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문학을 접할 때마다 이렇게 다양하고 깊이 있는 작가들이 많이 있었나 하고 놀란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가시적인 분량은 매우 짧지만, 우울하고 불길하고 침울한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댈 줄 알았는데, 읽는 내내 한탸의 수다에 쏙 빠져 버렸다.매 장마다 반복되는 구절인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안나 카레니나>, 두 도시 이야기> 이후로 가장 인상적인 서문이었다. 어쩌면 반복의 주술이랄까? 혹은 이십오 년째 시끄러운 아이들 속에서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올라서였을까?오로지 술과 책으로만 채워진 한탸의 삼십오 년의 삶은 비루하고 비참하지만, 스스로를 비하하면서도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18쪽)’라는 표현이 정말 어울릴 만큼 시궁창 속에서도 자신만의 아름다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