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총회, 면담을 마치고.
- 행복한 글쓰기/가르치고 배우며
- 2007. 3. 21.
이번 학부모 상담은 의욕이 너무 앞섰다.
학부모 총회가 끝나길 기다리며 부모님이 오신다고 말한 아이들의 설문지와 학부모 설문지를 다시 살펴보고 머리 속으로 아이들의 특성을 떠올리며 아이들에 대한 내 느낌을 정리하는 것까지 좋았다. 이 지역에서 마지막 근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업무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났기 때문일까. 막상 학부모와의 상담에서는 잘하고 싶은 마음을 너무 솔직하게 드러내 말이 너무 많았다.
핑계를 대자면 학부모님이 너무 많이 오셨다.
아이들에게 들었을 때는 열 분 정도 오실 줄 알았는데 막상 스무 분이 넘자 조금 긴장했다. 학급 운영의 목표라든가, 학급 운영 계획에 대해서는 이미 문서로 안내를 했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학부모님이 너무 많았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정방문 기간에 따로 전화 통화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특별한 질문도 없고, 학부모님들의 눈이 나에게로 모이자, 그래도 학교에서 보낸 세월이 있어서인지 떨리기보다는 평소에 마음 먹었던 생각을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두 시간 가까운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독서의 중요성과 만쪽 읽기 활동의 의의 소개,
-학부모님의 뜻에 따라 아이들을 학원에 맡기기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 그리고 이것을 시험할 수 있는 시간이 중학교 1학년 이라는 것.
-집에서 공부할 경우 부모님이 곁에서 지켜보는 것의 중요함과 결국 아이들에게 마음과 행동으로 마음을 쓰는 것 만큼 아이들은 변화하기 마련이라는 것.
-숙제와 수행평가를 꼼꼼하게 해결하고 글씨 또박또박 쓰도록 관심을 갖는 것.
-전체 점수를 합산하여 아이들의 석차를 확인하는 것보다 과목별 석차를 통해 부족한 과목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아이들이 필요한 만큼 용돈을 주거나 물건을 사주기 보다 약속의 이행 여부에 따라 또는 가사 노동을 통해 보충하여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될 수 있으면 학교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늘이자는 것.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뚜렷한 목표를 세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따위.
이야기가 길게 진행되자 학부모님들은 이른바 일진회를 비롯한 학교 폭력은 없는지, 통학거리가 멀어 어려운 점이 있다거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성장이 더디거나 소심하지는 않는지, 성적은 어떤지 질문하셨는데 아이들 이름을 먼저 이야기하고 질문을 하셨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점도 있어 조금 조심스러운 시간이었다.
이후 몇 분 학부모님은 따로 아이들에 대한 걱정을 말씀하셨다.
다음날 아이들에게 어제 학부모님과의 상담시간에 잔소리가 너무 많았다고 이야기했더니, 저희 부모님들도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부끄러웠다. 행동보다 말이 앞섰으니..
올 3월은 여느 해에 비해 길게 느껴진다.
지루하고 어려워서 길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여유있게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좀더 많아서 다른 해보다 여유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1학년 담임들의 분위기도 좋다. 열심히 학급운영을 준비하는 선생님들도 많고 공유를 통해 학급운영에 대한 열의가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학급운영이 갇힌 성이 아니라면 다다른 학급운영의 방식들이 다다른 아이들의 반응을 이끌고 다양한 아이들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나름의 방식대로 말로 했던 내용을 실천하는 것은 아닌지....
이번 학부모 상담은 어렵다는 생각보다 책임감이 조금 더 많아져서 살짝 부담스러웠던 학부모 총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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