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로봇, 사람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문제를 다룬 단편집 "안녕, 베타"와 연관된 책을 찾다 추천받은 책이 "한 스푼의 시간"이다. 제목만으로는 그 의미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희색 바탕에 점점의 흔적들과 파란 물방울 속 세상의 표지가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알았다. 직장에서 명퇴를 당하고, 새로 시작한 세탁소가 자리잡힐 즈음 갑작스럽게 아내와 사별한 명정은 아들을 의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아들도 이국에서 이국으로 출장가던 중 항공사고로 갑작스럽게 잃고 아들의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홀로 살아내던 중, 아들이 남긴 인공지능로봇을 택배로 받으면서, 둘째를 낳으며 불려주려고 했던 '은결'이라는 이름까지 부여하며 함께 생활하게 된다. (227) 사람이 무너지면 무너진..
내용, 문장의 전개가 깔끔하다. ‘늘 같은 상태’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적확한 단어를 사용하려는 인물들 덕분에 그렇게 느껴진다. 이런 것들이 이야기를 더 낯설게 한다. 미래 어느 시기에, 인류는 ‘경험’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제거한 ‘늘 같은 상태’를 만든다. 신생아 수도, 직업도, 마을도, 자연 상태도 변수가 있어선 안 되며, 몇 번의 실수를 더 하거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즉각 ‘임무 해제’를 통해 제거한다. 그래도 혹시나 있을 변수를 대비해 ‘기억 보유자’를 둔다. 그가 임무를 해제할 즈음에 새로운 기억 보유자를 뽑아 기억을 전달하도록 한다.새로운 기억 보유자인 ‘조너스’는 기억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사랑, 행복, 외로움과 같은 것들을 경험하고, 선택할 수 없..
'속도'의 시대에서 되볼아볼 여유가 없어 놓치는 것은 독서도 마찬가지다. 2001년 독서 모임 '나라말향기'에서 이 책을 감동 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인디언의 삶을 다룬 책을 여럿 읽었던 기억도 난다. 한동안, 아이들 수행평가하며 줄거리를 떠올린 것 외에는 책에 대한 감상을 되돌릴 여유도 없이 지내다 이번에 아이들과 독서토론을 준비하며, 예전에 잊었던, 오히려 보낸 시간만큼 더 큰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자연스러움이 인간다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물들을 통해 자연스러움이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파괴되는 과정을 느낀다. 삶의 과정도 그렇지만 특히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서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에는 두 가지 죽음이 나온다. 윌로 존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은 인디언과 파일빌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