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일주일(메이브 빈치)

그 겨울의 일주일
국내도서
저자 : 메이브 빈치 / 정연희역
출판 : 문학동네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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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보이는 확트인 대서양, 그 아래 따뜻하게 자리잡은 사람들의 고장과 시원스럽게 이어주는 절경, 그리고 따뜻한 식탁과 포근한 고양이 글로리아까지, 이 소설이 이야기하려는 따뜻한 일주일간의 휴식이 표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떤 사람들이 따뜻한 일주일을 보낼까.

차례에 나타난 인물들의 이름을 보며, 이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 오게 되었고, 다른 사람 그리고 새로운 환경을 만나면서 치유 받고 새로운 힘을 얻게 될지 흥미로웠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절벽에 우뚝 솟은 저택, 스톤하우스를 쉼터로 만드는 사람과, 스톤하우스를 찾는 첫 번째 손님들로 나뉜다.


당연히 눈에 띠는 인물은 '치키'다. 어렸을 때부터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비록 불같은 사랑을 따라 뉴욕으로 떠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성실하게 일한다. 그리고 고향과 가족의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어린 시절 쉼터인 스톤하우스를 매해 들렀다 휴식의 공간으로 만들게 된다.


치키의 친구로 스톤하우스의 가정부로 있다 역시 불같은 사랑의 결과 '리거'를 갖게된 눌라. 하지만 아이를 키우기 위해 모든 시간을 쏟았지만 오히려 리거는 삐뚤어지고 결국 소년원에 가게 된다. 스톤하우스를 호텔로 만들며 리거 역시 바람직한 사람으로 변했지만 자식에 대한 한없는 미안함이 눌라의 마음을 닫게 한다. 


치키의 큰조카로 능력 있고 당차며 도시적 삶을 지향하는 '올라'. 그러나 자신을 이용하려는 남성 중심적 사공의 상처로 스톤하우스로 돌아와 매니저로 일한다.


이들 스스로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며 치유 공간으로서 스톤하우스를 만들어 간다.


아들을 홀로 소유하고 싶은 홀어머니와 아들의 애인 사이의 갈등,

의사로서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직업적 회의를 느끼지만 또 다른 사람을 살려내며 아픔을 치유하는 의사,

스톡홀름의 유명 회계 회사의 상속자로 아버지의 뜻을 따라야한다는 의무감과 음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하는 유명 배우,


퀴즈 응모로 25년 결혼기념을 추억하려했으나 1등을 하지 못한 상대적 박탈감. 그러나 1등 팀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자기 삶에 만족하는 교수 부부.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나 그 능력을 자신도 남도 신뢰하지 않는, 그렇지만 예지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며 치유하는 사서.


작가는 인생에는 여러 갈림길이 있고, 그것을 피하려고 하지만 결국은 선택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현명한 판단은 힐링과 만남이 있는 여행을 통해서. 그것도 뭔가를 해야하는 과제가 아닌 충분한 쉼으로써.


소설에서 인상적인 점은 스톤하우스가 지역 사회의 경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아니라 스톤하우스를 통해 지역이 상생하는 구조다. 즉 스톤하우스 자체가 상품이면서 스토니브리지라는 지역의 사람, 문화, 경제가 서로 스토리를 만들어 가며 여유와 따뜻함을 여행객들과 함께하는 모습이다.


또 인물들의 '말'이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담겨 있다.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 영국 교육의 목표가 언어를 통한 자기표현이라고 했는데 그런 부분과 잇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등 여학교 교장으로 은퇴하며 스톤하우스로 오게 된 '넬 하우'가 눈에 띤다. 불우한 가정 환경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한 사람으로서의 자신감일까.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고 독설을 퍼붓으며 가르치려 드는 삶을 고수한다. 그래서 유일하게 스톤하우스를 불편해 하며 중도에 떠나는 인물이다. 


여러 인물 중 나는 어떤 인물에 가까운 삶의 태도를 보여 왔을까.

성찰이 바탕이 된 특별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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