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책 읽기(2006 수업 사례 발표)
- 행복한 글쓰기/가르치고 배우며
- 2006. 12. 12.
독서는 고도의 정신 활동이며, 영혼의 울림을 통한 내적 변화를 궁극적 목표로 하기 때문에 스스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의 준비가 없이는 어떤 상호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 단순히 논술이나 시험 대비를 위한 실용적 독서를 뛰어넘어 책읽기의 즐거움을 깨닫는 수준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격려하고 최대한 학생들의 자율성에 기초하여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여러 가지 대안이 필요하다. 이에 수업과 학급운영 속에서 자연스럽게 책읽기 문화를 몸에 습득할 수 있도록 2006년 1년 동안 여러 가지 독서교육을 계획하고 실천하였다. 이런 활동들이 아이들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아직 평가 전 단계이기에 섣불리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없지만, 책을 읽는 아이들 모습은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찾으며, 나도 아이들도 성장하고 싶다.
1. 학급문고 모으기
3월 중순부터 300여 권의 권장도서 목록을 주고(나라말향기 자료 및 책따세 자료 참고), 집에 있으면 가져 오고 집에 없으면 올해 끝나면 되돌려 준다는 약속을 하고 1권 이상 씩 사서 가져오게 하였다. 교사인 나도 재작년부터 개인적으로 구입한 책 30여 권을 학급문고로 내 놓았다. (매년 이렇게 30권 정도의 책을 제가 맡은 반 학급문고로 쓰고 있다. 또 매 해 아이들이 실수로 가져가지 않거나, 일부러 기증한 책들을 모아서 또 다음 해 학급문고로 쓰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들과 마음을 합하여 80여 권의 책을 모았고, 책장도 구비되지 않은 까닭에 창틀에 꽂아 두고 학급문고 대출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학급문고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서부장이다. 다른 어떤 부장보다 똘똘하고 부지런한 학생을 뽑아 학급문고 관리와 도서대출을 맡겼다. (부장이 영리해서 도서부원들에게 역할분담도 잘 해 나갔다)
2. 아침독서
<아침독서에서 보내 온 책과 책장>
일본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시작한 아침독서 10분 운동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아침독서운동본부가 조직되어 신문을 제작하고, 급문고와 책장을 보내주는 등 적극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꼭 10분이 아니라도 무조건 책을 읽고, 교사와 함께 읽는다는 취지 자체가 좋았다. 대개 아침 자습 시간은 의례 ‘사제동행독서’라는 이름으로 책 좀 읽다가, 숙제하다가, 잠 좀 자다가 하는 형식적인 시간으로 보내버리기 일쑤였다. 올해는 ‘아침 독서 10분’이라는 이름으로 전 학급에 아침자습시간에 10분만 독서만 하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잘 지켜지는 듯 하더니 담임교사의 관심도에 따라 반별로 큰 차를 보였다. 우리 반에서는 꾸준히 독서활동을 해서 2학기에는 20분으로 늘렸다.
그리고 2학기에 국민일보와 아침독서운동추진본부가 진행한 3차 학급문고 보내기 행사에 선정되어 총 55권의 책과, 예쁜 녹색 책장을 받게 되었다. 이런 행사에 학급구성원들과 다 같이 참여하면서 우리 반의 아침 독서 활동은 좀 더 탄력을 받게 되었다. 우리 반에는 책장이 두 개 있다. 우리 학급에서 작은 도서관을 꾸릴 수 있게 돼서 아이들은 행복하다고 한다.
3. 도전 만 페이지 읽기
반드시 결과물을 내야 하는 기존의 독서교육은 아이들을 지치게 만들고, 독서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책읽기에 더욱 가까워지게 하는 방법으로 마냥 책읽기만을 강조해서도 안 된다. 독후감이나 독서록처럼 무언가를 적기보다, 그날그날 내가 읽은 독서 분량을 체크하여 일 년간의 독서 성장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도전 만 페이지’를 시작하게 되었다.(현재 전자공고에 근무하는 손연일 선생님이 시작한 방법이다) 하루 읽은 분량을 도서부장에게 이야기하고, 도서부장은 학생 개인이 읽은 페이지만큼 그래프를 올려주는 학급 독서 프로그램으로 모두 참여해야 하지만, 강제성을 두지 않기에 원하는 학생들이 주로 참여하는 자율적인 프로그램이다.(이것도 역시 도서부장이 똑똑해야 가능한 방법이다) 학교예산에서 학급당 10만 원으로 책정된 학급운영비를 활용하여 2006년 학급 마무리 잔치 때 만 페이지 넘긴 모든 학생들에게 시상을 할 계획이다. 이미 만 천 쪽을 넘긴 학생도 있고, 아직 300쪽도 읽지 못한 학생도 있지만 모두 그렇게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으면서 잘 참여하고 있다. 도서부장이 달마다 스티커 색깔을 바꾸면서 누계기록하기 때문에 한 달에 백 쪽을 넘기지 못한 학생은 도서부장이 만든 벌을 받기도 했다.
