럼에도 일단 하루 만에 다 읽었다는 점, 제목만 들어봤지 그 동안 읽지 못했던 를 읽었다는 생각에 좀 뿌듯하기도 했다. -인상 깊은 구절- (28) “지아비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 실로 부덕(婦德)이다만 남편이 잘못된 행동을 할지라도 순종할 것이냐?”“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옛말에 ‘부부의 도리 또한 오륜에 속해 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에게는 간언하는 아들이 있고, 나라에는 간언하는 신하가 있으며, 형제는 바른 도리로 서로 격려하고 벗들은 착한 행동을 권하는데 어찌 오직 부부의 경우만 그렇지 ..
24~25 다음에 춘의 시를 읽었는데, 공이 갑자기 화를 내면서 종이를 던져 버렸다.“어린 자식이 이리도 막돼먹었으니 우리 집안이 망할 징조다.”춘은 놀라서 황급히 머리의 관을 벗고 당 아래로 내려갔다. 성생이 나아가 말했다.“명을 받들어 갑작스레 시를 짓다보면 잘못 지을 수도 있습니다. 혹 흡족하지 않으실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다니요.”공이 말했다.“아니다. 아니야. 시를 짓고 못 짓고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경박함과 음탕함이 시에 가득하니, 이런 놈은 앞으로 집안을 어지럽힐 게다.”✎ 불행의 씨앗이 보이는 대목이다. 이렇게 대놓고 차별하고 꾸짖는데, 춘이 마음으로 반성할 수 있을까? 시 한 수로 집안의 길흉화복까지 꿰뚫어 보는 아버지가 왜 아들을 다르게 감화시킬 방법은 알지 못할까? 62 (채..
햇볕의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표지,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제목.그러나 곱씹을수록 어려운 관계이다.내게 무해한 사람이 나에게 모든 것을 맞추려는 사람이라면 발전이 없는 관계이므로 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누구에게든 무해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작가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의 지점을 포착하여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그래서 남의 일기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의 7편의 단편들에는 30대 중반의 처지에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의 다양한 만남에 대해 섬세하게 성찰하고 있다. 작가의 이야기를 읽을수록,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쳤을 순간들이 떠오른다. (209) 그런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 나를 오해하고..
열일곱 ‘나’는 학기 초 게임하며 친해진 친구 ‘서찬희’가 태권도 유망주 ‘안승범’이 주도한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친구의 자살을 막지 못한 자책으로 달리는 트럭에 뛰어들고 크게 다친 ‘나’. 병원에서 친해진 태권도장 관장에게 권투를 배워 복수하려고 한다. 줄거리에서 짐작하듯, 이야기는 학교폭력의 방관자 입장에서 그려진다. 이야기에는 큰 반전이 있다. 그만큼 학교폭력에서 방관자 역시 큰 상처를 입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성장 소설이 그렇듯, 이 책에 등장하는 교사의 모습도 학교폭력을 방조하거나 학교폭력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모르는 무능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우리 주변의 여러 학교가 따뜻하고 편안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항변하고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