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도 꽃이다(조정래)
- 행복한 책읽기/문학
- 2016. 12. 24.
‘조정래’라는 이름에 끌려 책을 들었다. 주인공 교사 ‘강교민’의 이름이 ‘강한 교육 민주화’의 준말이라는 데서 교육민주화에 대한 작가의 의지가 읽혔다. 게다가 작가는 소설뿐만 아니라 JTBC에 출연하여 교육 개혁의 소신을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소설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것은 문학이 아니라 보고서며 “태백산맥”부터 문학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비난에서, 소설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특히 학생들의 말이 눈에 거슬린다는. 또 강교민의 태도가 1970년대 유신시절 의기에 찬 교사의 모습이라 그런 태도를 요구하는 소설이 불편하다는 이야기까지. 여하튼 소설이 논란의 중심부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작가가 제기하는 교육 민주화에 대해 가능하지 않다는 현실 인식이 바닥에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일단 부모들에게 자식이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번 밝히고 있다. 그래서 공부는 필요한 만큼 적당히 할 일이며, 무엇을 해도 굶어죽지 않으니 모두가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에 올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 교사들에게는 혁신학교 이야기를 통해 현재 교육현장에 만연해 있는 교육적 조치들이 실은 일재의 잔재이며 식민지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 당국에 대해서도 혁신 교육을 방해할 것이 아니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추진해야함을 지적하고 있다.
교사로서 이 소설은, ‘참교육’의 모습을, 한글날을 맞이해 한글이 없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아이들과 함께 그려 보는 것으로 한글의 소중함을, 아이들을 격려할 시와 자연의 신비로움을 함께 느껴볼 아이디어를 주고 있다.
<1권>
(74) 유현우는 ‘참교육’이란 말을 곱씹었다. 그러면서 아까 강교민이 힘주어 말했던 올바른 아빠 노릇은 그 참교육의 핵심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했다. (중략) 아, 아, 그런 것이 얼마나 정겹고, 생기 나고, 멋들어지게 사는 것인가. 그랬더라면 그렇게 깊게 사랑하고 따뜻하게 보듬었더라면 아들이 그 절망적인 글을, 유서와 다름없는 그 슬픈 글을 그렇게도 길게 썼을 것인가.
(229) 좋은 성적이 좋은 소설을 쓰게 해 주지는 않는다.
(230) 엄마와 난, 엄마와 딸의 관계일 뿐이지 내가 엄마의 소유물은 아니야. 엄마는 엄마고, 나는 나고,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살고, 나는 내 인생을 사는 거야. 서로 대신 살아줄 수는 없는 거라고.
<2권>
(57) 오빠는 단순한 국어 선생이 아니었다. 역사와 사회의식이 투철했고, 언제나 세상사에 대한 복잡합적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87) “공부는 무엇을 많이 알기 위해서 하는 것만이 아니다.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한다. 바른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딱 한마디로 하자면, 나만 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위하는 것처럼 남도 위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그 남도 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예의를 몸에 익혀야 하고 기본 교양을 갖춰야 한다.”
(303) “신비스러운 게 뭐가 그리 많아?”
“깨알보다 작은 풀꽃에도 꽃잎이 다섯 개고, 그 가운데 꽃술들이 있다는 걸 여기 와서 알았고, 과일만 깎아놓으면 조알보다 작은 까만 하루살이들이 날아드는데, 그 쬐그만 몸에 날개가 달리고 후각까지 그렇게 예민한 것을 여기 와서 알았고, 어른 주먹보다 더 큰 수국 꽃 한송이가 백 송이가 넘는 작은 꽃들로 이루어진 것을 여기 와서 알았고....
(330) 우리 교육계에는 일제 잔재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름표를 붙이는 것과 함께 성적표에 석차를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것도 일본과 우리나라만 하고 있는 일제 잔재입니다. 달달 외우게 하는 주입식 암기 교육도 일본과 우리나라만 하는 일제 잔재입니다. 학생 지도로 체벌을 가하는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두발 길이를 제한하고 단속하는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교복을 꼭 입히는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학제가 6-3-3-4인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336) 그들은 혁신학교 추진에 헌신적으로 앞장섰고, 그리고 그동안 현재의 교육이 내포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을 우려하고, 어떻게 해서든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온 많은 교사들이 그들과 힘을 합치며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경쟁 아닌 협력.
주입 아닌 토론.
배제 아닌 배려.
이 세 가지 핵심 정신을 실현시키기 위해 그들은 매일 몇 차례고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았다. 한 가지 뚜렷이 세운 목표는, ‘낡은 것은 모두 버리고 학생 중심의 민주 질서를 창조한다’는 것이었다.
(363) 인문고등학교에서 그 250명은 길 잃은 양이 되어야 했고, 아무 쓸모없는 인간쓰레기로 취급당할 위기에 내몰리는 것이었다. (중략) 그들은 모자라는 인간들이 아니었다.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능력이 다를 뿐이었다. 바른 교육, 참된 교육의 목표는 자립적 인간으로 키우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교육이란 모름지기 학생들의 개성에 따른 능력을 발견해 내고, 그 능력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 임무를 외면한 학교들은 그저 입시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풀꽃도 꽃이다 1-2권 세트국내도서저자 : 조정래출판 : 해냄출판사 2016.0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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