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음울한 색채와, 표지에 그려진 캐리커처는 읽기 전부터 약간의 거부감을 주었다. 이 책을 읽는 초반에도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이름 때문에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은 한 중년의 남자 ‘피터르 핑크’-나름대로 성공한 변호사-가 내키지 않는 동창회에 참여하게 되면서(아내의 권유로) 시작한다. 이사를 간 이후 동창들과 연락을 아예 끊고 살았던 피터르는 고등학교 시절에 대해 떠오르는 추억이 거의 없다. 다만 덩치가 큰 아이들에게 둘러 싸여 늘 괴롭힘을 받던 '시히'라는 아이에 대한 기억이 악몽처럼 떠오를 뿐이다. 이야기는 서술자인 피터르 핑크가 동창회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면서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