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적 인생의 권유(최재천)
- 행복한 책읽기/교육
- 2013. 12. 28.
요새 교육계에서 ‘융합’과 함께 가장 많이 쓰는 말이 ‘통섭’이다.
‘통섭’의 사전적 의미는 '전체를 도맡아 다스림'이다. 즉 '깊고 넓게'라는 의미이다. 이 단어를 가장 많이 연구한 학자가 최재천 교수이다.
저자는 '통섭적 인생'이란 말부터 정리한다.
1. 인간도 결국 지구 위의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또 다른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는 존재이므로 겸허한 자세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태도.
2.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시도하는 피카소처럼(아인슈타인이 아닌) 사는 태도.
즉 ‘통섭’은 전지구적인 공감과 배려의 자세이며, 작은 것부터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표현한다’ 또 그렇기 위해 기획적 독서를, 글쓰기를 통한 소통 역시 강조한다.
책 속에서 저자가 특별히 강조하는 다윈의 책부터 읽어봐야겠다.
-인상 깊은 구절.
(11) 저는 “알면 사랑한다”는 말을 좌우명처럼 떠들며 다닙니다. 생명다양성재단을 설립한 지금, 저는 이제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표현한다”고 말하려 합니다. 이 세상에서 사랑만큼 전염성이 강한 것은 없습니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 해동하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지요. 그런데 우리 자신은 그 사실을 잊고 살때가 많습니다.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능력은 그 자체로 모든 ‘재능’의 기초가 됩니다.
(24)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다운 법이다. 모든 생물은 나름대로 존재 가치와 권리를 지니고 있다. 인간에게는 그들을 인정하고 섬길 의무가 있다. 우리가 막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땅의 생명이, 모든 동물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될 그날을 기대해 본다.
(44) 나는 환경과 관련한 대중 강연을 할 때 종종 젠가라는 게임을 소개한다. 직육면체 나무토막들을 가지런히 쌓아 올린 후 하나씩 빼다가 전체 구조물이 무너지면 끝이 나는 게임이다. 생태학은 아직 자연계의 모든 종들 간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종이나 깃대종의 절멸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언제 어떤 종이 사라지면 생태계 전체가 와르르 무너져 내릴지 아무도 모른다. 보전을 생각하지 않는 개발을 지속한다면 우리 자신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129) “통섭은 ‘줄기’란 뜻의 한자 ‘통(統)’과 ‘잡다’는 뜻의 한자 ‘섭(攝)’이 합쳐진 말로 ‘전체를 도맡아 다스리다’라는 뜻으로 정의할 수 있다. 최근 통섭이 미래 학문의 바람직한 형태 중 하나로 거론되면서 점차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지식의 융합’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추세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도 어느 것 하나 간단하지 않다. 한 사람의 힘으로 풀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다. 이런 문제에 접근하려면 결국엔 통섭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
(134) “한국의 대학생들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수학(修學) 장애우’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학 입학을 위해 수학 능력 시험을 치르지만 수학 능력은커녕 학습에 관해서는 장애우 수준이다. 역사학과 학생에게 물리학과 강의를 들어보라고 하면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제게 무슨 소리야’하며 뛰쳐나갈 것이다.
(145)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적인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독서다. 독서를 취미로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독서를 취미가 아닌 일로 삼아야 한다. 내가 모르는 분야를 붙들고 씨름하는 거다. 국사를 전공한 사람이 나노 과학 책을 읽는다고 치자. 당연히 안 읽힌다. 그런데 꾹 참고 두 번, 세 번 책을 읽고 나면 책장이 넘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신문을 읽다가 나노 과학 기사가 불현 듯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분야를 알아 가는 것이다.
(187) 통섭이란 여러 학문 간의 벽을 허물고 더 크고 깊게 통합된 학문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왜 통섭인가?’ 질문을 건네자, 최재천 교수는 아인슈타인과 피카소 이야기를 꺼낸다. 둘은 모두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으로 남들이 범접할 수 없는 학문의 경지를 이룬 반면, 피카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시도하는 다작 끝에 좋은 작품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중략) 피카소처럼 살면서 공이 들어올 때마다 방망이를 휘두르고 단타를 치면 운 좋게 2루타도 치고, 홈런도 때릴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소박한 일들을 열심히 해 나가면 언젠가는 앞서가는 아인슈타인의 등이 보이지 않겠느냐”는 말에 공감이 간다.
(221) 모든 환경 문제의 바닥을 짚어 보면 인간의 씨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환경학자들은 낮은 출산율을 반가워한다. 고령화 문제로 또다시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각국의 출산율을 다시 높이는 것은 적절한 대책이 아니다. 출산율이 높은 나라에서 낮은 나라로 인구가 이동하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문호를 개방하고, 동남아시아에서 유입되는 외국인들과 함게 살면 된다.
(226) 자연계를 보자. 수컷이 암컷보다 더 아름답다. 암컷의 선택을 받고자 수컷들은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여성들이 사회의 주도적인 세력이 되면 남성들은 예뻐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성 시대가 되면 남성에게 화장은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인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남성 화장품 시장의 성격 자체가 바뀔 것이다.
(228) 요즘 젊은 친구들 대부분이 트위터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설가 이외수 선생의 트위터 팔로어가 가장 많다고 한다. 그분의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인 것일까. 짧은 글인데도 기가 막힌 글솜씨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치킨 가게 할 건데 무슨 글쓰기가 필요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간판은 글쓰기 아닌가. 그저 그런 치킨 가게를 운영하고 싶지 않다면 기발한 이름과 홍보 문구를 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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