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가 끝난 후 (레프 똘스또이 외, 박현섭, 박종소 엮고 옮김 / 창비) 러시아 문학기행에서 너무도 멀리 와버린 시점에서 창비 세계 단편집 읽기 마무리를 러시아 단편으로 매듭짓게 되었다. 수미상관, 원점회귀도 아니고 이 무슨 운명의 장난? 2019년, 2020년까지 2년간 러시아 장편 위주로 읽었기에 고골의 ‘외투’ 외에는 작가는 들어봤지만 작품은 처음인 경우가 많았다. ‘결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뿌슈낀! 그의 소설 ‘한 발’에서는 오랜 세월 기다린 진정한 복수와 명예 회복의 의미를, 인간에 대한 깊고 폭넓은 이해의 거장 톨스토이의 ‘무도회가 끝난 뒤’에서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그녀의 멋지고 품위있는 아버지의 야만스러운 모습(도망친 따따르 죄수를 행군하며 잔인하게 구타함)에 구토를 느끼며 허상과 다른..
쉽게 읽어갈 줄 알았는데, 파르티잔에 끌려간 대목에서 무척이나 어렵고 지루하게 겨우겨우 읽어 나갔다. 지금 돌아보니, 지바고에게도 가장 의미 없고 힘들고 잔인한 시절이었기에 표현된 언어들도 어렵고 힘들게 작성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읽을수록 지바고가 살아간 시대와 지금 내가 살아가는 시대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도. 전쟁과 혁명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작가가 되고 싶은 의사로서 혁명의 중심에서 벗어나 겨우겨우 피해 가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소시민 지바고. 또 심지어 불륜까지 저지르는 지바고는 정말 손가락질 당할 만한 캐릭터이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지바고가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하는 나는 도대체 뭐지? 그럼 코로나19라는 상상도 할 수 ..
는 개인적으로 소소한 인연이 있다.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중학생 시절 영화음악을 즐겨듣던 중 ‘라라의 테마’가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는 못 보더라도 책은 꼭 읽어야겠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중앙여중 도서관 문을 처음으로 두드렸는데, 이 책은 대출이 되지 않는다며 당시 폐가식 대출 창구의 조그만 창문으로 냉담한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아직 중학교 수준에서는 읽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이후로도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신청했지만 결코 볼 수 없는 금단의 서적이라는 것을 각인시킬 뿐이었다. 그 뒤로 간혹 TV에서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도, 책보다 먼저 보고 싶지는 않아서 다른 채널로 돌려버린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전엔 그렇게 읽고 싶었던 책이, 숙제처럼 내 손 앞에 놓이니 책을 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