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이자 공휴일로 지정된 한글날을 기념하여 교육청에서 "우리말 바로쓰기 대회"를 연다는 공문이 왔다. 몇 년 전에 동부지원청 주관으로 만든 "손 안에 우리말이 쑥쑥"이란 자료를 필기고사 형식으로 치른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한글날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앴는 교육청의 노력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일을 대회를 통해 해결하려는 부분은 안타깝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까닭은 소통을 통한 말의 민주화로 문화국가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걸 학교별로 날짜를 정해 대회를 치르고, 교육청대회로 치르는 것은 민주화란 창제 정신에도 맞지 않으며, 소통의 뜻도 없는 일회성 행사가 돼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해볼만한 행사들을 계획하다 오래 전에 사둔 이 책을 펼쳐들었다. 한글날은 우리 글자 탄생을 기..
다큐멘터리 만화 모음집답다. 다큐멘터리와 만화 중에 어디에 방점이 더 찍혀 있을까. 난 다큐라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답게,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눈에 가장 띠는 건, 첫 번째 "24일차" 예전 최규석 씨의 만화 중 "100도"가 기억난다. 물은 100도가 되어야 끓는다. 지금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몸짓이 지난해 힘들다고 느껴질 때, 지금이 99도일 수 있다. 그러니 조금만 더 노력하자. 읽다가 눈물을 흘렀던 기억이 난다. 최규석 씨의 '24일차'는 삼화고속 파업에 관한 이야기다. 노조가 파업하기 어려운 이유, 파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 노조집행부가 죽음에 이르는 이유를 깨알같은 재미 속에 담았다. 뭘 알아야 연대할 수 있으니 버스와 같이 우리 삶에 가장 가까운 집단의 파업에..
고3을 가르치던 그때 나는 나름대로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18종 문학교과서의 작품을 정리하고 각 출판사에서 나온 문제를 꼼꼼하게 푼 뒤, 아이들이 질문을 하면 거침없이 정답을 설명해 주고 뿌듯해 했다. 시대적인 분위기 봐 가며 예상문제를 찍고, 그것이 맞아떨어질 때마다 실력 있고 준비된 교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광주국어교사모임 주최로 수업사례 발표와 강좌가 있었는데, 그때 김은형 선생님의 ‘교사론’ 강의를 듣게 되었다. 김은형 선생님은 ‘수업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라며 선생님의 학교 생활을 천천히 이야기하셨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쓴 두꺼운 공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하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상황이란 게 대학을 잘 보내는 ..
1. 짧은 느낌 해를 거듭할수록 '가르치는 게' 참 어렵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깊이를 더하고자 할수록 염두해 두어야할 부분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원래 의도했던 것을 놓쳐 버리기도 하는, 그래서 가르치는 게 참 어렵다. 그런데 '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더 어렵다. 교과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도 없고, 그런 까닭에 외국의 이론을 받아들이는데 급급해 결국 국어교육의 목표에서부터 내용과 평가까지 알맹이라고 할 만한 게 별로 없기 때문이고, 그래서 다르게 가르쳐보겠다고 시도했던 여러 방법들도 목표와 한참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특별한 집필 의도 아래 엮은 글이 아니라 선생님이 여러 자리에 쓰신 글을 엮은 터라 책의 내용과 깊이 사이에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원론적인 측면에서 국어교육의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