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나의 학습공동체들
- 행복한 글쓰기/가르치고 배우며
- 2020. 1. 20.
수업하지 않는 교사로서 수업 실천 나눔의 자리에 ‘감히’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아 원고를 작성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자료집의 글이 많지 않아 생각도 정리할 겸 급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OECD에서 강조하는 미래핵심역량 중에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이 있다. 아빠로서 큰아이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지만 사실 나에게도 이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광주국어교사모임’과 ‘상캐’가 소중하다. 이들 모임 덕분에 책을 읽고, 토론하고, 블로그에 생각을 정리하는 나름 노력하는 교사의 이미지를 만든 것 같다.
올해는 교육청에서 학교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 새롭게 참여해 본 모임들도 있다. 그 모임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며, 내년 내 삶을 채우고, 나를 이끌어 줄 모임을 고민해 본다.
1. 청소년 문학을 읽는 “상캐 모임”
2000년, 공립 중학교 교사로 발령받고 나서, 반숙희·박안수 선생님의 도움으로 발령 동기들과 수업나눔 모임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국정교과서로 수업할 때였는데도 학교마다 진도나 평가 방법이 다르고 일하는 여건이 달라 모일만한 공통 요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다, 청소년이 읽을 만한 독서목록과 독서토론 자료를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모임이 ‘나라말향기’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 모임 활동을 수업에 바로 활용하며 “상황별 독서프로그램(2007)”을 제작할 때에는 2주에 한 번, 가끔 새벽 3~4시까지 채팅하며 토론을 이어가던 모임이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2~3권 정도의 청소년 소설을 읽고 있다. 가끔 고전이나 다른 분야의 책을 읽어보기도 하지만 중심 활동은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학생들을 이해하고 추천하고 있다. 빠른 절판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내 마음을 읽어주는 책 친구(2017)” 발간 후, 요즘은 모임의 방향을 고민하는 일이 많아졌다. 계속 청소년 소설을 읽을 것인가, 주제별로 다양하게 읽을 것인가, 국어과 성취기준과 독서를 연계해 보는 활동은 없을까 등. 올해 상캐 모임에서 읽은 책 중 정리한 책은 다음과 같다.
2. 학습연구년 샘들과 함께 한 “눈이 부시네, 혁신”
올해 파견 근무를 하면서, 학습연구년 선생님들과 독서토론 모임을 만들었다.
초등학교 교사 7명, 중학교 교사 5명, 고등학교 교사 1명, 초·중등장학사 2명, 이렇게 다양한 구성원들이 한 권의 책을 정해 매주 일정 부분을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4권의 책 모두 함께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었다. “존 듀이의 경험과 교육”과 “12감각”은 내용이 어려웠고, “학교를 개선하는 교사”는 내용은 어렵지 않았는데 번역이 애매해서 이야기 나누기 좋았다. “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 이야기”는 학교 현장과 양육 방식에 대해 성찰해 볼 구절이 많았다. 전문가가 없어도 얘기하면서 의미가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또 “존 듀이의 경험과 교육”을 읽고 나서는 듀이 전공자인 광주교대 교수님을 모셔 3시간 강의를 들으며 내용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눈이 부시게” 활동 내용을 정리하면서 다시 읽고 있는데, 진보주의 교육-특히, 혁신학교 교육이 왜 어려운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잘 지적해 주고 있어, 주기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2감각”은 슈타이너의 교육철학이 담긴 책인데 역시 발도르프학교 선생님을 모셔 9시간 강의, 무등자유발도르프학교 방문을 하며 인지학이라는 생소하지만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돋보이는 철학을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 이야기”는 미국 저널리스트가 결혼하고 덴마크에서 아이를 키우며 경험한 덴마크교육에 대한 쓴 글인데, 7살 늦둥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다. 마침 번역자인 ‘고병헌’ 교수님의 강의도 연결해서 들을 수 있어 민주시민교육으로서 교육을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다. “학교를 개선하는 교사”는 교사의 삶을 이해하며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 학교문화를 개선해 나가자는 혁신학교 운동의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이었다.
이야기 나누면서 의미 깊은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정리해 두지 못한 게 아쉽다.
3. 아들 친구들과 함께 한 독서토론 모임
시골에 들어와 살면서, 언제든 아이 친구들과 독서토론 모임을 하며, 문학기행도 가고, 아이들 부모와도 친해지는 모임을 꿈꿨다. 10여 년 전, 백화현 선생님의 책 “책으로 크는 아이들(우리교육)을 읽고,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서 부쩍 실천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처음 이사한 시골은 아이들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 소재지로 다시 이사하고, 아이가 중3이 되고, 나는 수업을 하지 않는 교사가 돼, 용기를 내 ‘아들 친구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에 참가한 학생은 아들을 포함해 4명이었다. 남녀 각 2명씩. 조금 더 수가 많았다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아쉬움을 가지고 시작했다.
