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낙동강 종주[7.29토~8.1화] 2

3일째(7월 31일 월요일)

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년보~창녕함안보~하남읍

 

3일째 이동 경로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편의점에서 김밥을 산 후, 바로 자전거를 탔다. 달성보까지 가는 데 길이 너무 지루하고 밋밋했다. 2시간 정도 달려 달성보에 도착해 스탬프를 쾅쾅 찍고 다시 출발을 하였다

 

달성보

 

갈전리 집에서 화순온천까지의 거리인 5km정도를 가자 박석진교가 나왔다. 박석진교에서 한참을 가다보니 낙동강자전것길 지옥의 4고개 중 한 고개인 '다람재'가 나왔다. 다람재는 경사도 가파르고 정상까지의 거리도 멀었다. 게다가 코너만 돌면 정상이 나올 거라 생각했던 곳에 더 큰 오르막이 있었다. 체력이 거의 떨어졌을 즈음 정상에 도착했다. 그래도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보는 낙동강 풍경은 시원했다. 

 

다람재. 보이는 것처럼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이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피할 데도 없고 아빠가 계속 달리시기에 따라 갔다. 시원하니 좋았다. 하지만 나에겐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합천창녕보에 도착하기까지 거의 3km밖에 남지 않은 거리에서 지옥의 4고개 중 또 다른 하나인 '무심사'가 나타난 것이다. (무심사는 절이다. 무료로 재워주고 밥도 준다고 한다.) 무심사도 다람재에 비해 경사가 만만치 않았다. 무심사라는 이름답게, 아무 생각 없이 걸어야 정상까지 가는 데에 보탬이 된다. 어느 정도 급한 경사를 오르니 내리막길이 나와 정상인 줄 알았더니 다시 오르막길이 나타나는 화나는 일도 있었다. 

 

무심사 고개 정상에서 본 낙동강, 저 멀리에서 오른쪽 도로를 따라 왔다

 

간신히 무심사를 클리어하고 합천창녕보 가는 길에 오토캠핑장이 있는 곳에 매점이 있어 아이스크림을 먹고, 합천창녕보 매점에서 김밥과 컵라면을 먹었다. 충분히 쉰 뒤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이제 막 속도가 붙어 잘 가고 있을 때 레전드 중에 레전드, 지옥의 4고개 중 최고봉인 '박진고개'가 나타났다. 이 고개는 정말 더운 날에 가면 쓰러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한다. 경사부터가 차원이 다르다. 다람재보다 조금 더 경사가 심했고 정상까지의 거리가 어마어마하다. 가다가 쓰러지면 아래로 굴러갈 수 있을 정도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끌바를 했다. 친절하게 도로에, 남은 거리가 쓰여 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박진고개가 재미있는 것은, 도로 옆 벽에 낙서가 엄청 돼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그 낙서들을 보다가 박진고개 정상까지 왔다고도 한다. 나도 이 낙서를 보며 걸어 왔다

그중에 가장 참신한 낙서 몇 개를 골라와 봤다. “이 낙서를 보고 있나? 그럼 너는 끌바를 하고 있을 꺼야”, “아 창녕보 스탬프 안 찍었다” 등이 있다. 낙서는 재밌지만 현실은 정말 힘들었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와 쉬다가 경사를 내려갔다. 근데, 내려가는 길에 쓰레기 매립장이 있는지 악취가 심했다. 우리가 내리막길이라 크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반대편에서 끌바로 올라가는 아저씨를 보니 안타까웠다. 어쨌든 이제 지옥의 4고개 중에 한 고개만 남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박진고개, 도로 오른쪽 벽에 낙서들이 보인다
박진고개 정상, 쉼터에서

 

박진교를 넘어 조금 더 이동하니 지옥의 4고개 중 마지막 고개인 '영아지마을'이 나왔다. 영아지마을은 박진 고개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 거리가 박진고개보다 길고 완만하게 높은 경사가 계속이어져 있어서 정말 힘들었다. 영아지마을까지 지나고 나니 정말 힘이 다 빠져서 한발 짝도 못 움직일 것 같았다. 다행이도 영아지 마을 옆은 남지읍이라 마트와 가게가 많았다. 아빠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오랫동안 쉬었다. 그래서 힘이 나, 처음 자기로 했던 남지읍를 지나쳐 18km쯤 떨어져 있는 수산대교(하남읍)에서 자기로 했다. 

