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한결 포근한 날씨라고 하지만 일교차가 큰 날이 여러날 지속되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라며 아이들과의 생활을 말씀드립니다. 우리 아이들이 중학생이 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교과 담당 선생님들이 바뀌고, 과목별로 숙제가 부여되고, 학교를 마친 후에는 학원에 가야하는 등 공부에 대한 부담도 많이 늘었을 것입니다. 그걸 지켜봐야하는 부모님들 역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조바심도 불안감도 만만치 않게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3월은 기본적인 습관이나 학급 운영의 기초를 다지는 시간으로 보냈습니다. 학급 임원을 선출했고, 학급 활동의 근간이 될 모둠을 구성했고, 모둠장을 선출했습니다. 꿈공책을 만들어 과제 기록, 하루하루의 생활을 간단하게 메모하고 있으며 학급..
이번 학부모 상담은 의욕이 너무 앞섰다. 학부모 총회가 끝나길 기다리며 부모님이 오신다고 말한 아이들의 설문지와 학부모 설문지를 다시 살펴보고 머리 속으로 아이들의 특성을 떠올리며 아이들에 대한 내 느낌을 정리하는 것까지 좋았다. 이 지역에서 마지막 근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업무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났기 때문일까. 막상 학부모와의 상담에서는 잘하고 싶은 마음을 너무 솔직하게 드러내 말이 너무 많았다. 핑계를 대자면 학부모님이 너무 많이 오셨다. 아이들에게 들었을 때는 열 분 정도 오실 줄 알았는데 막상 스무 분이 넘자 조금 긴장했다. 학급 운영의 목표라든가, 학급 운영 계획에 대해서는 이미 문서로 안내를 했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학부모님이 너무 많았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정방문 기간에..
당숙께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와 아내, 산하와 함께 당숙의 고향이자 아버지의 고향인 강진 마량 원포에 다녀온 게 3개월 전 일이다. 당숙은 병원에서 3개월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는데 그 말이 예언이나 되듯 3개월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지금 원포는 포구가 아니다. 지명 이름에 '포'가 붙은 걸 보면 마을까지 연결된 제법 큰 물길이 있어야하는데 마을 앞부분까지 농지만 있는 걸 보면 간척 사업으로 그 이름을 잃은 것 같다. 원포는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한 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 번, 당숙이 위암 판정을 받아 병문안 드리러 간 것 한 번, 이렇게 세 번 다녀왔다. 원포에서는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지만 나를 보고 아버지를 떠올리신 당숙의 추억 덕분에 원포는 아버지를 떠..
독서는 고도의 정신 활동이며, 영혼의 울림을 통한 내적 변화를 궁극적 목표로 하기 때문에 스스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의 준비가 없이는 어떤 상호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 단순히 논술이나 시험 대비를 위한 실용적 독서를 뛰어넘어 책읽기의 즐거움을 깨닫는 수준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격려하고 최대한 학생들의 자율성에 기초하여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여러 가지 대안이 필요하다. 이에 수업과 학급운영 속에서 자연스럽게 책읽기 문화를 몸에 습득할 수 있도록 2006년 1년 동안 여러 가지 독서교육을 계획하고 실천하였다. 이런 활동들이 아이들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아직 평가 전 단계이기에 섣불리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없지만, 책을 읽는 아이들 모습은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책을 ..
광주에 사는 국어교사에겐 두 가지 의무감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하나는 광주에 살기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5.18민중항쟁, 또 하나는 경쟁과 효율에 내몰려 끊임없이 존재를 위협받는 한국어와 한글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념하는 것이다. 올해 한글날은 훈민정음 반포 후 560돌, 기념일로는 80돌, 게다가 기념일이 아닌 국경일로 다시 지정되었기에 그 의미 또한 크다. 마침 교과서에 훈민정음 창제 과정의 논란을 통해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뜻, 언어의 민주화에 대한 글이 실려 있어 교과서와 동영상을 통해 한글 창제 배경을 살피고, 틀리기 쉬운 우리말, 어원도 모르고 쓰는 우리말을 골라 우리말 겨루기를 해 보면서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수행과제로 중학교 1학년 수준에서 살려 쓰면..
