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오월(윤정모)

모임 차원에서 합수윤한봉기념사업회와 함께 "오월의 책 독후감 대회"를 진행하게 되면서 5월 항쟁을 다룬 작품들을 시간나는대로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2005년에 출간되었는데 잘 모르고 있었던 책이다. 아마 2000년 중반부터 청소년들의 문제상황별 독서에 관심이 많았던 때라 눈을 돌릴 여유를 갖지 못했던 것 같다.

광주에서 홀로 하숙하며 학교에 다니는 중3 기열이는 학교 내 폭력 사건을 계기로, 폭력이 아닌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담임 선생님의 교육에 따라 망월묘역에 참배하게 된다. 그리고 유독 누나를 떠올리게 하는 오월 영정 사진을 마음에 담으며 누나를 만나러 누나의 묘소를 찾아 시골집으로 나선다.

누나는 7살 차이 나는 남동생이 태어나 찬밥 신세가 됐다고 구박하기도 했지만 동생 기열이를 끔찍하게 생각한다. 또 누나는 남동생 교육 때문에 고등학교도 진학하지 못하게 됐지만 자신의 꿈인 선생님이 되기 위해 가출하는 당찬 모습도 있다. 그리고 광주에서 공장에 다니며 기반을 마련한 뒤 동생을 교육시키기 위해 초등 4학년인 기열이를 광주로 데려온다. 하지만 기열이는 더 많은 월급을 주는 꽃집으로 직장을 옮겼다는 누나가 짧은 옷을 입고 남자들과 어울리는 다방 아가씨가 된 모습을 보고 실망하며 부정한 사람으로 치부한다.

그러다 오월항쟁이 일어나고 누나는 폭압적인 계엄군의 진압에 부상당한 시민군과 시민을 돕기 위해 매일 집을 비우다 계엄군의 재진입을 앞두고 급히 시골집으로 피란하던 중 기력이 쇠진해 죽음을 맞이한다. 누나의 팔뚝에 여러 개의 주사 바늘을 보고 부모님은 몹쓸 병에 걸렸다는 생각을 하며 장례를 서둘러 마친다.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기억의 저편에 묻어 두었던 누나와의 일을 떠올리며 기열이는 오월 영정사진에 누나가 보였던 이유를, 누나가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는 생각으로 담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누나가 5월 항쟁 당시, YWCA에서 헌혈을 자주 했으며 다친 시민들을 간호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기열이는 어려운 시골 살림으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게 된 누나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철부지였던 자신을 교육시키기 위해 더 많은 월급을 찾아 일할 수밖에 없었으며, 폭력에 저항하며 힘껏 돕다 죽음을 맞이한 누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첫사랑이었던 음악선생님과 누나를 동일시하게 된다.

남동생에게 밀려 성장과정에서 소외당하고 고등학교 진학도 하지 못했지만 남동생이라도 꿈을 이뤄가도록 희생의 길을 선택했던 누나의 모습.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가볍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꿈과 정의에 대한 무게는 똑같았을 '다방 아가씨'를 그려 우리 모두가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음을 이야기 해 주고 있다. 그래서 작가의 전작 "고삐"와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요즘 중3 교실과 거리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폭력성이 학교와도 큰 관련성이 있으며 다양한 토론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에도 공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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