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대고 웃다가, 뒤로 갈수록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제목 때문인지, 아니면 표지 때문인지 가볍게 읽을 만한 성장소설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작가는 그런 점을 처음부터 의도했는지, 갈수록 묵직해지는 삶의 무게에 나도 또한 어깨가 무거워지는 듯했다. 초반에는 네 소년의 우정을 그린 "포틴(4teen)"이 떠올랐다. "얼음이 빛나는 순간"처럼 여행식 구조를 통한 과거 회상식 구성과, "날아라 로켓파크"처럼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성장하는 긴 호흡을 닮아 있었다. 성장한 후에 청소년 시절을 바라보는 구조로 돼 있어서, 아이들에게 막상 권하는 게 주춤해진다. 그리고 80, 90년대 정서와 코드를 과연 아이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재미있고, 기발하고, 익살스러운 ..
4teen(포틴)을 처음 읽었을 때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남자 아이들의 우정을 잘 표현한 책이 없어 이 책의 특정 부분을 발췌해 수업도 진행했다. 그러면서 4teen 이후의 삶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들의 고등학교 생활을 다룬 6teen의 출간 소식은 그래서 반가웠다.희한하게도 초등과 중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 고등학교와 대학교 사이에 큰 성장이 일어난다. DNA에 코딩된 것도 있겠지만, 환경의 영향이 크다. 일본 나이로 16세, 우리 나이로 17세는 공부의 정도나 진로 계획에 따라 성격이 다른 학교로, 지역으로 활동 범위가 커진다. 당연히 보고 듣는 것도 달라진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실존적 고민, 전망의 불확실함이 외롭고, 높고, 쓸쓸함을 낳는 것은 아닐까. 4teen의 10대 4명은 6teen에서 ..
청소년 소설들의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청소년들의 삶도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다. 보기에 따라선 개별적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고 성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또 청소년 문제가, 청소년의 성장과정 몇몇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성장 과정이라는 점에서 공유하고 풀어가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책 표지, 제목에서 느껴지듯 건강한 캐릭터 용지호가 불의에 맞서다 곤란에 겪지만 결국은 이겨낸다는 건강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렇게 정리하기엔 몇몇 고민거리들이 있다. 먼저 가정과 학교의 문제가 눈에 띤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정은 조기 퇴직에 대한 위협,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로 경제적인 불안에 시달린다. 학벌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도 청소년의..
표지처럼 싱그럽고 산뜻한 소설이었다. 어찌보면 판타지같기도 하고. 편견일지 모르지만 고등학생, 그것도 남학생들이 원예반을 하며 식물과 교감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는 판타지에 가깝기도 했다. 우연히 버린 물에 살아난 식물을 보며 정기적으로 물을 주기 시작하고, 화초에 대해 공부하며 꽃을 기다리고, 일상처럼 꽃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정말 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요즘 매일 새로운 경이로움에 빠져 있기에 다쓰야와 오와이, 쇼지의 경험에 절대 공감한다. 작년 가을 꽃기린을 선물로 받았었다. 그걸 학년실에 그냥 방치해 두었다. 사시사철 꽃이 핀다던 화분은 겨울이 되더니 시들해지고, 누구의 손길도 거치지 못했던 화분은 1, 2월을 지나며 거의 고사 직전이 되었다. 그런 꽃기린에 1주일에 한 번 씩 물을 주고, ..
뜨거운 여름, 내리쬐는 태양에 무기력해지기 마련이지만,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방학이 있기에 소중한 시간이다. 어찌 보면 여름은 장마와 달리 지지부진하거나 우중충하지 않고 화끈한 계절인 것 같다.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자연만이 가을에 결실을 맺을 수 있으니까. 하라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초등학교 6학년인 ‘류’, ‘하라’, ‘모리’는 죽음이 궁금하다. 죽음은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 자체로 무섭지만 모르니까 궁금하다. 아이들은 곧 죽을 것 같은 홀로 사는 할아버지를 감시하면서 죽음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나가려 한다. 하지만 곧 죽을 것 같던 할아버지는 자신을 감시하는 아이들을 보며 (오기일지 모르지만) 더 열심히 생활하기 시작한다.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진 어느 날 아이들과 할아버지는 자연스럽게 어울..
14살, 사춘기 남학생 4명의 이야기다. 보통 집에 평범한 생활을 하는 데츠로, 뛰어난 머리의 수재 준, 조로증을 앓고 있는 나오토, 가난한 집의 뚱뚱한 다이. 이들 넷은 조금 독특하지만, 사춘기 소년들의 보편적인 모습을 보인다. 성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과 욕구로 뭉친 아이들은 서로 많이 다른 모습을 인정하고 함께한다. 이 시기 아이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보다 친구들과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또한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 이런 점을 아주 잘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조로증에 걸린 친구, 게이친구, 재능은 없으면서 계속 나대는 재수 없는 친구, 거식증과 폭식증을 넘나드는 여자친구 등의 다양한 상황을 보여 준다는 점은 대단히 훌륭한 성장소설의 요소다. 조로증에 걸린 친구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