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생활지도에서 같이 고민하는 생활교육으로(2012.7)

학생생활교육에 대한 사회의 시선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는 분명 학생의 인권 보호라는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라는 명분 아래 학생을 방치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아이들을 생각하는 어른들의 바람입니다."
지난 6월 19일 유명 포털사이트의 메인 기사가 되었던 “광주 중·고교 ‘파마·염색 등교 OK’2012.6.19. 한겨레신문)”와 1000여 건의 댓글을 읽은 학부모가 우리 학교 홈페이지 ‘열린건의함’에 올린 글이다. 이 기사는 광주 MBC의 후속 보도(2012.6.23. 뉴스데스크)를 통해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 혼란 없이 정착되고 있다는 보도로 마무리되었지만, ‘생활 지도’ ‘인성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을 재확인하는 사건이 되었다.

 

교직원 회의를 통해 교사들의 눈높이를 맞춰가며

우리 학교에서도 ‘생활 지도’와 ‘인성 교육’사이의 이견이 있을 때가 많다.
지난 주 교직원회의에서는 교복 반바지 허용에 대해 1시간 가까이 토론을 했다. 쟁점은 교복을 반바지로 줄이는 학생들이 수업 태도나 근태 상황이 좋지 않은 등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며 그 여파가 주변 학생들에게 미치고 있으므로 학교생활규정에 따라 엄격하고 통일되게 지도하자는 의견과 반바지를 금지하는데 교육력을 쏟을 것이 아니라 수업 태도나 근태 상황에 집중하자는 의견이었다. 토론 결과 우리 교사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전교학생회 의견을 수렴하면 그대로 진행될 것이다.
생활 지도에 관한 토론은 ‘지도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학생관과 교육관등 교육의 본질과 맞닿아 있어 토론 자체가 민감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자리를 통해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고 마음을 모으게 된다. 우리 학교 교육력의 핵심이다.

 

담임교사는 생활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학교시스템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생뚱맞은 말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학생들의 작은 변화도 눈에 들어온다.
우리 학교는 꼭 같아 보이지만 다다른 아이들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학교 조직을 업무담당 교사와 담임교사로 나누었다. 담임교사는 생활교육(지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담임교사는 상담과 학급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고 생활교육을 담임교사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학년별 수업연구회나 학년협의회를 통해 비담임교사와 함께 집단 교육 체제를 갖추고 있다.
문제 행동이 발생되었을 때에는 각 학년부에서 학년선도위원회를 열어 교육 방법을 협의한다. 흡연 등 중대한 문제 행동이거나 누적된 문제 행동은 학생부가 중심이 된 학생생활협의회에서 교육 방법을 논의하며, 사안에 따라 일반적인 징계나 관계형성을 위한 샘물교실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이후 좀 더 심각한 학생은 ‘새빛위원회’라고 하여 교장, 학생부장, 진로상담교사, 상담사, 복지사, 보건교사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아이의 어려움을 돕고 교육하기 위해 노력한다.

 

샘물교실, 경청교실 등 관계 형성에 노력

학생 생활교육의 목적은 정의로운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데 있다. 많은 혁신학교에서 아이의 문제를 체벌이 아닌 관계와 성찰 속에서 찾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억압과 통제는 정의, 민주와는 함께 쓰일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전교사가 아이와 1~2시간 활동하며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계획했고 ‘샘물교실’이란 이름으로 두 차례 실천했다. 활동 결과 교사와 아이의 만족은 매우 높다. 비록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더라도 한 명의 학생을 위해 모든 교사가 마음을 모았다는 큰 의미가 있다.
한편 배움에 소외되었거나 배움을 방해하는 아이를 위한 ‘경청교실’도 작년에 이어 준비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좋은 관계가 좋은 수업을 만든다는 믿음을 실천하는 과정이다.

 

교사 지원체계 갖춰야

미국에서는 교장 매뉴얼에 ‘교사를 먹이지 않으면 교사는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라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교육청, 교장 등 상급 관리자가 교사를 풍요롭게 먹이지 않으면 그 피해가 아이에게 고스란히 간다는 이야기이다.
교사는 교단에 홀로 서 있기에,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꾸준히 성찰해야하고, 교사 자신의 경험을 앞서가는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꾸준히 배워야한다. 업무 경감과 함께 생활 교육 관련 연수, 또 교원평가가 아닌 교사가 서로 연대하고 격려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통해 통제가 아닌 소통을 수단으로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게 더불어 배우고 성장하는 배움의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

 

*광주교사신문에서 혁신학교 관련 기사를 2011년부터 연재하고 있다. 생활교육을 주제로 원고 요청이 있어 적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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