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네임(구로카와 유코)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23. 3. 8.
양철북 출판사에서 보내주셨다. 옮긴 학교에서 새 학년 준비 워크숍이 한창이라 들여다보지 못하다 개학하고 나서야 읽었다. 새로 중학생이 된 아이들과 ‘네 글자’ 자기소개로 수업을 열었다. 부담을 줄이면서도 자신의 특성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활동인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적잖았다. 수업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지고 내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좀더 기다려야 했는데... 무언가를 명명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규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첫 수업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름’에 대한 일본의 문화를 조금 알게 되었다.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게 되고 그것에 대한 여성들의 마음을, 생각해 보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이름에 대한 일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치히로도 하쿠도 이름을 빼앗기며 유바마의 하수인의 되었다. 그러다 이름을 되찾게 되자 자신의 정체성도 깨닫게 된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름은 중요하다. 이름을 알리는 것이 성공을 의미하는 ‘입신양명’이라는 말도 있고, 요새는 부족한 음양의 기운을 이름으로 채우기 위해, 또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개명’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책은 주어진 이름에 문제를 제기하며 불리고 싶은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 중학교 1학년 아이들(어린 왕자 동맹)의 이야기가 도전적으로 펼쳐진다. 그런 점에서 “우리들의 7일 전쟁”이 겹치기도 했지만 좀 더 현실에 가까웠다. 학교는 학생들의 성장을 최우선에 두고 교육과정을 기획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학생들을 배제할 때가 많다. ‘어린 왕자 동맹’의 활동을 학교 선생님들과 2~3학년 선배,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강한 저항을 받지만 ‘어린 왕자 동맹’을 지지하는 구성원들의 의견도 있어 학교에서는 투표를 통해 구성원들의 생각을 결정한다.
그 결과 세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지만 콩나물시루의 콩나물이 자라듯 아이들은 성장의 굵은 마디를 만들어 한 단계 도약하게 된다.
‘어린 왕자 동맹’ 아이들 중 ‘사에’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 한국 이름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헤이트스피치의 대상이 되는 일본의 상황에서 ‘이름’의 의미와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최근 일본과의 외교를 보면서 현 정부의 외교 해결책이 일본 거주 한국민들(자이니치)의 정체성을 더 크게 흔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문득 ‘뉴스 공장’과 ‘겸손은 힘들다’에서 일본 소식을 전해주시는 ‘이영채’ 교수님의 이름과 연결되었다. 혐오를 넘어 증오범죄가 일어나는 한복판에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이 새삼 더 귀하게 다가온다.
(9) “안녕하세요. 시미즈 유이토라고 하는 닌자 99입니다.”
나는 곧바로 순서가 이상한 걸 눈치챘다. 백 번 양보해서 그 이상한 이름이 닉네임이라고 해도, 그렇게 말하니 닌자 99가 이름이고 시미즈 유이토가 닉네임처럼 들린다. 그것도 아흔아홉 번째 닌자라니.
✎ 자신의 이름이 ‘주어진 것’에 비해 사이버 상의 이름은 내가 지은 것이니 유이토처럼 소개할 수도 있겠다. 닌자 ‘99’도 아이디를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고.
(73) “맞아.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 엄마 이름은 점점 사라졌어. 처음으로 사라진 건 엄마의 옛날 성, 그러니까 태어나서 줄곧 함께 자로 온 성이었지. 결혼할 때는 그게 기쁘더라.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에 젖어든다고 생각했거든, 진심으로. 그런데 언제부턴지, 아빠도 엄마를 여보, 아니면 당신이라고만 불렀어. 그래서 그런가, 이번에는 이름도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서서히 엷어졌어... 빵에 발린 버터처럼.”
✎ 일본도 서양처럼 남편의 성을 따라간다는 걸 처음 알았다. 결혼하면서 남편의 성으로 바뀔 때 느낌은 어떨까. 나 역시 아내의 이름을 부르기보다 여보나 당신이라고 부를 때가 많다. 다행스러운 것은 같은 일을 하고 있어 동료들에게 아내를 소개하며 이름이나 별명을 부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느낌이 새롭기는 하다.
(112) ‘별 이름표’는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들에 형태를, 말을, 날개를 달아 주었다.
이름에는 그런 힘이 있다.
어떤 이름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자신의 스타일과 의지, 인격을 보여 주는 의미가 있는 모양이다. 아스카 씨가 결국 이름을 바꾸지 않는 선택을 한 것도 아마 이것과 비슷한 이유가 아닐지 모르겠다.
(137) 자신의 출신에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특별한 것일지도(혜택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대다수’라는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있으면, 그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문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거다. 그들이 견뎌야 하는 문제가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으니까. 엄마 아빠의 사정만으로 성이 바뀌어 버린 내 기분을 우리 반 애들 누구도 모르는 것처럼.
(183) “모리중은 공립학교야. 그 말은 시에 납부하는 내 세금의 일부로 운영된다는 거지. 이구로네 아빠가 시민이면 나도 당연히 시민이야.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지역에서 어떤 식으로 키울 것인가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권리가 나한테도 있는 거지. 어른이든 아이든 상관없이 서로 의견을 내고, 그걸 두고 같이 고민해서 결정하는 건 당연하잖아?”
✎ 올해 맡은 업무 중에 ‘학부모회 지원’ 업무도 있다. 다음 주부터 학부모회 구성을 위해 임원선출관리위원회부터 구성해야 하는데 힘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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