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우수교양도서로 지정했을까? 대통령의 정치적 양자 격인 사람이 장관으로 있는 부서에서 이 책을 '우수교양도서'로 지정한 이유가 무엇일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기독교 근본주의자에 가까운 대통령의 소신이 반영된 것인지, 책을 읽고 나타날 반응이 그들의 의도 대로 진행되리라 믿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작가는 자연과 생태에 관심이 많다. 에서도 난독증에 걸릴 정도로 입시에 억압 받았던 서술자가 마음을 풀게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시골 고향의 자연 환경이었으며, 에서는 애벌레를 중심으로한 약육강식의 세상이지만 자연의 법칙에 합당한, 인위적이지 않는 가장 자연적인 것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이 책 에도 친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낙태에 대한 기억과 장애를 ..
지금과 같은 저출산 사회에서 임신은 개인이나 사회 모두가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에는 큰 희생이 따른다. 모성애는 본능이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본능이 꺾이는 경우를 자주 확인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정을 이룬 성인의 경우가 이런데,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그 시작이라할 수 있는 ‘성’은 그 존재를 부정해야할 금기시할 일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지도가 매번 그렇듯, 한 걸음 허용했을 때 학생 생활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에 ‘배수진’을 치며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청소년들의 성경험은 빨라지고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IMF 이후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지하며 살피는 가정의 기능과 역할을 무너뜨려 버렸다.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성장한 ..
중학교 2학년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감상하며 읽기'의 시작은 '공감하는 것'부터라 말한 적이 있다. 하연이의 선택과 결정,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묵직해지고 눈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무엇에 공감했는지 지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10대에게도 성적 호기심과 욕구가 있다. 그건 나 역시 경험했던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생명과 책임 등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기에 이성적으로 통제하려했던 욕구이다. 하지만 이 책은 10대의 성적 욕구를 인정하고, 그 결과 갖게된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많은 부분을 풀어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결과를 가지고 책임을 묻기 마련이다. 하연이는 결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나.사랑을 뭐라 정의하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연이와 채강이는 ..
의 임태희 작가의 작품이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와 암울하고, 답답한 느낌이 전체적인 인상을 지배한다. 제목의 쥐는 더럽고 불결하며 피하고 싶은 두려움을 상징한다. 주인공 주홍이의 원치 않은 임신과 뱃속에 자라는 아이가 바로 그것. 주홍이 자신도 미혼모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존재로 미혼모의 자식이 다시 미혼모가 돼야 하는 아이러니하고 비극적인 설정으로 되어 있다. 이 소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세 사람의 시선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먼저 말수가 적고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주홍이, 대학시절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홍이를 낳은 미대 강사 주홍이 엄마, 그리고 주홍이 곁을 맴돌며 주홍이의 아픔을 이해하고 감싸려 하지만 속수무책인 주홍이 담임의 세 가지 시선이다. 세 시선은 교차하지만 결코 통하지 ..
1. 십대들의 사랑, 미래에 대하여십대들이 가장 궁금해하면서, 가장 두려워하며, 어른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 이 소설 속에 펼쳐진다. 성에 관한 관심과 원치 않는 임신 그리고 출산, 장래에 대한 고민 등. 주인공의 내밀한 심리묘사를 위하여 앞으로 태어날 자신의 아이인 ‘이름 없는 너(nobody)’에게 편지 형식으로 사건을 시간 순으로 진행(처음엔 회상 형식)시킨다. 그리고 헬렌이 보낸 편지 사이사이에 크리스의 생각과 행동들이 같은 시간대별로 펼쳐진다. 복잡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는 형식이라 하겠다. 이런 불편한 상황설정이 과연 십대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기도 하다. ‘나는 이런 일은 결코 생기지 않아, 헬렌처럼 행동하지 않겠어, 크리스의 행동이 이기적이야, 또는 크리스를 이해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