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호 누리길 산책(0410)

22 총선의 날이 밝았다. 사전 투표를 한 뒤라 저녁 6시만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세상은 과연 바뀔까? 기다림이 지루해 아내와 걷기로 했다. 곡성읍의 순례길을 갈까, 담양호 용마루길을 갈까 고민하다, 광주호 둘레길이 담양구간까지 연결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광주호 호수생태원'으로 방향을 정했다.

 

호수생태원 관리사무소에서 관찰대(전망데크)까지 0.8km, 이니 광주호 누리길은 총 5.4km 정도 된다.

 

호수생태원을 걷기에 딱 적절한 시기였다. 양달은 살짝 덥고, 응달은 살짝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으며, 벚꽃은 절반은 지고 절반은 새잎이 돋아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버드나무 홀씨가 날리기 전이라 눈도 편안했다.

호수생태원 진입광장에서 전망데크(탐조대)까지는 데크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 천천히 걷기 힘들었다. 그런데 전망데크를 넘어서자 탐방객들이 조금씩 줄더니 누리길 1구간의 끝 석저마을 근처에 와서는 확연히 줄었다.

 

관리사무소(호수생태원 진입광장)에서 전망데크로 오는 길
전망데크 근처 제3생태연못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광주호
누리길 1구간 첫 번째 전망대
사진 가운데 마을이 석저 마을. 광주시내버스 188번 종점
누리길 1~2구간은 총 5.4km이다
가운데 표지판 있는 곳까지가 누리길 1구간,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 부분이 누리길 2구간.

 

여기서부터는 처음 걷는 길이다. 이 길에서 고서 '동강조대'까지는 3.8km 떨어져 있다고 한다. 어떻게 연결돼 있을지 자못 궁금했다. 걸으면서도 귀로는 계속 라디오를 들었다. 투표율과 그동안 의석 수에 대한 추정치를 들었다. 오늘 같은 날은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내와 상황을 주시하며 걸었다.

 

누리길 2구간. 연한 연두색 빛깔도 예쁘다
건너편 퀸즈캐슬과 장원봉. 퀸즈캐슬에서 가사문학관까지도 데크길이 잘 닦여 있다.
누리길 2구간의 광주와 담양 경계

 

1km 정도 걸으니 '누리길'의 광주구간이 끝나고 담양구간이 시작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담양군은 진학 대나무색(녹색)을 일관성 있게 활용하고 있는데 난간에서부터 담양의 느낌이 났다. 광주호를 사이에 두고 광주 석곡동과 담양 가사문학면이 나뉘는 줄 알았는데, 누리길 2구간의 상당 부분이 가사문학면과 고서면이라는 점에서 광주호가 건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겠다.  

 

나무 난간으로 조성된 광주 구간과 달리 담양 구간은 진한 녹색의 쇠 기둥으로 조성되었다. 진한 녹색은 담양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전망대. 담양 구간에서는 나무와 공존하려는 데크길이 인상적이다
곳곳에 조성된 쉼터
누리길 2구간은 왼쪽 데크길을 따라 가운데 산을 너머 오른쪽 끝 광주댐까지 연결돼 있다

 

담양구간을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름 없는 정자와 전망대가 나타나더니 산길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별 표지 없이 갈림길이  나타났다. 파란색 깃발이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는데 급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그나마 불안감을 떨칠  있었던  등산로임을 표시하는 노란 리본이었다. 산의 정상을 지날  즈음 이제 막 설치한 듯한 돌계단이 따로 보이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산을 오르기  갈림길이 나타난 곳과 연결된 길을 추측해 방향을 정했다. 내려와서 보니  길이 공사중이라 표시돼 있었다. 다행히 근처에 이정표가 있어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데크길은 이를 모를 정자와 전망데크 있는 곳까지 연결돼 있다
삼거리에서 '관수정' 쪽은 나무 계단을, 오른쪽 데크길을 걸으면 전망데크가 나타난다. 
\나무계단을 다 오르면 이정표가 나타난다. 왼쪽이 관수정으로 가는 길이다
깃발이 오른쪽 길에 있어 걸어 올라갔으나 이 길은 현재 정비 중인 길이다. 왼편으로 가는 게 좋다.
가파른 산길이다. 중간 중간 이정표가 있다. 돌계단을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중 이다.
공사 중임을 알리는 표지가 길을 나오니 있다. 좀 전 갈림길에서 왼쪽을 따라 걸어 오르면 이 길이 나타난다. 경사가 있다.

 

여기서 관수정까지 1km 정도  걸어가야 한다는 표지가 있었다. 길가에 신우대가 빡빡하게 자라고 있는 임도를 따라 걸었다. 찾는 사람이 없는 호젓한 길이 제법 길게 이어졌다. 네이버 지도를 실행해 '관수정'을 검색해 봤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나무 사이로 광주댐의 둑이 보이고, 좀 더 걸으니 '담소정'이 있는 익숙한 지형들이 보였다.

봄나물이 나오는 시기라 오솔길이 보이는 곳은 출입금지 표시가 돼 있고 접이식 의자가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이사오기 전에 살던 민토마을 텃밭에 유실수를 심어 놓았는데 한 번도 먹지 못했다. 마을사람들이 따갔을 리는 없고 외부인들이 오가며 따먹었기 때문이다. 시골에는 그런 일이 많다. 심지어 담벼락은 없지만 분명 마당 안쪽에서 자라는 취나물 등 봄나물을 주인이 보는데도 꺾는 사람들이 있다. 저절로 자라는 줄 알고. 땀의 소중함을 모로는 사람들이다.

 

이제부터는 호젓한 산길이다. 관수정까지 가는 동안 마을 분으로 보이는 노인 5분을 만났다

 

거의 산을 내려왔을 즈음 '동강조대' 표지판이 보였다. 그런데 동강조대로 가는 길은 출입금지 표지가 붙어 있었다. 가 보고 싶었지만 이럴 때마다 내가 하는 일이 통제를 적절히 해 준다.

좀 더 내려오자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와 산길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시멘트 임도 끝에 주차장과 정자가 보였는데 위치상 관수정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산길로 다시 접어들었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며 팔작지붕의 큰 정자가 나타났다. '관수정'이었다. 광주호가 생기기 전에는 소쇄원 등 지실마을에서 흘러 내려오는 제법 큰 냇물이 흘렀을 것이다. 지금도 '증암천'이 영산강에 이어져 있으니.

 

동강조대로 들어가는 길에 '접근금지' 표지가 보인다.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는 주차장으로 가는 길, 오른쪽 산길은 관수정으로 가는 길
왼쪽 오솔길이나 오른쪽 계단을 통해 관수정에 오를 수 있다.
규모가 큰 팔작지붕 건물이다
마을에서 관수정으로 오르는 계단과 계단에서 바라본 관수정 풍경

 

잘 관리된 '관수정' 아래서 김밥과 라면을 먹고 땀을 식혔다돌아오는 길은 차분히 사진도 찍으면서 걸었다. 산길과 호숫가 길이 어우러진 길이다5km 빠르게 걸어 생태원 진입광장으로 돌아왔다. 확실히 탐방객이 많았다. 역시 주차장도 혼잡했다. 담양에도 걷기 좋은 길이 많다. 

 

*광주호 호수생태원은 찾을 사람들이 많아 특히 주차장이 혼잡하다. 광주호 누리길을 걷는 게 목적이라면 관수정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관수정에서 호수생태원으로 걸어가는 것도 좋겠다.

주소: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잣정길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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