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사 벚꽃길이 한창이라며 들러보라고 모임을 같이하는 선생님이 쪽지를 보냈다. 대원사는 특별한 절이다. 큰길에서 5km 정도 들어가는 진입로가 모두 벚꽃길이며, 토속신앙과 연결된 사원의 특이함과 티벳 불교박물관까지 있어, 종교의 삶의 일치를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기실 대원사가 아니더라도 쌍계사를 비롯해, 도갑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나라 곳곳의 이 즈음 길가는 벚꽃이 만발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시골도 그렇다. 광주랑 5도 정도의 기온차가 있어서인지 이제서야 벚꽃이 만발하기 시작했다. 도로를 내느라 절개한 곳에는 진달래가 한창이고 개나리와 조팝꽃이 한창이다. 화창한 아침 날씨도 기분을 맑게 하고, 7시 30분까지 학교에 도착해야하지만 출근길 기분이 상쾌하다. 하지만 봄기운보다 더 내 마음을 ..
당숙께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와 아내, 산하와 함께 당숙의 고향이자 아버지의 고향인 강진 마량 원포에 다녀온 게 3개월 전 일이다. 당숙은 병원에서 3개월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는데 그 말이 예언이나 되듯 3개월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지금 원포는 포구가 아니다. 지명 이름에 '포'가 붙은 걸 보면 마을까지 연결된 제법 큰 물길이 있어야하는데 마을 앞부분까지 농지만 있는 걸 보면 간척 사업으로 그 이름을 잃은 것 같다. 원포는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한 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 번, 당숙이 위암 판정을 받아 병문안 드리러 간 것 한 번, 이렇게 세 번 다녀왔다. 원포에서는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지만 나를 보고 아버지를 떠올리신 당숙의 추억 덕분에 원포는 아버지를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