 

영아지 마을 정상, 멀리 보이는 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진짜 나의 한계를 뛰어 넘어 힘을 내어 페달을 밟았다. 미치도록 밟았더니 드디어 수산대교가 나왔다. 하지만 그 다리는 수산대교가 아니라 본포교였다. 정작 수산대교는 5km 더 가야 하는 것이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비도 오기 시작해 신나게 달렸다. 숙소를 검색해 수산교 근처 '궁 모텔'을 예약했다. 사장님이 자전거까지 보관할 수 있는 숙소를 안내해 주셨다. 저녁은 내가 먹고 싶어 했던 돼지갈비와 냉면을 먹었다. 이 날을 나의 한계를 뛰어 넘은 날로 기념하고 싶다. 하루에 무려 128km나 탔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개를 4개나 넘었다.

 

 

4일째(8월 1일 화요일)

하남읍~양산물문화관~낙동강하구둑~서부산터미널~광주

4일째 경로

 

오늘은 어제 자전거를 많이 타서 낙동강 하구둑까지의 거리가 70km 남짓 남았기 때문에 조금 늦게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자전거를 타는데 더워서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은 그냥 밋밋한 길이라 지루하고, 더워서 조금 어지러웠다. 

 

멀리 보이는 다리가 삼랑진교. 저기까지 가는데 10km를 돌아서 갔다


거기에다 양산 물문화관은 가도 또 가도 나오지 않아 화가 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가는 길에 자전거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푸드트럭이 있어서 팥빙수를 먹고 힘을 낼 수 있었다. 양산물문화관에서 스탬프를 찍고 이제 마지막 인증센터인 '을숙도(낙동강 하구둑)'를 향해 달려갔다. 

 

양산물문화관, 오는 길이 나무로 된 제법 긴 데크길이다. 햇볕을 가릴 나무가 없어 더웠다


하지만 그리 쉽지는 않았다. 너무 덥고 힘들어서 바닥을 보고 가다가 풀숲에 빠지거나, 강에 빠지지 말라고 설치해둔 난간에 부딪혀 피가 나기도 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힘을 짜내 무사히 종점인 을숙도에 도착을 했다. 마지막으로 인증 스탬프를 찍고 인증센터에서 낙동강 종주 인증을 받은 뒤 스티커를 받았다. 그래서 난 자랑스럽게 내 자전거에 붙여 두었다. 

 

낙동강 자전거길 종점, 낙동강 하구둑이다. 인증센터에 매점이 있어 얼음에 사이다를 부어 마셨다. 짜릿했다


을숙도에서 '서부산터미널'까지는 10km, 왔던 길을 돌아가야하지만 다리는 가벼웠다. 비를 맞고 다녀 신발에서 냄새가 심하게 났다. 버스 타면 여러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아빠가 서부산터미널 옆 홈플러스로 가자고 했다. 거기서 신발을 사고, 근처 목욕탕에서 깨끗이 씻었다.

저녁은 터미널 근처 횟집을 들렀다. 버스 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는데, 사장님이 낙동강 종주했다고 대견하다고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주셨다. 맛있게 먹었다. 버스 탈 시간에 빠듯하게 도착했다.

광주유스퀘어에 도착하니 11시, 사랑하는 가족들을 다시 만났다.

이번 낙동강 종주를 하면서 깨달은 교훈이 있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꼭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 낙동강 종주를 하면 힘들었고 나에게 좋은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 주신 아빠께 감사드린다.
그런데 아빠가 낙동강 종주했으니, 영산강, 금강, 한강까지 종주해 4대강 종주를 하자고 하시는데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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