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다. 독자들을 놀리는 것도 아니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언어들로 가득한데, 이상하게 끌어당긴다. 결국 마지막의 비극적인 장면에 다다라서는 뭔지 모를 감동과 슬픔에 눈물짓게 된다. 정말 이건 뭐지?낯선 언어들은 아닌데, 익숙한 문장 안에서 이상한 맥락으로 놓이니 상징 같기도 하고, 추리 소설의 실마리 같기도 하고. 엘렌이 맞닥뜨리는 이상한 상황이 생소한데, 영화 쉰들러 리스트>나 피아니스트>와 오버랩되기도 하고. 작가가 표현하는 언어들이 논리적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지만, 선명한 이미지처럼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하고(단어장의 빨간 줄이 비에 맞아 부풀어 오르는 장면 등), 심오한 의미를 지닌 듯도 하다. 이것은 역설? 요즘 아이들과 함께 5·18을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 시점에서 다룬 저수지의 아이들>을 읽..
표지 그림과 같이 제목 은 '달을 촬영한다'는 의미이다. 이야기의 배경인 베트남 전쟁과 달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직업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의 기지를 전전하던 티제이와 제이미에게 군대는 가장 명예로운 곳이며, 전쟁은 명예를 드높이며 헌실할 수 있는 실감나는 기회이다. 그런 전쟁에 오빠 티제이가 참전하게 되고, 제이미는 오빠에게서 전쟁의 생생한 목소리가 전해져 오기를 기다린다. 그런 티제이에게 오빠는 편지보다는 필름을, 그리고 전투 장면보다는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이나 부상당한 군인을 보여준다. 그리고 분화구 속까지 보이는 달을 찍은 사진과 함께. 제이미는 오빠가 보낸 사진들을 현상하고 인화하고 그렇게 사진 한장 한장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전쟁의 본질을 알게 된다. 전쟁은 명예롭지도, 헌신..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역사의 대부분은 전쟁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는 역사를 공부하여 다양한 형태의 전쟁을 배우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지금 우리 삶과 조금 거리만 있을 뿐,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참혹성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중 런던 폭격이 배경이다.책에 그려진 런던의 모습은 전쟁의 참혹성을 생생하고 세밀하게 증언하고 있다. 폭격으로 아침 식사 모습 그대로 숨진 아주머니, 역시 폭격으로 공습을 알리다 무전기를 든 상태로 죽은 군인의 모습, 서 있는 상태에서 무너져 내린 시멘트에 묻힌 줄리. 이스라엘의 침탈에 무너져 내린 가자지구의 모습과 겹쳐 전쟁의 참혹성이 섬뜩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그 속에도 사람들은 살아 있다. 오히려 극한의 어려움으로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