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한 책이다.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출신이고, 스탈린 사후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동유럽 국가들을 방문하며 쓴 기행문 형식의 글이다. 남미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과거 동유럽의 모습이라니!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유럽을 보며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울 하나를 얻은 느낌이었다.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이념에 의해 단일하게 교육 받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길은 놀라우면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가득하다. 특히 내년 여행하게 될 폴란드와 체코에 대해 작가가 다른 국가에 비해 긍정적으로 서술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상 깊은 구절>9 '철의 장막'은 장막도 아니고 철로 돼 있지도 않다. 그것은 빨간색과 흰색으로 칠한 나무 방책인데, 꼭 이발소 간판 같다. -두 눈..
(15) 일찍이 오산 차천로가 독축관으로 뽑혀 갔을 때 일본인으로 글을 아는 자들과 만났는데 차천로가 종횡 분방한 필치로 어찌나 시를 잘 썼던지 명성이 널리 퍼져 그 나라 사람들이 깊이 흠모하였다. 그 뒤 백여 년 동안 통신사가 갈 적마다 반드시 조정에서 글 잘하는 사람을 가려 뽑아 이름을 독축관 겸 제술관이라 하여 문필에 관한 일을 맡아보게 하였다. 그러다 임술년 사행 때부터 일광산에서 제사하는 일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독축관이라 하지 않고 제술관이이라고만 하였다.근래에는 글에 대한 왜인들의 열의가 더 왕성해져 우리 나라 사행이 들어가면 그 문예를 흠모하여 모여드는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 ‘학사 대인’이라 부르면서 시를 구한다. 글을 청한다 하여 거리가 꽉 차고 문이 메곤 한다. 그런 까닭으로 그들의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