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또 혐오하셨네요(박민영)

 

세상에 이렇게 많은 혐오가 있는 줄 몰랐다.
차례에 나타난 '혐오'의 종류만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세대 혐오
-청소년 혐오 / 20대 혐오 / 주부 혐오 / 노인 혐오


<2> 이웃 혐오
-여성 혐오 / 장애인 혐오 / 동성애자 혐오 / 세월호 혐오


<3> 타자 혐오
-이주 노동자 혐오 / 조선족 혐오 / 난민 혐오 / 탈북민 혐오


<4> 이념 혐오

-일본의 혐한 / 정치 혐오 / 이슬람 혐오 / 빨갱이 혐오

특히 이슬람 혐오와 빨갱이 혐오의 근원을 밝히고 이런 혐오 사상이 끼친 사회적 악영향에 대해 논한다.

모든 혐오는 정당하고 자유로운 표현의 장애물이다.
요즘 정치권부터 혐오를 부추기는 말들이 난무한다. 오로지 권력과 이권을 위해 상대방을 배척하고 혐오의 언어로 페인트칠한다. 또 그것에 저항하는 언어들도 원색적이고, 새로운 혐오로 도배되고 있다.

이러한 혐오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건전한 토론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먼저 가정이 변해야 한다.
가정 다음은 학교다. 적어도 국어교실만큼이라도 달라져야 한다.
올해 중3 교육과정은 '다양한 관점과 표현의 형식' '토론으로 논리적 대화하기'가 있다. 적어도 우리 학교만큼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인상 깊은 구절

 

(12)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오래된 말이지만 여전히 이것만큼 지배 세력을 두렵게 만드는 말은 없다. 혐오가 창궐하는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다. 민중들이 갈기갈기 찢어져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는다. 지배 세력에게 이보다 유리한 상황이 또 있을까?

(15) 혐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지 '혐오는 안 된다'는 윤리적 당위만으로는 부족하다. 혐오에 대한 '메타 지성'이 필요하다. 혐오가 정치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논리적 맥락 속에 있으며, 그 역사적 연원은 무엇인지, 그 발생 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고, 인식이 바뀐다. 윤리적 감수성이라는 것도 그 지성에 따른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의 모든 혐오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그 객관적 판단과 인식의 변화를 돕기 위해 쓰였다.

(31) 중2병이라는 말은 기성세대나 사회에 편리한 면이 있다. 중2병이라고 낙인찍어 놓으면, 청소년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아도 되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그 나이 또래 애들이 겪는 병리적 통과의례나 성장통에 의한 것으로 여기면 된다. 중2병 환자로 호명된 청소년은 문제제기의 주체나 논의의 상대가 아니라, 주의와 감시, 치료와 관리의 대상으로 전략할 뿐이다.

(55) 모성은 '독박 육아'를 정당화하고, 미흡한 양육 복지와 사회적 지원 문제를 불식시킨다. 모성을 강조할수록 양육은 여성 개인의 자질 문제가 되고, 남성과 국가는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64) 남성의 경제 권력은 아내의 돌봄노동에서 나온다. 아내의 돌봄노동이 없다면, 남성은 지금처럼 회사에 나가 일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고, 일하지 못하면 가정에서 남성의 경제 권력은 성립할 수 없다. 경제적 폭력을 당하는 아내는 돌봄노동을 통해 남편의 경제 권력 성립에 이바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때문에 오히려 억압당한다고 할 수 있다.

(81)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높은 실업률과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청년 세대는 노년층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약자'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경제적 약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국민연금은 '미래세대 약탈'이 아니라 오히려 '세대 연대'의 틀을 가진 제도라고 봐야 한다.

(83) 구술 생애사 작가로서 노인 문제에 천착해 온 최현숙은 "어떤 대상에 대한 '혐오'는 그 대상에 대한 '자기 불안'이라 정의했다. 손수레를 끌며 폐지를 줍는 노인, 갈 곳 없어 우대권으로 지하철 여행을 하는 노인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젊은 세대의 자기 불안이 혐오로 발현된다. 노인은 취약성, 무기력함, 퇴화 등 부정적인 사상 감정을 일깨우고, 젊은 사람들은 그것이 싫어 노인을 혐오한다는 뜻이다."

(315) 언론이 게임화된 방식으로 기사를 쓰면, 정치와 현실과의 관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시민들도 자신이 그 내용과 무관한 제3자나 된 듯한 태도로 기사를 읽는다.

(340) (신영복) 내가 북한 노동당에 가입한 사람도 아니고, 학생 서클 운동을 지도한 것밖에 없는데, 거기에 가장 혐오스러운 이름을 붙이는 거예요. '간첩'이라는... 조선 시대에도 노론 지배 권력이 정치를 딱 한 개 아이템으로 해요. '역모! 역모라고 하면 상당히 비판적인 개혁 사람들도 잠잠해져요. 지금 우리에게 '종북'이 그런 거죠. 대단히 교조적인 사회의 연장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북'이라고 하면 바로 조용해져요. 더 이상의 논의가 진전이 안 돼요. 그냥 한마디로 끝이에요. 더 이상의 논의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아주 마법 같은 정치 용어가 역모, 종북, 이런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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