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온라인 연수에 참여하고 나서(2020.9.21)
- 행복한 글쓰기/가르치고 배우며
- 2020. 9. 23.
학교로 복귀할 시점이 가까이 오니 걱정이 크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다면, 혁신학교에서 수업과 교육과정, 학생 자치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현장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을 텐데, 방역 문제로 학교 방문이 어려워지고, 온라인 수업에 대한 경험도 없어 현장감을 더욱 잃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예정이고, 코로나가 정리되더라도 교육부나 교육청은 온라인을 활용한 개별화 수업을 계속 강조하게 될 것 같다. 그렇다고 불안한 마음으로 온라인 협업도구, 평가도구 단톡방에 올라오는 프로그램을 익히면서 시간만 보낼 수도 없고.
이런 상황에서 ‘배움의 공동체 연수’는 온라인수업, 사회적 거리두기 등교수업 상황에서 배움의 관계 형성, 협력적 배움을 어떻게 진행해 갈 것인지 생각해 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9월 21일 월요일, 5시 가까운 시각에 교육청을 나와 집으로 들어왔다. 저녁을 급하게 먹고 Zoom에 접속하니 5시 55분. 벌써 20여 분의 선생님과 강사님이 접속해 있었다. 학교에서 접속한 샘들이 화면이 자주 끊긴다며 스마트폰으로 옮기는 즈음, 한민수 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인문계 고3 교실의 온라인 수업과 등교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학생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협력적인 수업을 만들어 가실까.
선생님은 먼저 코로나 시대의 답답함을 ‘시집살이 노래’를 패러디하여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또 학생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먼저 하셨다. 어려운 시기에 위대한 시민들이 탄생했다, 코로나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안전한 배움, 깊이 있는 배움을 위해 서로 신뢰하고 연대하는 위대한 시민으로 성장하자.
인상적인 건, 선생님은 수업의 목적과 방향을 온라인수업, 거리두기 등교수업 시기에도 명확히 하셨다. 친구들과 함께 작은 차이를 깊이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그런 활동이 가능한 수업디자인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시험이나 점수, 과세특 기록 등으로 유인하거나 경쟁과 보상 등으로 학생들에게 외적 동기를 부여하기보다는 차분히 생각을 나누는 수업을 실천하셨다.
수행평가도 세계와의 만남-타자와의 만남-자신과의 깊이 잇는 만남이 진행되도록 멘티미터, 퀴즈앤, 패들릿, 단톡방 같은 도구들을 잘 활용하셨다. 그러자 학생들의 댓글도 점점 길어지며 자기의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코로나 시대에도 협력적인 소통이 가능한 질문을 던지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돌봄이 가능한 수업, 신뢰와 연대하는 수업이 가능하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영암에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을 가르치는 윤준서 선생님도 온라인 수업 국면에서 배움 중심 수업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했던 내용을 이야기해 주셨다.
선생님 말씀에서 인상적인 부분도 코로나와 관계없이 선생님이 추구하는 수업을 실천하셨다는 점이다.
배움 중심 수업을 위해, 학생들의 참여가 쉬운 가장 단순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고 소모임 활동이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Zoom을 적극 활용했다고 하셨다.
실제로 선생님의 Zoom 수업은 기교보다는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선생님이 궁여지책으로 찾아내신 노하우들을 잘 나타났다.
먼저 온라인 수업 중 언제든 소모임 활동이 가능하도록 학생들에게 접속할 때 ‘모둠번호+반의 번호+이름’ 순으로 대화명을 사용해 sort가 쉽도록 안내했고, 스마트폰에서 줌 한 화면에 4명을 볼 수 있는 점에 착안해 4명을 임의로 편성해 모둠좌석표를 바탕으로 일주일 단위로 출석 여부, 모둠 친구들 사이의 관계, 몇 번 모둠에 개입했는지 등을 기록하고, 공책 검사를 통해 학생들의 배움이나 반응을 기록해 학생들을 이해하고 소통했다고 하셨다. 학습지도 미리 나눠줄 수 없는 상황이라 노트에 필기하거나 교과서에 필기한 내용을 학생의 Zoom화면으로 공유하고, 선생님은 이 장면을 캡처하는 등으로 활동 내용을 남기신다고 했다.
한편 학생들과 실시간 수업을 할 때,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은 학교 샘들과 함께하는 단톡방을 통해 학생이 접속하도록 챙기고, 학급의 단톡방을 수업시간 보조 채팅방으로 활용하셨다고한다.
대면수업에서 1차시로 진행한 수업을 온라인수업에서 2차시로 진행하며 조절을 하고.
하지만 이렇게 실행한 Zoom 수업에 대해 학생들이 점점 새로움을 잃고 지루해질 즈음 시골학교라 대면수업을 하게 되었다고, 대면수업에서도 협력적인 수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계신다고 했다.
광주와 같이 온라인수업을 하는 상황에서 실시간 수업을 할 때 어떤 학교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 때,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어떤 장치들을 둘 것인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셨다.
소통과 협력에 대한 간절함이 코로나도 이겨내신 것 같았다.
온라인 수업 속에서도 배움 중심 수업에 방향을 두고,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수업디자인, 모두 다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요령껏 잘 활용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연수 참여자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결국 디자인이 중요하다, 온라인 경청 수업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샘들에게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온라인만으로는 어려우므로 온라인수업을 진행하더라도 소수는 대면할 수 있는 상황을 계속 시도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직 현장을 몰라 쉽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능에 몰입하지 않고, 학생들과 배움을 잘 이어가는, 코로나로 변화된 세상에서, 학생들의 삶을 가꾸는 교육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남은 기간 고민해 봐야겠다. 어차피 흐름은 바뀌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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