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음울한 색채와, 표지에 그려진 캐리커처는 읽기 전부터 약간의 거부감을 주었다. 이 책을 읽는 초반에도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이름 때문에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은 한 중년의 남자 ‘피터르 핑크’-나름대로 성공한 변호사-가 내키지 않는 동창회에 참여하게 되면서(아내의 권유로) 시작한다. 이사를 간 이후 동창들과 연락을 아예 끊고 살았던 피터르는 고등학교 시절에 대해 떠오르는 추억이 거의 없다. 다만 덩치가 큰 아이들에게 둘러 싸여 늘 괴롭힘을 받던 '시히'라는 아이에 대한 기억이 악몽처럼 떠오를 뿐이다. 이야기는 서술자인 피터르 핑크가 동창회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면서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되..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그리고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는 감옥에, 어머니는 새아버지와 결혼해 산다. 그리고 감수성이 풍부한 14살 소녀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아이들이 우리 반에 배정됐다고 하자.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친다. 그런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이런 불가능한 상황에 조심스럽게 대안을 제시한다. 마리나의 내면에 담긴 열정과 의지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도록 친구들과 선생님은 노력한다. 가공의 희망이지만 여기서 소박하지만 간단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인간적인 관심과 배려, 그리고 소통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만이 정답일 것이다. ① 외모로 인해 힘들어 하는 아이들(신체적인 콤플렉스로 주눅이 들어 있거나 상처받은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