4. 수업으로 독서 활동 이끌기
3월 말과 4월 초 ‘책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였다.(광주국어교사모임 누리집 중학교1학년자료 132번) 한비야 등 명사들의 책읽기 관련 수필과 명언, 그리고 ‘KBS TV 책을 말하다 - 그들은 책을 읽었다(2001. 03.)’ 동영상을 보고 선진국의 독서 열풍을 시청하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동영상이 2001년에 제작되었음에도 학생들이 많은 자극을 받았다. 평소 국어수업에 열심히 참여한 학생이긴 하지만 아래 학생글을 참고해서 수업반응을 판단하길 바란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볼 때 독서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라 딱딱할 줄로만 알았는데, 우리나라의 독서문화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유럽의 여러 선진국들은 도서관이 아주 많이 발달해 있다. 그리고 그 나라의 명사들마저도 책을 아주 많이 읽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각 지역마다 고루 도서관이 있지 않을 뿐더러 도서관이 있다고 하더라고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았거나 읽고 싶은 책을 폭넓게 읽을 수 도 없다. 우리나라 국민이 책을 많이 읽어 선진국과의 지식격차를 줄여야 할텐데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사실 도서관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또한 내 또래 아이들도 요즘 독서보다 는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는 일상이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도서 출판시장과 도서관이 조금만 더 발달한다면 어린이들 및 청소년들이 다양한 책을 접하게 됨으로써 책과 친구가 되는 세상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선진국보다 못하지만 우리도 지금부터 책 한 권 씩 가방에 넣어 다닌다면 어떨까?
*학생글 - 1학년 4반 윤혜린
이 수업이 끝난 후 10점짜리 ‘한 학기 천 쪽 읽기’를 시작하였다.
5. 한 학기 천 쪽 읽기 수행평가
학생들의 독서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독후감보다는 좀 더 간단하면서도, 스스로 자신의 독서이력을 점검할 수 있는 ‘천 쪽 읽기 수행평가’를 마련하였다. 학생들이 누계표를 작성해서 가져오면 책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주고 서명을 한 것만 점수로 인정하였다. 한 학기 1000쪽 이상 읽는 것이 목표이고, 적어도 1년에 10권 이상은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100쪽 당 1점으로, 10점짜리 수행평가인데 천 쪽을 넘기면 가산점을 주기도 했다. 아래 칸부터 한 권 씩 채워나가는 방식이고, 만화책은 10쪽 당 1쪽으로 간주하였다.
일일이 학생에게 질문해서 책을 읽었는지 판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개인별로 독서이력서가 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반에 1~2명은 한 권을 겨우 읽거나, 한 권도 읽지 않는 학생이 있다는 것이 풀리지 않는 숙제다.
6. 방과후 독서토론반
1학기에 얼떨결에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밑천이라곤 나라말향기 상황 분과 활동을 하면서 남겼던 2005년 상황독서프로그램이 있었기에, 이름은 거창하게 ‘독서토론반’이라고 하고 10명을 모아 토론반을 시작하였다. 15차시가 목표였는데 실제로는 10차시 정도 실시했던 것 같다. ‘해피버스데이’, ‘지나의 다이어트 비밀일기’, ‘나의 그녀’, ‘플라타너스 나무 위의 줄리’ 등 상황분과에서 만들었던 자료를 중심으로 아이들과 함께 활동했다. 하지만 부모님이나 교사의 권유(?)로 방과후 활동에 무목적적으로 참여한 아이들이 대다수여서 활기있고 심도 깊은 이야기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그래서 2학기에는 그 동안 눈여겨 보아 왔던 학생 6명(책을 좋아하고, 수업시간 태도가 남달랐던)에게 제안해서 진짜 ‘독서토론반’을 조직했다. ‘진짜’라고 한 이유는 참여 동기의 순수성과 진정성 때문이다.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적극 호응했고, 방과후 활동비를 받지 않는 대신 책을 반드시 사서 읽는다는 조건으로 시작했다. 무엇보다 돈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학교가 요구하는 잡다한 요구사항에 맞추지 않아서 좋았다.(특히 시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었다) 9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각종 행사활동이 많은 때는 제외하고 모두 다섯 차례 토론반을 꾸려 왔다. ‘시집 내가 사랑한 사람’, ‘1리터의 눈물’, ‘씁쓸한 초콜릿’,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까지 다섯 시간 동안 총 네 권의 책을 읽었다.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학생들과 수업은 수업이 아니었다. 숨쉬는 자유공간이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방과후 활동을 이어갈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하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활동들이 아이들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책 속에서 자유와 행복을 느꼈던 감동을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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