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문영숙)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19. 1. 8.
벌써 재작년(2017) 9월 일이다.
모임 이사회 참석으로 서울 올라가는 길에, 2학년 부장샘으로부터 대학로 소극장에서 식당까지 (수학여행) 동선을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용산역에서 내려 대학로로 가는 151번 버스를 탔는데 버스 앞자리에 소녀상이 앉아 있어 깜짝 놀랐다. 일단 뒷자리로 가 버스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의자 뒷면에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설명과 151번 버스에 소녀상을 세운 의미가 소개돼 있었다. 소녀상 가까이에서 내용도 좀더 꼼꼼히 읽고 사진도 찍으며 '기억의 힘'과 공동체의 노력을 떠올렸다. 그리고 연말 청소년 독서활동집을 만들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청소년 소설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푸른 늑대의 파수꾼",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이 책,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를 중학생용 책으로 추천할 일이 있어 다시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다. 책은 여러 번 읽을수록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 책도 그렇다.
세상에... 이렇게 모순적일 수가 있을까.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하다 쓰러진 아버지의 약값을 갚기 위해, 방직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중국 네이멍구까지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가 된 허춘자 할머니는 얼마나 기가막히고 절망스러웠을까. 그래도 할머니는 절망하지 않고 자신을 짓밟은 일본군과 다른 선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다행히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고향에 돌아와서도 위안부로 끌려간 사실이 가족들을 부끄럽게 할까봐 남모르는 곳, 익명 속에 숨을 수 있는 서울로 도망쳐야 했고, 새롭게 꾸린 가족들에게도 스스로 부족한 존재라 여겨 온전한 사랑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소중한 가족들이 자신처럼 붙잡혀 끔찍한 일을 당할까봐 집착하다 갈등을 빚기까지 한다. 그렇게 삶이 한의 덩어리로 남아 감당하기 어려울 즈음, 할머니는 텔레비전에 나온 위안부 할머니들을 보며, 위안부의 진실을 밝혀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허춘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일본 군인에게 짓밟혀 육신은 망가졌지만 최선을 다해 꽃처럼 아름답게 살다간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분노한다. 기억해야 한다.
한편, 오늘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절망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삶의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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