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그대하지 않으며 읽었다. 전날 읽었던 때문이기도 했지만 라는 평범한 제목에, 표지 그림도 그다지 성의 있는 것 같지도 않고, 1인칭 주인공의 목소리가 너무 가까이 들리며, 장별로 끊어지는 구성도 눈에 걸렸다. 하지만 너무도 평범한 아이인 '에이지'가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과 같은 리듬의 세계를 만나며 자신의 답답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현실은 우리 뜻대로, 더구나 중학생인 에이지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아 더 힘든 위기의 상황이 닥치고 좋아하는 음악마저 그만 두어야 하지만, 음악과 가족, 친구에 대한 믿음으로 잘 풀어나갈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지독한 입시 제도 아래 그려지는 학교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청소년 문학을 읽다보면 그래도 우리나라보다 숨통이 트일만..
표지 그림이 이야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코끼리 등 위에 위태롭게 앉아 있지만 표정은 밝은 유쾌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매 순간 홀로 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사회와 경제와 역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것도 거대한 역사의 상황을 중학생의 이야기로,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그래서 상당한 두께의 이 책을 막상 펴기 시작하면 쉽게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이야기를 재미 있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입담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큰 줄거리는 시국 사범으로 공안 당국의 수배 중인 친구 형에게 중요한 물건을 전해 주기 위해 수원에서 목포까지 비밀스럽게 떠나는 여행 구조다. 거기에 여행의 시작이 친구에 대한 의리 때문에 선택한 일이 아닌 갑자기 집을 나간 아버지와 재혼하는 어머니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나의 혼란..
살면서 누구나 구덩이에 빠질 수 있다. 크고 작은 구덩이가 수도 없이 많으며, 그 구덩이 안에 있을 때에는 그 구덩이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다. 그리고 상대적인 크기로 느껴질 구덩이가 절대적인 크기로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운명으로, 그래서 비관과 절망에 빠지기 쉽다. 구덩이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상황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내면의 힘’이 작용하거나, ‘외부의 힘’이 작용하거나. 그것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또 ‘인연’이란 말로 두루뭉술하게 정리하는 것은 아닐까. 정말 어이없는 일을 당해, 물 없는 초록 호수의, 소년원 캠프에서 하루 종일 구덩이만 파는, 구덩이에 빠졌는데 구덩이를 파고 있어야하는 스탠리의 상황이 역설적이다. 하지만 역설의 특징처럼 낙천적인 성격과 생활력으로 삶의..
뜨거운 여름, 내리쬐는 태양에 무기력해지기 마련이지만,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방학이 있기에 소중한 시간이다. 어찌 보면 여름은 장마와 달리 지지부진하거나 우중충하지 않고 화끈한 계절인 것 같다.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자연만이 가을에 결실을 맺을 수 있으니까. 하라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초등학교 6학년인 ‘류’, ‘하라’, ‘모리’는 죽음이 궁금하다. 죽음은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 자체로 무섭지만 모르니까 궁금하다. 아이들은 곧 죽을 것 같은 홀로 사는 할아버지를 감시하면서 죽음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나가려 한다. 하지만 곧 죽을 것 같던 할아버지는 자신을 감시하는 아이들을 보며 (오기일지 모르지만) 더 열심히 생활하기 시작한다.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진 어느 날 아이들과 할아버지는 자연스럽게 어울..
"우리는 모두 우주의 고아이기 때문에, 따로따로 태어나서 따로따로 죽어 가는 우주의 고아이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반짝반짝 빛나지 않으면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삼켜져 사라져 버린대... 하지만 말야. 하지만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가끔은 손을 잡을 수 있는 친구들을 더 열심히 찾으라고 하셨어." 학교에서 따돌림당하고 자살 미수로 오해받고 있는 키오스크의 나직한 읊조림이다. 제목이 왜 ‘우주의 고아’인지를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이 책에는 네 친구들이 등장한다. 부모님이 맞벌이여서 언제나 외로운 남매 요코와 린, 그리고 친구가 된 소극적인 아야코와 왕따 키오스크. 이 네 친구들을 통해, 친구들과 의사소통하는 법, 그리고 공부 외에 소중한 것이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이 네 친구들이 갈등을 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