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무게(김학찬 외 6, 문학동네)

 

청소년의 미래를 소재로 7가지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이야기 중에는 부모의 철저한 계획 속에 안정된 미래를 열어가는 주인공도 있고, 자기 관리에 실패해 좌절하는 이도 있으며,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좋은 조건을 얻기 위해 친구 사이도 속이는 이기적인 이도 있다. 어떤 학교를 선택해야할지 고민하는 이도 있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꼭 무엇이 되어야하나, 그리고 그걸 향해 달려가는 것이 최선일까. 진로를 명확히 하는 것만큼 강력한 내적동기는 없다고 한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봄이 온다'가 내일의 무게가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다.  

 
 

1. 오문세, 잠시 막을 내리다.

자기 관리에 실패해 자포자기할 때도 있다. 그러나 영원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 친구 킬힐의 괴롭힘이 복수일 거라 생각했는데 친구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반전이다. 인생의 '막'과 '장'은 무엇일까.  

(37) 킬힐과 함께 걸어가며 나는 문득 내가 이제 겨우 1막의 2, 3장쯤을 지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돌이켜 보면 티티카카가 들고 있는 조명은 한 번도 꺼진 적이 없다. 두꺼운 커튼이 눈앞을 가록막고 있지만 아직은 한참이나 더 남은 이야기인 것이다.
"니가 쓴다는 시나리오 말인데, 아직 배역 많이 비어 있지?"
교실 앞에 멈춰 서서 내가 묻는다. 킬힐은 장난스럽게 눈살을 찌푸리고 대답했다.
"오디션 봐서 잘하는 사람 뽑을 거야."
"살 빼야 돼?"
"배역에 따라 다르지. 근데 넌 주인공 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잠시 막을 내린다.
 
 
2. 최서경, 4%

7월 한여름인데 학교는 사회보다 더 춥다. 4%가 되기 위해 아이들은 친구를 이용하고 거리두기하며 얼어갔다.4%이던 주인공이 88점 맞는 건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누구도 88만원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은유일까. "스프링 벅", "88만원 세대" 등 여러 책이 떠오르는 이야기다.

(61) 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 방향을 향해 전력 질주 중이었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그 대열에 합류했다. 젖 먹던 힘까지 내어 달렸지만 어떤 이들은 내 어깨를 치고 앞서 나갔다. 나는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날은 조금 더 추워졌다.
나는 계속해서 달리다가 굽은 길에 설치된 볼록거울 앞에 홀린 듯이 멈춰 섰다. 볼록거울 덕에 넓어진 시야로 길 전체의 모습이 비쳤다. 물소 떼 같은 사람들이 나를 제치고 저 너머로 사라졌다. 나는 내 뒤에 있는 길에서 나에게로, 눈을 돌렸다. (중략)
나는 거울을 등지고 서서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걸어갔다. 뛰지 않았다. 늦지 않았으니까. 아직 목적지는 없다. 그러나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더는 나부끼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게 물살에 저항할 힘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3. 김학찬, 엄마의 아들

자녀교육을 김치 담그기에 빗댔는데 적절했다. 마치 "트루먼 쇼"처럼 기획된 아이. 무미하고 천편일률적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만족하면 별 문제 없을까. 엄마의 부재 다음엔 어떻게 하지?
 

 

4. 전삼혜, 하늘의 파랑, 바다의 파랑

이야기처럼 진화의 관점에서 해저 도시와 공중 도시 사람들은 달라질(독립된 개체일) 수밖에 없겠다. 그러나 뿌리가 같기에 서로 닮아지길 바란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진화의 핵심은 다양성에 있다. 서롤 간섭하고 영향을 두고 받을 때 다양성이 나타나는 것도 당연하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분단된 우리 나라를 떠올리는 것은 억측일까.  

(114) 해저 도시와 공중 도시의 과학은 다르게 바달한다. 언젠가는, 머리카락만 가지고도 아이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아이가 가하와 나루의 아이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섞일 수 없으니까. 하늘과 바다가 섞이지 않는 것처럼.
만약, 우리가 더 진화한다면, 그래서 우리가 서로 섞일 수 있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걸 뭐라고 부를가? 흐름은 우리를 독립된 개체로 만들려 하는데, 우리는 서로 닮아지기를 바라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랑 나는, 우리가 섞일 수 있는 그 미래를 진화라고 부르기로 하자. 우리는 진화할 거야.
 
 
5. 정연철, 꽝! 다음 기회에
'꽝'보다는 '다음 기회에'에 더 눈을 두자. 공부도 희망이 될 수 있고, 습관이 될 수 있다!
 
 
6. 장주식, 나의 욕망 나의 상처 나의 자랑
남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해야 한다. 흔히 사고의 틀을 '프레임'이라 말하는데,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면 자유로워야 한다. 
(156)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잘 보여 주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해." / "뭔데?" / "욕망과 필요와 능력, 필요는 의무라고 불러도 돼." / "잘 이해가 안 돼. 쉽게 말해 줘."
욕망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거야.  필요는 부모나 사회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 그러니까 어떤 의무라고 봐도 되겠지. 능력은 말 그대로 내가 잘할 수 있는 거. 소질이라고 해야 되나."
"응. 대충 알겠네. 근데 이 세 가지랑 학교가 관계가 있는 거야?"
"그럼, 관계가 있어도 무척이나 있지. 봐 봐. 욕망에 따른다면, 세원이 니가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선택하면 돼. 마찬가지로 필요나 의무에 따른다면 엄마 아빠나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해야 하고, 능력에 따른다면 자기가 가장 잘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면 된다는 거지. 얼마나 중요해."

 

 
7. 김해원, 봄이 온다
미래에 꼭 무엇이 되어야 할까? 
(178) "그러니까 인생이 마음대로 안 되는 거지. 고래도 못 잡고, 구두 가게도 못 하고, 아부지는 돌아가시고....."
 
내일의 무게
국내도서
저자 : 김학찬,김해원,오문세,장주식,전삼혜
출판 : 문학동네 201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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