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만나요(잭 쳉)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가족과 갈등할 때
- 2020. 2. 16.
이 책을 읽고, 이어서 영화 “콘택트(contact)”를 보았다. 확실히 이 책은 ‘칼 세이건’을 오마주한 책이다. “콘택트”도 읽어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영화부터 보았다. 원작과 영화에 다른 점이 있다고 하지만 “코스모스”와 결이 비슷해 ‘칼 세이건’ 박사를 쉽게 떠올렸다.
부끄럽게도 몇 년 전까지도 ‘칼 세이건’을 몰랐다. 문과생들만 모여 있는 독서 모임에서 각 분야의 고전도 가끔씩 읽어보자는 제안으로 읽게 된 책이 “코스모스”였다. 숙제가 아니라면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다. 전공 서적도 아닌 대중 서적에서 거꾸러지는 것 같아 어떻게든 읽어보려고 관련 자료를 찾아 듣고 보다 보니 “코스모스”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띄엄띄엄 읽어 사실 완독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다만 “코스모스”를 읽으며 알게 된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 있네”를 출퇴근길에 들으며 나에게는 미지의 영역과 같았던 자연과학의 세계와 ‘콘택트’하게 되었다. 한 걸음씩..
무언가를 아는 과정이 그렇겠지만 우주는 그 거대한 스케일로 인해 다가가기 어려웠고, 다가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개안(開眼)의 과정이었다. 현상을 뛰어넘는 진리, 진리로 여겨졌던 것들 사이의 충돌과 혼란, 그러는 과정에서 대면할 수밖에 없는 협소하고 찰나와 같은 인간의 시공간에 대한 인식과 그로 인한 편견들. 그래서 우주는 우리 인류의 연대를 통해 꾸준히 한 걸음씩 다가가고자 하는 용기와 신념을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콘택트"에서 만난 우주인이 우리에게 격려했듯.
이 책 “우주에서 만나요”는 필연적으로 우리 인간에 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열한 살 주인공 앨릭스는 ‘칼 세이건’ 박사의 글을 읽으며 외계지적생명체의 존재를 확신한다. 마침 지역에서 열리는 로켓발사대회에 보이저 1,2호에 미처 담지 못한(사랑에 빠진 남자의 목소리 등) 지구의 소리를 녹음하고 이를 탑재해 외부지적생명체에게 지구를 알리려고 한다. 그리고 이 여정은 여러 사람과 교류하며 계속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이복 누나까지 찾는다. 앨릭스와 만난 사람들 역시 끊임없이 알려고 노력하며 진실을 추구하는 앨릭스의 모습에서 마음을 열고 그만큼 성장한다.
그래서 이 책은 앨릭스가 만나고 겪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의 채록본 같다. 일기 같고, 가끔은 정황을 짐작하게 하는 ‘소리’를 통해 독자에게 상상하는 재미까지 준다. '우주'를 상정하고 이야기하니 인간과 세상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는 과정이 된다.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만이 존재한다는 것은 낭비다.(칼 세이건)
-(지구는) 창백하고 푸른 점(칼 세이건)
*인상 깊은 구절
(125) 제드 아저씨는 칼 세이건을 찾고 싶다면 용감해져야 한다, 하고 말했어. 그래서 나는, 칼 세이건을 잃어버려 이렇게 슬픈데, 다시 못 찾을까봐 이렇게 무서운데, 그리고 칼 세이건이 배가 고플까봐 이렇게 걱정이 되는데 어떻게 용감해질 수 있어요? 했어.
제드 아저씨는 바로 그래서 용감해져야 하는 거라고. 행복할 때만 용감한 것은 진정한 용기가 아니라고 했어.
✎ ‘칼 세이건’은 앨릭스가 유기견에게 ‘칼 세이건’ 박사를 오마주해 붙인 이름이다. 로켓을 발사하고 돌아오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칼 세이건’을 잃어버린다. 사람도 적응하기 어려운 낯선 도시에서 ‘개’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려운 상황일수록 용기가 필요하다. 생각해 보니 그게 ‘용기’이다.
(163) 하지만 부모님들은 때때로 자식들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가 자라면 더 이상 당신들의 자식이 아니게 될 것처럼 생각하는 거지. 하지만 그게 바로 부모의 일이잖아! 우리를 길러 독립시키는 것! 그런데도 그 사실을 인정하기를 굉장히 힘들어하는 거야, 알겠어? 진실을 인정하기를 말이야.
✎ 부모들이 아이가 어릴 때에는 오히려 자식의 말을 더 들어주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존중해 주는 편이다. 그러다 사춘기가 되면 부모로서의 경험을 강요하다 충돌하기도 하고 그 힘만큼 멀어진다. 자식을 독립시키는 것, 그것이 진실이다.
(171) 그런데, 테라, 대학에 가는 목적이 단지 취직이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게 아니면 왜 가는데?
지식에 관심이 있어서 가는 거지.
✎ 11살 동생과 19살 누나와의 대화다. 앨릭스는 영웅인 칼 세이건이 대학에 갔고, 대학에서 배울 지식에 관심이 있어 진학하고자 한다. 그러나 테라는 대학이 취직을 위한 수단이라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부모님과 갈등을 빚고 있다. 대학에 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뭘 하고 싶은가가 먼저다.
(344) 혹시 내가 알아내려 했던 것들이, 이를테면 사랑과 용기와 진실의 의미 같은 것들이 그토록 보기 어려운 이유가 그것들 역시 테서랙트이기 때문이라면? 그것들이 전부 똑같은 테서랙트라면? 우리가 사랑을 느끼고 용감하게 행동하고 진실을 말하는 모든 시간들이 우리가 4차원인 시간, 우리가 우주만큼 크고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시간, 우리 자신이 별의 물질로 구성돼 있고 지구라는 별에서 태어났으며 우리가 세 살 때 돌아가신 아빠들과 LA에 사는 형들과 정신분열증이 있는 엄마들과 있는 줄도 몰랐던 테라들과 터틀넥 스웨터를 입은 영웅들과 선(禪) 원추들과 부차적인 모험들과 과민한 소화기관을 지닌 친구들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정말로 기억하고 제대로 아는 그런 시간이라면? 그리고 우리가 그걸, 그 느낌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랑과 용기와 진실 같은 말들이 그걸 온전히 묘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떤 소리나 음악이나 그림도 그것을 온전히 묘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들도 모두 그림자이기 때문이라면! 말 또한 그림자인 거야!
✎ 이 책의 줄거리와 인물, 주제가 잘 드러난 부분이라 발췌했다. 책을 읽다 보면 이 부분에서 이해할 것 같은 느낌과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공존한다. 딱 ‘테서랙트’를 이해할 것도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한.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 > 가족과 갈등할 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김민경) (0) | 2020.06.17 |
---|---|
변신 인 서울(한정영) (0) | 2020.04.18 |
페인트(이희영) (0) | 2019.10.25 |
난 밥 먹다가도 화가 난다(이선이) (0) | 2019.08.04 |
멧돼지가 살던 별(김선정) (0) | 2018.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