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덕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스무 명의 선생님들과 영상으로 함께한 '권윤덕 작가와의 만남(2020.8.18)

 

전교조 광주지부에서 5.18 행사로 준비한, 작가와의 만남에 방청객으로 참여했다.

 

코로나19는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5.18 행사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아마 그때 계획되었을 5.18 관련 작가와의 만남을, 영상으로라도 진행해 보려고 애썼고, 조금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미러링 수업처럼 방청객으로 현장을 돋우려 한 것 같았다. 좋은 느낌으로 기억날만큼 좋은 자리였다. 그래서 소감을 남기는 것이고.

 

2020년 8월 18일, 오후 2시 신창초 근처 "예지책방"에서 그림책 "씩스틴"의 작가 권윤덕 님을 만났다. 사회는 노미숙 샘이 맡으셨다. 예지책방은 노미숙그림책연구소와 같은 공간을 쓰고 있는 그림책 서점이다. 노미숙 샘 따님이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고.

 

아이 둘을 키우면서 그림책 읽을 기회는 많았다. 아이 둘 모두 자기 전 책을 읽고 싶어했고 나도 부모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한 것 같은 뿌듯함도 있었고. 그런데 기억에 남는 그림책이 없는 건 오롯이 마음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큰 애를 키울 때에는 얼른 재우고 일할 욕심으로 열심히 글을 읽었고, 둘째 때는 몸이 피곤해서 얼른 자고 싶어 글자만 읽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림 보는 눈이 없었고, 무엇보다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권윤덕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책이 예술 작품처럼 스스로 질문할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매체라는 걸 깨달았다.

 

선생님은 그림책의 매력으로, "책장과 책장 사이를 넘길 생기는 '상상의 공간' 매력'이라고 하셨다. 글을 읽어 나가면서 다음 장으로 넘기기 떠오르는 상상들, 오롯이 독자만의 상상들이므로. 이것은 권을 읽고 덮을 때에도, 책을 다시 때에도 비슷한 경험이라고 하셨다. 그런 면에서 책은 쌓아올린 건물이라고.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 정말 공감이 되었다. 그런 그림책을 나는 뼈대만 보았으니. 아니, 뼈때조차 보지 못하고 멀리서 건물의 모양새만 보았던 것은 아닐까.

 

작가님이 이야기를 포착하는 과정도 의미 있게 들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있는 힘은 '감정 이입'이라고. 도로변 플라타너스의 옹이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옹이' 입자에서 생각해 보면 새롭게 보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감정이입은 그런 면에서 '관심'이다. 일상을 관심 있게 들여다 보자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이번 작가와의 만남이 5.18 40주년 행사와 관련이 있기에 "씩스틴"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하셨다.

내가 한국전쟁을 보듯, 우리 학생들도 5.18 보는 상황이 왔다. 학생들에겐 경험하지 못한 역사라 지식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많다는.

화상으로 참여한 선생님을 질문이기도 했지만 작가님은 그런면에서 5.18 참상과 같은 어두운 아픔으로만 다가가기 보다, 민주주의 실현, 인권과 평화라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한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로 위한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로 그리고 싶고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씩스틴" 인상적인 장면을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그림책 장면 장면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총구가 이어지는 장면 쪽에 담긴 섬뜩함, 그렇지만 5.18 정신은 5월의 반사된 햇빛처럼 동글동글 세상을 채워가는 장면들, 도로를 나타내는 소재라고 생각했던 노란색 중앙선과 가장자리 흰선의 상징, '씨앗망울' 의미.

5.18 비난하는 자들이 활용하는 '폭력' 대한 저항적 폭력도 폭력인가,

계엄군은 모두 가해자인가, 나는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나

 

작가님은 '학생들이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포기하지 않게 도와주는 교육"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이며, 교사들의 역할이라고 조언하셨다.

민주적 시민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제시된 시사인 내용도 소개해 주시고.

이어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담은 "꽃할머니", 4.3 아픔을 담운 "시리동동 거미동동", "나무도장" 대해서도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작가님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 욕망이 바람직한 것인가' 질문하고 꾸준히 답을 찾아가길 바란다는 조언을 하셨다.

' 삶을 위해,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삶을 위해, 자연을 위해'라는 기준을 제시하며.

작가님과 이야기 나누는 2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결국 작가님은 2시간 동안 그림책을 통한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잘 말씀해 주셨다. 작가님의 이야기를 모임 샘들과도 들어보고 싶었다.

 

 

이야기가 끝나고, 예지책방에서 구입한 "나무도장" '민주' 이름으로 작가님의 기운을 받았다

작가님께서 '민주' 이름을 보시고 아이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느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두 형제의 이름을 지을 때 온 '산하'에 '민주'주의가 채워지길 기대하며 지었다며 말씀드렸더니 작가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부모로서의 소망과 다짐을 담은 것이고, 결국은 아이들의 몫이라고 웃으면서 말씀드렸더니 같이 웃으셨다.

 

그런 마음을 담아 작가님의 책을 민주와 읽어 보아야겠다. 아직은 좀 이른 것 같지만.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