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사대회에 참여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아들과 남산 근처에서 하루를 보냈다. 날마다 부쩍 커 있는 아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재미있다. 남산에 올라 서울을 조망하고 돈가스를 먹은 뒤 서울역에서 헤어졌다. 생각보다 일찍 용산역에 도착했다. 예약해둔 기차 출발시각까지 여유가 있어 용산역 광장으로 통하는 계단에 매트를 깔고 앉았다. 아직은 오월이라 그늘은 제법 선선했다. 바람을 쐬며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기 시작했다. 머나먼 타국에서의 삶에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이 더해져 이야기는 불안 불안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광주송정역까지, 집에 도착해서도 줄곧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책은 가급적 피하고 싶다. 책 속 상황을 견디는 게 너무 힘들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런 ..
반도의 약소국민으로 지켜보는 역사는 매번 아픔으로 채워진다. 게다가 이런 역사적 사실들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아, 현재와 미래를 발목 잡고 있는 역사란, 어떤 방식으로 그려도 처절하다. 그런 이유로 역사적 내러티브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 특히 일제를 배경으로 그려진 대하소설들은 역사적 상황 속에 갇혀 우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에네껜 아이들" 역시 일제강점기, 멕시코로 이주한 우리 민족의 아품을 담고 있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나마 '아이들'이란 표지가 처절한 절망으로까지는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정도. 이 책은 1905년 1033명의 조선인이 영국인 업자와 일본인 업자에게 속아 '지상천국'이라던 멕시코에서 혹사당했던 멕시코 이주민들의 이야기이다. 나라를 빼앗긴 민족에게 '지상천국'이 ..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던 멕시코인들의 임시 정착지에는 갖은 사연으로 흘린 사람들의 눈물을 먹고 자란다는 "눈물나무"가 있다고 한다.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가는 멕시코인들. 미국은 이들을 막기 위해 몇 천 킬로미터에 담장을 쌓았다. 책을 읽다보면 국경을 넘은 멕시코인들처럼, 미국에 도착한 청교도인들도 불법 이민을 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물론 그들은 문명의 힘을 동원하여 원주민을 몰아내고, 점차 주변 지역까지 자신의 땅으로 만들었다. 미국의 많은 지명이 원주민이 사용하던 이름이거나, 빼앗기 이전의 지명이라는 점은 불법적으로 이주해온 그들의 역사를 잘 말해준다. 이야기의 배경이되는 멕시코 경계지역은 '멕시코'라는 문화적 동질성에, 자본의 필요에 의해 형성된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