교과서를 달달 외워야했던 대입학력고사가 끝나자 내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기타와 컴퓨터였다. 기타는 낭만을, 컴퓨터는 진보를 뜻하는 듯 느껴졌다. 둘 다 손가락으로 하는 것이지만 자판을 외우고 도스 명령어를 외워야했던 컴퓨터 보다 기타 치는 재미가 더 쏠쏠했는데 Dm, Am 등 코드 몇 개만 배우면 쉽게 연주할 수 있는 노래가 꽤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닥불", "꿈을 먹고 사는 젊은이" 제목마저 다분히 옛스럽고 낭만적인 이 노래들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겐 내가 아이들보다 부모님 세대에 더 가깝다는 기억만 줄 그런 노래들이지만 반복되는 음률 속에 젊음과 추억, 동질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외우지 못한 코드 때문에 연주를 멈추기도 하고, 감정이 격해지다 보면 기타를 뒤집어 타악기로 쓰기도 했지만 힘겨..
3박 4일 대구카톨릭대학교에서 열린 전국국어교사모임 겨울연수에 다녀왔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갈 수 없었는데, 나라말향기 발표와 관련하여 문제를 제기한 상태라 3박4일 일정 모두를 참석하게 됐다. 결론은 가기를 참 잘했다는 것이다. 이번 연수는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하고, 연구 소모임들의 연구내용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형식적인 문장에서 벗어나 내 개인적인 느낌만을 적어본다면 다음과 같다. '교육과정'은 교사 교육과정에 초점을 맞춘듯 싶다. 경북대 김민남 교수는 '밀실'과 같은 교실(교육)의 특성상 어떤 교육정책도 성공할 수 없으므로 결국 교육과정은 '교사교육과정'을 의미하고, 공교육의 신뢰도 결국 '교사'에게 달린 것이므로 '교육이력철'이라는 개념을..
광주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것 외에 ‘광주’와 ‘국어’의 정신을 새롭게 잇는 교육활동을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18민중항쟁’의 정신을 새롭게 잇는 수업, 우리말글을 통해 올바른 우리 얼을 세우는 수업이 그것인데, 그래서 우리들-지금 선생님일기를 돌아가며 쓰고 있는-은 훈민정음 창제 558돌을 맞아 나름대로 수업의 체계를 세웠다. ①우리말을 자유스럽게 쓰지만 한글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한 수업, ②한글의 과학성과 체계성, 창제 배경을 이야기하는 수업, 우리말의 특징을 공부하는 수업, ③우리말글의 파괴 현상과 그것을 올바르게 고치는 수업, ④언어의 바탕에 있는 우리 민족의 삶과 철학에 대한 공부, 영어공용화론과 한자병기론의 문제점을 생각해 보는 수업이 ..
여름이니까 더운 날씨가 당연하지만, 낮에는 뜨거운 햇빛으로 밤에는 후텁지근한 열기로 사람을 구워삶고 있구나. 날씨에 몸 상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거라. 2주에 한 번은 연락하자는 약속 잊지 않았지? 너희들이 보낸 편지에 답장도 하고 너희들의 답장을 기다리며 내가 보낸 방학 생활을 이야기한단다. 그래야 개학 후 낯설음도 많이 사라지겠지. 방학 첫 날은 우리반 남학생들이 봉사활동하는 날이었단다.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방학 때 만나니까 반갑고 새롭더라. 14명이 모여 성적표 발송 준비도 하고 학교 창틀과 복도를 구석구석 청소했지. 사람이 온 흔적을 남겨보겠다고 부지런히 덤벼들었지만 학교가 너무 넓었단다. 청소 후에는 얼음과자를 먹으며 1학기에 힘들었던 일, 고쳤으면 하는 일들을 이야기했다. 남학생들하고만 모..
어중간하게 끝난 단합대회였지만, 며칠 동안 고민했던 행사였다.전에 근무했던 학교라면 이미 체육대회나 단합대회로 충분히 시끄러웠겠지만, 신설학교라 굵직한 행사가 많아 아직까지 ‘조용한 학교’다. 이런 분위기를 처음으로 깨는 학급 행사라 부담이 되었다. 인터넷을 뒤져 학급놀이를 찾아보고, 관련 책도 참고해 먼저 함께 참여하는 '보드가드 피구', 모둠끼리 연대해 활동하는 '아메바 달리기', 마지막으로 '모둠별' 줄넘기 시합을 계획했다. 크기 부담되지 않으면서도 모둠끼리 호흡을 맞추는 놀이를 주로 계획했던 것이다. 예상대로 단합대회 날짜가 다가오자 몇몇은 집안 일이나 학원과외로 참여하기 힘들다고 했고, 또 몇몇은 갑자기 아프거나, 집안 일이 생겨 먼저 들어간다고 했다. 항상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갑작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