처음 책은, 아이들이 추천한 책으로, 이후에는 문학, 사회, 자연,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어보기로 했다. 정리하면서 보니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야기 나누었고, 장소는 우리 집과 카페를 활용했는데 아이들은 우리 집을 더 선호했다. 마음껏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그러나 우리 집에는 7살 늦둥이가 형 친구들과 놀고 싶어 해서 쉽지 않았다.
그리고 모일 때마다 고민이 되었다. 그동안 참여했던 교사 중심의 독서 모임은 소감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깊이 이야기할 부분이 나오거나 삶과 연결 짓게 되는데, 아이들과 독서 모임은 생각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수가 많지 몇 가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와도 충분히 깊고 넓게 확장되지 않았다. 그래서 “함께여는 국어교육”의 독서교육 실천내용이나 액션러닝 툴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무엇보다 내가 개입할수록 수업처럼 되거나 내 이야기가 많아지게 돼 생각했던 독서 모임이 안 되었다. 그래도 모일수록 익숙해지고 할 말도 많아졌다. 안정을 찾고 있었지만 주말에도 행사가 생겨 일정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아들이 여자 친구와 헤어져 불편한 상황이 생겼다. 1학기가 끝날 즈음에는 약속 날짜를 잡지 못하다 흐지부지되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때에도 독서토론 계속할 수 있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4명의 아이들이 모두 다른 고등학교를 다니게 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만나서 동질감도 나누고(특히 마이스터학교를 선택한 아이가 기능에만 치우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서로 성장하는 경험을 나누면 좋겠다. 나 역시 이끎이가 되며, 수업하는 교사로서 감도 유지할 수 있고. 다시 한 번 독서토론 모임을 제안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4. 광주교육정책연구소 독서 모임
교육청 광주교육정책연구소 주도의 독서 모임이다. 4월에 모집 공고가 있었고, 다른 직종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싶어 모임에 참석했다. 모임 구성원은 20여명 되었는데 실제 참가하는 사람은 열 명 내외가 될 것 같다.
나는 첫 모임밖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 외에는 일정이 잡혀 있어 참석할 수 없었다.
첫 모임이 6월이었는데 한국전쟁 발발 즈음이어서인지,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였다. 10여 명 참석했는데, 교사는 나 혼자였고, 정책연구소의 박사 4명, 장학사+장학관 3명, 사무관+행정직 4명 정도 참석했다. 참가자 수가 많아 한 번씩 돌아가며 소감을 나누는데도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교사, 학생이 아닌 사람들과 나눈 독서토론은 처음이라 매우 인상적이었다.
본인들 업무와 관련지어 싱가포르와의 교류 사업, 남북한 교류 사업, 북한의 기아문제, 학생들의 ‘세금’과 ‘복지’에 대한 인식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결국 굶주림의 원인은 ‘불평등’에 있다는 것이다. 기아를 경험하는 나라들 대부분이 식민지 지배 경험, 군인의 쿠데타 등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다. 결국 ‘기아’ 문제는 불평등 문제이며, 그래서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일수록 기아 문제 자체보다 복지에 대해 더 많이 교육한다고 한다. 출발선을 같게 하기 위해 교육에 무조건 투자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수능 정시확대를 보며, 기회의 균등에만 집중하며 결과의 균등=복지 문제까지 확대되지 못한 한계를 본다. 그렇다면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사무관이 지금은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욕망을 재배치’하는 시대라고 했다. ‘자기 (욕망) 제한’을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결국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교육자는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 ‘욕망’이 바람직한 것인가. 내 욕망과 관계없이 흘러가는 세상에 대해 알아야 무엇을 지향할지, 결국 ‘공공의 영역’에 대해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공공의 영역’이 무너지면 사적 영역이 늘어나고 그러면 욕망에 따른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을까, ‘국내산, 국산’과 같은 자본의 이익에 따라 공적 영역이 사적 영역으로 바뀐 사례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또 이야기 나누면서 몇 편의 영화와 책도 추천되었다.
교육행정직들과 얘기 나눌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막상 이야기 나눠보니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자신의 정책과 연결 지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학교에도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인정이 예의가 돼 그 영역을 넘어서지 못하고, ‘전문가적’ 남녀노소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이후에도 서너 번 모임이 더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미래교육과 남북한 교류 사업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였는데 센터 일정과 겹쳐 함께하지 못했다. 아쉽다.
내년에도 수업하지 않는 교사로 학교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연말 분위기에 휩쓸려 뭘 해 보아야겠다는 의욕이 앞서는 것도 있다. 그러나 멀리 가려면 혼자서는 힘들다. 어느덧 글자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제대로 보이는 눈을 갖게 됐고, 비슷한 일인데도 매번 새롭게 시작하는 듯한, 오늘을 사는 ‘중년’이 되었다.
지난 달 사회과 모임에서 교육과정 대강화와 관련지어 모신 ‘정경원’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성취기준을 자세히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생들의 경험과 교과의 경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자기 제한’을 계속적, 상호작용하며 성장할 수 있는 국어교육과정과 수업을 고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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