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섬진강 종주[7.29(토)]
- 행복한 글쓰기/여행기
- 2020. 2. 25.
**기록하지 않으면 '좋았던 느낌'만 붙잡고 사는 것 같아, 노트앱에 거칠게 메모해 놓은 것을 뒤늦게[2020.2.26] 엮었다. 섬진강 종주 코스는 경치가 아름답다. 자전거 종주 코스들이 보통 댐에서 시작하고 중하류에 있어 풍광의 변화가 크게 없는데 섬진강은 풍광의 변화가 많아 눈이 즐거운 도로다. 한 번 더 달리고 싶은데 갈수록 시간내기 어려우니 내용을 업데이트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 첫 라이딩(2015.5.5)
2015년 어린이날 경험을 선물한다는 명분으로 5학년생 아들과 영산강 자전거 종주를 시작했는데, 아들이 힘들어 해 세 번에 나눠 종주를 했다.
1년이 지났으니 좀더 다리에 힘이 생기지 않았을까, 그리하여 2016년 5월 5일, 비슷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한다는 명분으로 '섬진강 자전거 종주'에 도전했다. 섬진강 145km를 한 번에 탈 수는 없어, 메타세쿼이어인증센터에서 남도대교인증센터까지 90km를 타기로 했다.
메타세쿼이어길에서 순창 유풍교까지 길은 영산강 종주 코스와 섬진강 종주 코스가 이어지는 구간이다. 자전거 종주 코스가 강을 따라 펼쳐지듯, 옛사람들의 생활도 강을 따라 펼쳐진다고 할 때, 전남 서부를 거쳐 서남해안으로 통하는 생활권과 전남 동부를 거쳐 남해안으로 통하는 생활권은 분명 차이가 있으리라. 그런데 약 60리 길로 이 두 생활권이 이어진다는 게 얼마나 신비로운가, 그런 기분에 한 걸음씩 내딛는 길들이 새로웠다.
도로는 메타세쿼이어길에서 대나무골테마공원 근처 이목마을까지는 약간 오르막길, 이후 순창 유풍교까지는 거의 평지다. 2차선 도로와 농로를 따라 여유있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유풍교에서 향가터널까지는 데크로된 오르막길이다. 근처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향가터널을 지나면 향가유원지, 향가인증센터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섬진강을 건너는 다리 일부 구간에는 바닥이 유리로 돼 있다. 이곳에서 횡탄정인증센터까지는 일부 비포장길과 나무데크길(겸면 쪽), 그리고 시멘트로 포장된 둑방길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 자전거 앞바퀴와 뒷바퀴에 펑크가 났고 이를 수리하는데 적지 않는 시간이 걸렸다. 수리 키트를 가지고 다녔지만 막상 펑크가 나니 어떻게 수리해야할지 유투브를 보며 따라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햇볕 아래에서 작업하느라 지치고 배도 고팠다.
횡탄정을 지나면 곧 산기슭 자전거 도로가 나온다. 경사가 큰 오르막과 내리막길 두 군데 정도를 지나면 압록유원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을 만난다. 2시 뒤늦은 점심을 압록 식당에서 먹었다. 압록에서 사성암인증센터까지는 자전거도로와 일반도로 겸용 구간이다. 기다리고 있던 아내와 만나 집으로 돌아왔다.
¶ 두 번째 라이딩(2016. 7. 29.)
그게 아쉬웠다.
그래서 내 생일을 앞두고,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명분으로 섬진강 종주를 다시 시작했다.
7월 29일 토요일, 아침 5시에, 아내가 임실군 강진면에 있는 섬진강댐인증센터까지 태워 주었다. 그때가 아침 6시.
내 고향이 전남 강진(읍)인데, 이곳 임실군 강진면과 혼동하여 낭패를 당했다는 글들을 떠올리며 출발했다. 광양 배알도인증센터까지는 약 145km, 이렇게 길게 자전거를 타 본 적은 없어 마음이 바빠졌다.
다행히, 길은 계속 내리막길이다. 김용택 시인 생가 표지판을 지나 물안개 낀 강변도로를 1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장군목인증센터'에 도착한다. 2000년, 문학기행으로 김용택 시인과 이곳 장군목 계곡의 오강바위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버스에서 내려 상당히 걸어왔던 기억이 나는데, 자전거로 이렇게 훅 들어오게 될 줄이야.
8시 무렵 순창읍을 지나 유적교 인근 정자에서 편의점에서 나온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었다. 조금만 더 가면 지난 5월에 자전거를 탔던 유등면의 '유풍교', 향가터널, 순창군과 남원시 경계를 달린다.
