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 학교' 이야기다. '무진 기행'을 연상시키고, '무진'이란 지명을 끌어들이며, 민주화 운동 29주기 기념식이 열린 작품의 배경은 두말할 것도 없이 광주다. 소설 속 일, 그러나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애쓰셨던 분들이 주위가 많이 계셨는데도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 띄엄띄엄 알고 있던 일들의 전후 사정을 알게 되었으며, 아귀가 맞기 시작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힘을 더해야할 때 그렇지 못한 것이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가장 큰 오류다. 너무나 사실 관계가 뻔한 사실을 모티프로 했지만, 도가니는 인화 학교 사건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사건이 진실에 한 걸음도 다가가지 못하는 광란의 도가니를 이야기 하고 있다. 진실을 뜨겁게 달구기 위한 도가니는 외형으로 감춰진 사건의 본질을 뜨거운 ..
한마디로 말해 여학생 대상 미국판 성교육(성폭행 대처) 지침서이다. 이 글을 읽은 모든 여성 독자들은 남자의 존재에 대해 불쾌감 내지 혐오감까지 갖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남자 인물들은 모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레슬리를 괴롭히는 제이슨은 물론이고, 다른 여성과 바람이 나 이혼한 아버지에, 여드름 투성이의 급우 어니 불더까지.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혐오스런 행동(특히 제이슨의)에 역겨움까지 느끼기도 하고, 과연 이게 현실일까, 우리 아이들이 읽어도 되는 건가, 이건 성인도 흉내내지 못할 행동인데 등등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지금은 아이들에게 읽혀야겠다고 생각한다. 먼저 주인공 레슬리의 발견이다. 레슬리는 이른 바 ‘노는 아이’이다. 복장이나 말투,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