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노트(김지숙)

 

책 표지로도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교복을 입은 세 명의 여학생, 그 중에 두 명은 비밀노트를 공유하고 있고 나머지 한 명은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노트를 공유하고 있는 친구 사이의 , 나 미워한 적 있어?”

비밀노트로 속마음을 나누는 친구지만, 더 깊은 마음속에서는 친구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친구 사이의 부러움과 질투가 오해를 만들고 갈등으로 표출된다.

그러나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 마음과 같을 수 있으며, 또 내 마음조차도 수시로 흔들리는데 어떻게 미움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미움의 마음은, 서로의 거리를 세세하게 조율하는 에너지다.

1~2학년 여학생들의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다.

 

(17) 탈춤 설명에 ‘극에서 쓴 탈이 그 인물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구절이 있었다. 가면이 자기 자신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나에게도 가면이 있었다. 절대로 화를 내지 않고 늘 웃고 있는 가면. 혼자 있을 대만 그걸벗어 버리고 우울한 얼굴을 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 그 가면이 떨어져 나갔고, 나는 한번 벗겨진 이상 다시는 가면을 쓰지 않기로 했다.

 

초등학교에서 한데 어울려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중학교에 들어와 서로 사이가 멀어져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다. 또래 여학생은 물론 남학생은 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자의식 더욱 강해지는 시기이기도 하고,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규정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기도 하다. 수아도 모든 학생들에게 친절했던 가면을 벗고 정반대의 가면을 쓰기 시작했다. 가면을 쓰지 않는 게 아니라.

 

(60) 운 좋게 영주와 나, 미경까지 같은 학교로 배정받았지만 반은 나뉘었다. 영주와 나는 비밀노트에 중학생이 된 소감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동안은 각자 반 얘들이나 담임 이야기만 했다. 영주네 담임은 소설에 등장하는 B사감 느낌이 나는 엄격한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첫날부터 복장 검사를 했다고 했다. 영주는 그날 같이 걸린 애들이랑 친해진 모양이었다.

(168) 나는 그냥 참고, 또 참았다. 화도 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나를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정말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왕따 유전자가 있다는 건 사실이었다. 모두가 나를 미워했다.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내가 아는 모든 아이가 결국 나를 싫어하게 되었다. 근호도, 미경도, 모든 아이에게 친절한 수아마저도 날 싫어했다. 그러니까 나는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받아도 마땅한 구제불능이었다. 엄마도 나를 미워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픈 건 동생이 아니라 나여야만 했다.

 

전학 오기 전 초등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던 영주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 오면서 새로운 친구를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마음을 나눌 친구가 생겨 좋았다. 동생이 심하게 아프고 부모의 다툼이 심해지고, 학교에서는 엄격한 선생님을 만나 문제아가 되었다. 그리고 담임에게 문제아로 낙인찍힌 친구들과 어울리며 일탈을 하게 된다. 아이들 생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생님의 보살핌이 아쉽다. 하지만 영주는 그룹에서 다시 왕따를 당하고, 모두가 자기를 싫어한다는 생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181) 나는 수아에게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 이런 걸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영주는 토요일까지만 만날 수 있다. 배구를 하고 나서 배운 것 한 가지는 ‘타이밍’이었다. 아차, 하는 사이 공은 중력의 법칙에 의해 순식간에 바닥을 치고 만다. 늦기 전에,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 때 몸을 움직여야 했다.

 

세 친구 사이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던 미경이 타이밍을 생각해야할 만큼 두 친구 사이의 중요한 일을 만든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미경이에게 수아의 존재는 어땠을까, 그런 수아가 영주와 단짝이 되었을 때 미경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짐작하고 오해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소통하려는 노력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비밀 노트
국내도서
저자 : 김지숙
출판 : 다른 201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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