향가인증센터에서 횡탄정인증센터까지는 평탄한 길을 달린다. 아들과 함께했던 5월에도, 그리고 10시가 살짝 넘은 7월 말에도 심리적으로 힘든 길이다. 둑을 따라 푹트인 들판을 달린다. 그런데 풍광이 광활해서 속도감도 거리감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압록유원지에서 사성암인증센터까지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간간이 볼 수 있다. 덜 심심했다.
남도대교인증센터에 도착하니 2시 정도 되었다. 오는 길에 온도계가 있었는데 36.5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덥고 배도 고팠지만 혼자 먹기 애매해 간식으로 대신했다.
남도대교에서 다압면 매화마을인증센터까지는 일반도로를 타다 매화농장을 들렀다 다시 일반도로로 합류하는 길이었다. 매화밭이 도로보다 낮게 있어 제법 큰 경사를 내려갔다 올라오는 게 힘들었다. 매화꽃을 볼 수 있는 시기도 아니고 체력도 딸려, 일반도로를 타고 다압면에 도착했다.
배가 너무 고파 다압면 하나로마트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먹었다. 100km 정도 달린 것 같다. 한 번에 이렇게 멀리까지 자전거를 타 본 적이 없어 힘들었다. 엉덩이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너무 덥고. 잡생각도 많아졌다. 어차피 아내가 데리러 오기로 했으니 그만 가도 괜찮겠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여기서 멈추면 나중에 자전거 타겠다는 말을 하지 못할 것 같아 꾸역구역 달렸다. 자전거 타는 사람도 없다.
다압중 너머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수월정에서 잠시 쉬었다. 수월정에는 섬진강의 전설이 담긴 조형물(두꺼비)이 있었다. 거기서 휴가를 4대강 종주로 보내고 있다는 20대 남자를 만났다. 먼 거리를 다니는 사람이라 로드자전거에 짐도 별로 없어 보였다. 영산강 자전거도로 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다 헤어졌다.
멀리 하동 '송림'이 보인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봄 소풍으로 기차를 타고 여기로 왔다. 3학년 선배들이 시끌시끌했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음료수 병에 소주를 채워 마시다 섬진강을 향해 뛰어드는 친구를 말리느라 시끄러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그때 담임 샘께 동동주를 한 사발 얻어 마셨다. 허락된 일탈의 공간이라 기억이 생생하다.
'다압'은 고등학교 때 목회자가 꿈이었던 수학을 잘 하는 기숙사 친구의 고향으로 기억한다. 모르는 문제를 이 친구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데 사투리가 심해 잘 알아듣지 못했다. 수식을 보면서 이해했었는데.. 30년이 지났는데 잘 살고들 있겠지.
'송림' 지나고 나서 한참을 자전거를 탔다. 이미 섬진강은 하류라 바다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남은 거리를 생각하며 그저 페달을 밟았다. 한두 곳, 호남고속도로 섬진강대교인듯 싶은 곳을 지났으나 아니었다. 긴가민가 싶을 때 섬진강휴게소 바로 옆을 지나갔다.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옥곡 나들목을 지나고 있다고. 1시간 정도는 더 걸릴 것 같아 배알도수변공원에 해수욕장도 있으니 산책하며 기다려 달라고 했다.
작은 어촌을 지나 긴 경사로를 오르니 통행량이 많은 큰 도로가 나왔다. 다리 아래를 돌아 제법 긴 다리를 지났다. 바로 오른쪽으로 돌아 다리 아래로 내려가야하는데 지나치고 말았다. 유턴할 곳을 찾다 보니 한참을 더 가게 되었다. 너무 많이 간 것 같아 오던 길로 되돌아 왔다. 확실히 다리 근처에 '배알도인증센터' 표지판이 보였다. 5시 50분 즈음 배알도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앞 사람을 따라 인증수첩을 보여주었더니, 지난 번 영산강 종주와 이번 섬진강 종주까지 확인해 주고, 인증수첩에 확인 도장을 찍어 주고, 종주인증 스티커도 주었다.
아내와 민주는 해수욕장 근처 벤치에서 쉬고 있었다. 해수욕장이지만 개장하지는 않았다. 자전거를 차에 싣고 담양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 149km를 달렸다. 이렇게 멀리까지 자전거를 탄 적은 없었다. 또 하루에 자전거 종주 코스를 다 탄 적도 없었다.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꽤 의미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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