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2013수업 나눔]

혁신학교가 무엇일까.

실무자를 맡아 사례 발표를 하며 혁신학교는 학생이 행복한 학교임을 상대적으로 강조했지만, 나는 교사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물론 교사가 행복할 때는 교육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을 때이며, 이렇게 내면이 여유 있고 풍요로울 때 아이들에 대한 응대도 달라지기 때문에 행복학교혁신학교의 동의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의 혁신학교 시작도,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업무를 경감하고, 업무를 분담하여 교사가 수업이나 생활교육 등 교육활동에 집중하면서 출발했다. 그 힘들을 모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집단지성으로 풀어내고 실천해, 결국은 학교가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하는 곳임을 지속적으로 구현하면서 교사들의 전문성도 키우는 행복학교를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혁신학교 2년차 때까지 업무 경감과 분담을 고민했고,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도록 환경을 만들려고 했으며, 수업 나눔과 수업연구회를 통해 학생의 배움을 대해 고민하며 함께 수업을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또 교육복지학교, 진로교실 등과 연계해 다양한 체험학습과 동아리를 운영해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높이려고 했으며, 각 학년 담임선생님들이 공동으로 생활교육을 하며 이를 실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평가회와 공동연수를 통해 성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특히 작년에는 혁신학교 소모임을 통해 우리학교 상황에 맞는 학년별 교육과정을 구성했다. 소모임에서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자기효능감이 떨어진다는 진단 아래, 1학년은 학급·학년 단위의 체험활동을 통해 자존감 형성, 자기 효능감 신장을, 2학년은 모둠별 통합교육,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협동심 및 사회관계력 신장을, 3학년은 개인 프로젝트 학습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력 신장을 창의적 체험활동의 학년별 특화된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자 했다. 그리고 1학년부터 집중해 보기로 했지만 여러 가지 여건의 한계로 실현하지 못했다. 결국은 각자가 느낀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공유하는 선생님들과 풀어가는 형태가 되었다.

 

나 역시 1학년 담임을 맡고 싶었으나, 학교 운영 구조 속에서 2학년부장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2학년 교육과정인 모둠별 통합교육,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협동심 및 사회관계력 신장을 풀어갈 프로그램으로 수학여행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월 혁신학교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에 집중하느라 2학년 교육과정에 집중하지는 못했다. 내가 준비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은 함께 2학년을 맡았던 선생님들과 마음을 맞추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이것도 혁신학교이기에 가능한 집단지성과 실천이라고 믿는다.

 

[나를 찾는 여행] 진행 과정

혁신학교 업무담당자를 전입교사에게 맡기면서 2월말까지 혁신학교 업무로, 2013학년도 수업준비를 충분히 할 수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만난 2학년 선생님들과 수학여행을 의미 있게 기획해 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수학여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에버랜드에서 벗어나야했다. ‘에버랜드때문에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 수학여행비를 교육청에서 지원해 주고 있어 그걸 설득의 근거로 삼아, 에버랜드는 제외했다. 또 아이들의 수학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의사를 반영해야하므로 아이들이 직접 여행 일정을 짜보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건, 의미 부여를 통해 아이들을 설득하는 것인데,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훑어보니 2학년 교육과정이 전반적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즉 수학여행을 묶을 수 있었다. 그리고 ‘교과서 흐름’을 고려하여 3월부터 의미부여에 들어갔다.

 

3월에는 ‘문학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인간의 보편적인 사상과 감정에 대한 공감, 이를 낯설게 표현하는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을 살펴보며 문학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낯섦’을 중심에 두고, 김명희 선생님 책 제목처럼 ‘낯선 익숙함을 찾아’ 수학여행을 계획했다. 먼저 교과서 ‘분석’ 단원을 수학여행 테마와 코스로 연결해 보았다. ‘학급회의’ 단원을 통해 학급별 대표 코스 선정 및 즐거운 수학여행을 위한 규칙 제정하도록 하였다. 수학여행 안내문 제작, 학급신문을 통해 여행 내용을 공유하는 것까지 생각했으나 코스가 둘로 정리되면서 후속 작업은 축소되었다. 수업 흐름은 다음과 같다.

 

 

[나를 찾는 여행] 평가

학급별로 5~6개 테마와 코스들이 추천되었고, 투표를 통해 대표 코스를 하나씩 정했다. 다시 학급별 코스와 선생님들이 제안한 코스를 주고 2차 선택을 한 결과 다음과 같이 4개 코스로 정리가 되었다. 이 중 ①~③은 학생이, ④는 교사가 추천했다.

① 서울 자유여행: KTX타고 서울 출발, *이틀 일정 자유

② 영월·정선 문화여행: *래프팅과 강원도 자연, 내륙 문화 체험

③ 제주도 문화여행: 자연(올레길, 용암), 문화(4.3)

④ 지리상 종주

 

막상 선택권을 주니 아이들은 테마보다는 ‘친구’를 따랐다. ①번이 20명 남짓, ②번이 50명 남짓, ③번이 70명 남짓, ④번은 10명 정도. 다시 조율한 결과 ①번이 60명 남짓. ③번은 80명 남짓으로 정리되었다.

 

수학여행은 20여 일 앞두고 입찰이 시작되었고, 업체가 정해지자, 강원도, 제주도로 답사를 다녀왔다. 업체가 일방적으로 정한 일정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고, 몇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수학여행은 잘 다녀왔다.

 

다음은 수학여행 다녀온 뒤 평가 내용이다.

 

1. 전체 추진 관련

-학생과 함께 테마를 정해 수학여행 코스를 설계하고, 직접 코스를 선택하도록 해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이 적었음.

-테마 및 코스 설계, 선정, 업체 선정 과정이 너무 촉급해, 답사 등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음. 수학여행 전체 추진 일정을 여유 있게 진행하는 게 필요함. 또 코스 및 업체가 결정된 후 답사를 다녀오는 것도 필요하지만, 학교에서 코스를 먼저 선정할 때 답사를 다녀오면 더 좋은 체험 코스를 개발할 수 있을 듯함.

-6월 초였지만 덥지 않아 날짜를 잘 선택한 상황이 되었음. 날씨를 고려한다면 4월이나 중간고사 바로 직후, 9월 말 정도도 좋았을 것임.

 

2. 강원도 

-강원도 지역 문화, 래프팅에 대한 만족도 높았음.

-이번 일정 중, 서바이벌 게임은 장소나 흥미도에서 여학생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음. 숙소(웰리힐리파크)의 써바이벌장을 이용하는 것도 좋겠음.

-일정을 조정한다면, 첫째날은 지금과 같은 일정으로, 둘째날은 오전 레일바이크, 오후 래프팅, 천문대, 셋째날은 영월 관람을 하고 오는 것도 좋겠다.

 

3. 제주도

-제주의 자연에 초점을 두어 걷는 코스가 많았음.

-첫째날 저녁 ‘박물관이 살아있다’에 대한 호응이 좋았다. 자연 체험 코스를 줄이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좀더 추가하는 것도 좋겠다.

-마지막날 성산포항 일정은 너무 촉박했다. 오는 배는 고흥이나 완도로 오는 코스를 선택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 글은 2013 광주국어교사모임 '배움과 나눔, 실천' 모임에 수업 나눔 자료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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