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과제는 섬세하게, 점프 과제는 도전적으로

지난 810일 교원대에서 열린, ‘배움의 공동체(이하 배공) 전국 세미나에 김ㅎㅈ, 김ㅎㅅ, 강ㅁ 선생님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학교에서 연수비 지원을 받아 다녀온 행사이고, 내일이 전체수업나눔과 수업연구회가 있는 날이기도 해서, 인상적인 장면을 중심으로 몇 자 적었습니다.

 

행사는

1. 대회가 열린 충북지역 교사들의 배공 실천 사례

2. 사토 마나부 교수의 배공 수업 개혁과 학교 만들기강의

3. 교과별 수업나눔과 연구회

4. 전체나눔수업과 수업연구회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 배공 실천 사례

배공에서는 전국세미나가 열리는 지역에서 실천 사례나 전체나눔수업을 공개한다고 합니다. 사례 발표를 한 충북의 두 학교도 돌봄이 필요한 지역에서 학생의 배움을 고민하다 혁신학교를 시작하게 되었으며, 일상적인 교육활동 속에서 배움을 통해 실질적인 돌봄도 이뤄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교사들의 소통과 에너지는 교사 독서 모임으로 충전하고 있었고요.

올해 혁신부가 일이 서툴러 여러 분야에서 미흡한 점이 많지만 특히 교사 동아리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고민과 실천하는 자리를 만들지 못해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조만간 충전의 기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2. 사토 마나부 교수 강의

사토 마나부 교수는 작년에 이어, 현재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액티브 러닝의 한계를 지적하였습니다.

일본은 10년 전까지 ‘21세기형 학력이 화두였으나 현장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서 학습 스타일을 바꾸자는 운동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습니다. ‘액티브 러닝은 학생을 학습의 주체로 세우며, 그룹을 만들어 대화를 통한 배움을 강조하고 있지만, ‘더 말하는 학습이기에 협력적인 배움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말하는 수업에서 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생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가르치는 역할의 지루함으로 배움에서 멀어지고, 학습능력이 낮은 학생은 공부 상처로 마음을 닫으며 오히려 배움에서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수업은 아이들의 삶에 바탕을 둔 디자인 속에서, 모르는 것에 대한 탐구를 시작으로, 서로 들어주며 협력하며 만들어 간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여기서 방점은 서로 듣는 관계입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학교교육이 멜트다운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급별로 초등학교는 다양한 게임으로 재미있지만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 유원지 학교, 중학교는 서클 활동이 중심인 학교가, 고등학교는 농민을 공장식 노동자로 양성하기 위해 일제식 교육을 140년째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학교교육이 붕괴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도쿄·오사카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빈곤층 학생에 이어, 부유층 학생도 배움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중위권 학생들이 10년 전에 비해 눈에 띠게 줄어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 배움에 드러내 놓고 저항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조용한 것은 처음부터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교사도 학생들에게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계획한 대로 수업하고 끝내고 있어, 학교수업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만,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 그래서 학교교육이 녹아내리고(멜트다운) 있다고 우려하였습니다. 그리고 곧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거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사토 마나부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 우리 교실에서도 이런 상황이 시작된 것은 아닌가, 배움에 저항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도주하는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3. 교과별 나눔수업과 연구회

사토 마나부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심란했던 마음은 2학년 국어수업(음운의 변동-구개음화)을 보면서 조금 더 생산적인 고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발음해 보며 혼란스러워 했지만 그 힘으로 1시간 수업을 몰입하며 배우고 있었습니다. 기다림의 교육적 효과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수업은 수업 진행도 흥미로웠지만 수업연구회 운영 방식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업자의 수업 의도 설명 ②모둠별 수업 나눔 배운 점 나누기 ④교사 성찰

우리 학교와 비슷하게 수업연구회가 운영되었지만 번 활동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먼저 수업협의회에서는 배운 점만 나누었습니다. 질문을 할 수 없으며, 모둠별로 논의사항을 한 사람이 돌아가며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수업디자인 아이들의 배움 교사의 돌봄으로 영역을 나누어 개별적으로 배운 점을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운영하니 배움의 내용이 훨씬 세밀해지고 풍성해졌습니다. 그리고 발표하는 선생님마다 잘 배웠습니다.” 또는 고맙습니다.”는 말로 마무리를 하여 배움과 성찰의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4. 전체나눔수업과 수업연구회

다시 대강당에 모여 중학교 1학년 과학 힘과 운동단원 수업을 참관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체수업나눔이 힘들었습니다. 작년에는 6학년 수학이었는데요,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 그것을 해결하는데 정신이 팔려 교사의 의도나 수업 디자인, 아이들의 배움, 교사의 돌봄까지 제대로 살피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힘의 방향과 속도가 잘 이해되지 않아 수업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활동지의 자리배치와 실제 자리배치가 달라 학생들의 배움을 살펴보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사토 마나부 교수는 수업 시작 전 분위기를 통해, 친구들 사이의 관계, 저학력이 우려되는 학생을 먼저 확인해 보라고 했습니다.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는 관계가 배움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과 관계 회복만으로도 어느 정도 저학력을 극복할 수 있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또 아이들의 집중력을 고려할 때 수업을 시작하고 5분 이상 설명하면 아이들은 배움에서 멀어진다고 조언도 했습니다. 손우정 교수도 컨설팅할 때마다 이 부분을 많이 말씀하시는데요, 아이들은 홀로 배울 수 없는 상태이기에 바로 활동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더 낫다는 조언으로, 내일도 이런 조언을 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5. 질문과 마무리

마지막 질문 시간에는 배움의 공동체의 평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사토 교수님은 PISA가 개별적인 평가 방식이므로 그만 두자는 의견도 많아, 앞으로는 4명이 모여 협력과 상상력을 측정하는 방법이 고안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경쟁 교육이 의미 없기에, 한 명 한 명의 평가는 의미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평가에 대해서도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는 시험보다는 리포트나 포트폴리오로 진행되며, 그 안에서 지적 평가도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기초 과제는 섬세하게, 점프과제는 도전적으로!”

사토 마나부 교수의 강의와 컨설팅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들은 내용은 교육내용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저학력의 비율 낮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준 높은 도전과제는 고학력 학생이나 저학력 학생 모두 모르기에 대등하게 배우고 협력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과제를 꼼꼼하게 살펴봐야하므로 기본지식도 탄탄하게 습득할 수 있고요.

실은 매번 듣는 이야기이지만 매번 좌절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잦은 관찰자 효과가 필요할까요?

 

여담입니다만, 전국세미나가 끝난 뒤, 김ㅎㅈ·김ㅎㅅ·강ㅁ 선생님은 상무지구의 분위기 있는 주점에서 수제맥주를 마시며 뒤풀이를 했다고 합니다. 저는 공주에서 하룻밤 자고, 공주국립박물관에 갔는데요, 관람시각이 9시부터인 줄 알고 갔다가 학예사의 도움으로 1시간 먼저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무령왕릉 구조를 그대로 재현한 박물관 전시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섬세한 백제인들의 세공술도 살펴보았고요. 10시가 되니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왔습니다.

말하는 교실에서 배움이 일어나기 쉽지 않겠다, 너무 억지스러울까요..

 

*2017년 9월 4일, 쿨메신저로 샘들과 공유한 내용을 뒤늦게 발견하여 정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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