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소모임 1박 2일 토론회
- 행복한 글쓰기/가르치고 배우며
- 2012. 11. 17.
오전 세 시를 막 넘겼다. 겨울비와 어둠을 가로질러 이곳 리조트에 도착한 시간이 7시, 저녁을 먹고 8시부터 이야기를 나누었으니까 6시간이 넘는 시간을 때로는 심각하게, 약간은 톤이 높은 소리로, 그러다가 동료의 말에 수긍하기도 하며 우리 학교의 2013년을 그렸다. 그리고 가장 행복했던, 사랑의 추억을 나누며 비밀을 함께 공유한 듯 약간의 작당모의로 이야기를 마쳤다.
아내와 단둘이 왔으면 좋았을 객실 한 편에 앉아 80년대 음악을 들으며 밤이 좀 더 깊어지기를 기다린다. 실용적이지 않은, 그렇지만 하루를 낭만적으로 묵을 수 있는 리조트 시설을 마치 바처럼 만들어 음악과 술과 과거를 회상하는 이런 여유도 평소에는 할 수 없는 색다른 일탈이다.
마침 꽃다지의 ‘다시 떠나는 날’이 경쾌하게 들린다. 혁신학교 소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차례 모여 이야기를 나눈 끝에 내년 교육과정의 틀을 어느 정도 그렸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은 연수와 집단 지성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김정섭 선생님이 토론 자료에 적었듯 이 자리에 온 것만으로도 여건의 절반은 이루어진 것 같다.
문제 인식은 비슷하다. 하지만 처방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다르다. 그렇게 어떤 영역은 2년 동안 별반 달라진 것이 없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 그렇듯 드러나지 않는 효과 속에 나름의 진단을 나누었다. 막연한 건 아니고 미래는 ‘좀’ 밝다.
지금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 다행스럽고 행복하다. 주체로서의 부담감도 어느 정도 사라지고, 그러면서도 때로는 즉흥적이고 때로는 고민했던 내용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차분히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그래서 우리 학교를 떠나고 싶지 않다. 떠나도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혁신학교 활동을 통해 나에 대한 일정한 평가를 감당할 자신도 없다. 그렇다고 더 큰 부담을 안고 학교에 남는다는 것도 무척 부담스럽다. 6년을 한 학교에서.
그러나 막연한 감으로 혁신학교가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실천으로 보람을 경험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
새로운 주사위가 던져졌다. 신광중이, 혁신학교가 내 삶의 또다시 화두로 찾아오게 된 것이다. 빠진 머리카락만큼 혁신학교가 내 삶에 들어왔다. 머리카락과 혁신학교 두 개 모두 붙잡고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 역설적이게도 혁신학교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면 머리카락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말장난처럼 세상은 역설적으로 연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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