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박기범)


"문제아"의 가장 큰 이야기거리는 ‘가난’이고, 두 번째 이야기거리는 ‘가족’이며, 기타 부수적인 이야기로는 ‘학교’다. 전체적으로 이 책에 실린 단편 동화들을 관통하는 큰 맥락은 가난에 대한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이나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대체적으로 가난이 매개가 된 가슴 아프고도 슬픈 이야기가 많다. 


예를 들어 ‘손가락 무덤’에서는 가난으로 힘들어진 아버지의 삶을,  ‘아빠와 큰 아빠’에서도 정리해고 때문에 벌어진 가정의 불화를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사촌형이 큰아빠에게 화를 내며 가출(?)하는 상황도 역시 가난하기 때문이다. ‘독후감 숙제’나 ‘전학’, ‘문제아’, ‘김미선 선생님’도 역시 같은 주제를 담고 있으며, 가장 크게 주제를 부각시키며 정점이 달한 것이 ‘끝방 아저씨’이다. 이름에서 많은 암시를 주는 이 작품은 착하고 성실하던 동네 총각이 노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한 아이의 눈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가난이 구조적이며 가난보다 더 소중한 삶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 외에 우리 주위의 소외된 이웃과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동화 속에 담으려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주목할만한 단편은 다음과 같다.


1. 힘들게 살아온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고 공부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고 믿게 하는 이야기로 ‘손무덤’이 있다. 지난 60~70년대를 힘들게 살아온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남보다 없이 산다고 부모를 잘못 만났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대개 부모님과 불화가 있는 아이들의 첫 번째 이유는 갖고 싶은 것을 사주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거나, 공부만 하기를 강요할 때라고 한다)에게 무언가 시작하는 이야기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아빠는 오빠가 1등 짜리 성적표를 가져오고, 우등상도 타 오고 그래도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더라고 했다. 이상하게도 좋은 기분 끝에는 어떤 걱정 비슷한 게 남더라면서 말이다. 아빠는 많이 배운 사람 가운데는 좋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너무 어려운 것들을 머리 속에 꽉꽉 채워 넣으라고 제일 쉬운 것들을 잊어버려서 그럴 거다 했다. 아빠는 오빠에게 너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공부한답시고 어려운 거 머리 속에 담는다며 제일 쉬운 것들을 까먹지는 말라고.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 우리가 찾지 못하고 있고, 학교가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모님부터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아이들은 공부가 아닌 진짜 중요한 세상이나 인생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2. ‘문제아’는 제목처럼 문제가 있는 작품이다. 이것은 아이들이 아닌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이 읽어야 할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아라고 낙인 찍힌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줘야 하는지의 여부는 여러 상황에 따라 교사가 판단해야 할 것이 많아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주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단 한 사람 자신을 믿어주는 봉수 형을 의지하지만 주인공이 부딪혀야 하는 세상은 창수를 ‘문제아’로만 인식하고, 그곳에서는 탈출구가 없다. 창수가 마음을 열기만을 기다려야 하나?

이 단편에서 가장 눈에 띠는 이야기는 맨 처음과 마지막에 나온다.

나는 문제아다. 선생님이 문제아라니까 나는 문제아다. 처음에는 그 말이 듣기 싫어서 눈에 불이 났다. 지금은 상관없다. 문제아라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어떤 때는 그 말을 들으니까 더 편하다. 문제아라고 아예 봐주는 것도 많다. 웬만한 일로는 혼나지도 않는다. 그냥 포기한 셈치니까. 잔소리나 듣다가 만다. 애들도 내 앞에서는 슬슬 기기만 한다는 걸 안다. 그러니까 내가 점점 더 문제아가 되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나를 문제아로 보는 사람한테는 영원히 문제아로만 있게 될 거다. 아무도 그걸 모른다. 내가 왜 문제아가 되었는지, 나를 보통 아이들처럼 대해 주면 나도 아주 평범한 보통 애라는 걸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2003. 3. 28.>

문제아
국내도서
저자 : 박기범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199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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