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뺏기. 치열한 경쟁과 눈치 게임이 상상되는 제목이다. 홀로가 아닌 쌍둥이로 태어나 한정된 상황 안에서 ‘의자 뺏기’가 ‘의자 갖기’로 바꾸기까지 심각하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는 목소리 덕분에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마다, 청소년의 갈등 상황이 청소년 자체에서 발생되기 보다는, ‘주위 환경’의 영향이라는 느낌을 받 을 때가 많다. 쌍둥이 은오와 지오의 갈등도, 이 둘이 갈라져 살아가는 데에는 엄마의 욕심과 아빠의 애매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사고로 엄마를 잃고 난 뒤에도 아빠는 회피로 일관한다. 그 과정에서 지오는 부모의 과도한 기대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할머니 댁에 버려진 은오는 솎음남새의 처지로 살며 울분을 쌓게 된다. 핏줄로 연결된 ‘선천적 우애’가 주위 상황으로 ‘태생적 ..
'컬러풀'하면 화려함이 떠오른다. 이 책에서 '컬러풀'은 화려함 보다는 인생과 세상이 긍정과 부정 등 다양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람도 서로 긍정과 부정의 관계를 맺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도 나쁜 영향도 끼칠 수 있다는 걸 상징하고 있다. 이야기는 지상에서 죄를 짓고 죽은 '내'가 추첨에 당첨되어 다시 인간세상으로 내려가 누군가의 몸을 빌려 수행을 쌓을 기회를 얻는 것으로 시작된다. 수행하는 동안 내 전생의 기억을 되찾으면 승천해서 다시 윤회가 시작되고. 내가 몸을 빌려 살아가게 될 사람은 사흘 전에 자살을 기도한 ‘마코토’라는 아이. 마코토는 친구들에게도 소외당하고, 바람을 피우는 어머니와 이기적인 삶을 사는 아버지, 마코토를 무시하는 형 때문에 힘들어했다. 게다가 마코토의 짝사랑인 히로카가..
집을 떠나거나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나이로 청소년 문학에서는 열 여섯, 열 아홉이 자주 나온다. 열 여섯은 중학교 졸업은, 시골에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를 고민하는 시기다.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나는 아름답다" 이 두 책은 고향을 떠나 겪게 되는 성장의 고통, 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다. 열 아홉은 떠남의 거리가 훨씬 더 멀거나 정신적인 차원의 떠남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꼴찌들이 떴다"는 무기력한 학교 생활을 끝나고 사회 생활을 하며,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세상을 배운다는 이야기이다. 떠남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는 성장 소설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만큼, 많은 작품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무라 반점의 형제들"도 궁극적으로는 '떠남'이다. 큰아들이며 가..
청소년 시절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특히 성적에 대한 압박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자살, 죽음이란 단어에 이끌렸던 경험이 모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죽음에 대한 고민이나, 죽음에 대한 수많은 뉴스, 또 자신의 주위에서 죽음으로 인해 원치 않은 이별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작 죽음 뒤의 삶에 대해서는 우리는 너무나 무지하다. 누가 가르쳐줄 수도, 연구한다고 알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정말로 궁금해 하는 죽음 뒤의 삶에 대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저승에 대한 표현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설정일 뿐이지만,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한 해리의 죽음 뒤의 행적을 함께 읽어나가다 보면 단순한 호기심보다는 지금, 현재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묘한 이끌림을 가..
"우리는 모두 우주의 고아이기 때문에, 따로따로 태어나서 따로따로 죽어 가는 우주의 고아이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반짝반짝 빛나지 않으면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삼켜져 사라져 버린대... 하지만 말야. 하지만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가끔은 손을 잡을 수 있는 친구들을 더 열심히 찾으라고 하셨어." 학교에서 따돌림당하고 자살 미수로 오해받고 있는 키오스크의 나직한 읊조림이다. 제목이 왜 ‘우주의 고아’인지를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이 책에는 네 친구들이 등장한다. 부모님이 맞벌이여서 언제나 외로운 남매 요코와 린, 그리고 친구가 된 소극적인 아야코와 왕따 키오스크. 이 네 친구들을 통해, 친구들과 의사소통하는 법, 그리고 공부 외에 소중한 것이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이 네 친구들이 갈등을 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