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어”를 읽고 작가님의 최근 책인 “브릿지”까지 마저 읽었다. 역시 첫 만남은 윌라 오디오북이다. 2025년 1월 최신작인데 호응이 많다. 이어 책으로 다시 읽었다. 제목과 표지에서 첼로 관련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브릿지’는 줄과 앞판 사이에 있으면서 줄에서 나는 소리를 몸통으로 연결해 주는 도구라고 한다.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줄의 장력에 끼워져 있어 넘어지거나 부러질 수 있는 도구다. 주인공과 음악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보인다. 주인공 인혜는 예술고 첼로 전공 학생이다. 특목고라는 좁은 문을 힘들게 열었지만 프로 연주자로 가는 길은 더욱 거칠고도 좁다. 음악 2반의 첼로 전공 학생은 6명, 벌써 1명은 부담으로 자퇴했다. 음악이 좋아 시작했지만 음악에 집중할수록 음악이라는 깊..
책값 좀 아껴보겠다고 새해부터는 웬만하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기로 결심했다. 다행히도 담양공공도서관에는 러시아 관련 책들이 작년에 비해 많이 늘어서 정독은 아니더라도 훑어보며 여행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는 좋을 것 같았다. 문제는 이었다. ‘열린책들’은 물론이고 ‘문학동네’ 출판사는 찾을 수 없고,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만화)과 ‘고교생이 되기 전에 읽어야 할 논술 필독’이라는 부제의 신원문화사 딱 이렇게 두 권만 비치돼 있었다.중고생 때도 읽지 않았던 중고생 대상의 책이라 기분이 좀 묘했지만(심지어 번역자 이름도 없다^^;;), 읽을수록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읽을수록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원래 제목이 ‘아버지와 아들들’이라고 하는데, 제목처..
‘인간’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우리는 아웃사이드에 있다가 관계로 묶여 인사이드로 들어온다. 즉 '인간'이 된다. 이 책 “아웃사이드 인”은 함께 어울려 다니지만 각기 다른 문제로 고민하며 아파하고 있던 단짝 친구들이, 만남 속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며 치유해 가는 과정을 세밀한 심리 묘사로 잘 보여주고 있다. 또 친한 친구들이 어떤 사건을 통해 더 친해지는 일반적인 성장의 이야기만 담는 것이 아니라, 전입생으로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던 '르네'가, 단짝 친구들의 우정을 보며 사람 속에서 새로운 관계맺음을 시작하겠다는 선택으로 끝맺어 제목처럼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관계의 시작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를 단짝 친구들의 처지에서 풀어나가는 구성이나 전입생의 눈을 통해 단짝 사이의 미묘한 심리 ..
청소년 문학을 쓰는 작가 중에는 나와 비슷한 연배임에도 아이들과 빠르게 호흡하는 작가가 꽤 많다. 에도 요즘 중3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가 표지나 구성, 문체에서 다양하게 느껴진다. 내 경험이거나, 내가 바라본 기준에서 비교하는 것이겠지만, 여자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 친하게 지낼 때에는 모든 것을 다 공유해야할 것처럼 하다가도, 사이가 멀어지면 완전히 단절한다. 심지어 새 친구에게 이전 친구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그게 이른반 '뒷담화'가 돼 따돌리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친구를 독점하고 싶은 이런 여자 아이들의 심리는 라는 책에도 잘 그려져 있다. 이 책의 제목인 '파랑'은 시원, 신선, 희망, 자유와 같은 긍정적인 의미와, 우울하다와 같은 부정적인 의..
"우리는 모두 우주의 고아이기 때문에, 따로따로 태어나서 따로따로 죽어 가는 우주의 고아이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반짝반짝 빛나지 않으면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삼켜져 사라져 버린대... 하지만 말야. 하지만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가끔은 손을 잡을 수 있는 친구들을 더 열심히 찾으라고 하셨어." 학교에서 따돌림당하고 자살 미수로 오해받고 있는 키오스크의 나직한 읊조림이다. 제목이 왜 ‘우주의 고아’인지를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이 책에는 네 친구들이 등장한다. 부모님이 맞벌이여서 언제나 외로운 남매 요코와 린, 그리고 친구가 된 소극적인 아야코와 왕따 키오스크. 이 네 친구들을 통해, 친구들과 의사소통하는 법, 그리고 공부 외에 소중한 것이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이 네 친구들이 갈등을 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